우원식, 韓대행 직격 “할일, 안 할 일 잘 구별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24일 10시 35분


禹, 헌재 재판관 지명 거론…국힘 “무슨 소리냐” 항의
韓, 46년만의 권한대행 시정연설…대선 출마 여부는 언급안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24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4.24 뉴스1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24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4.24 뉴스1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관련해 시정연설에 나서며 “전례 없는 미국발 관세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글로벌 경제환경이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우리도 가능한 한 신속하게 협상에 돌입하고 충분한 협의 시간을 확보해 유예기간 내 국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시정연설을 하는 것은 1979년 최규하 전 대통령 권한대행 이후 46년 만이다. 시정연설은 정부의 예산안 내용을 설명하며 국회의 협조를 구하는 자리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추경 필요성에 대해 “세계 각국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패권 확보를 위해 앞다퉈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도 국가 차원의 과감하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국내 경제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절박한 상황에 처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완화를 위해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지난 3월 영남 지역에서는 초대형 산불이 발생해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남겼다. 피해를 조속히 수습하고, 앞으로 발생 가능한 재난・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정부의 가장 근본적인 책무이자 존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있다. 이 과제들에 제때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재정의 적기 투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추경안을 설명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공동취재)2025.4.24/뉴스1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공동취재)2025.4.24/뉴스1
정부는 지난 21일 국회에 올해 정부 지출을 12조2000억 원 늘리는 내용의 추경안을 제출했다. 분야별 지원 규모는 △재해·재난 대응 3조2000억 원 △통상 및 AI 지원 4조4000억 원 △민생 지원 4조3000억 원이다. 국채 이자와 주요 행사 개최를 위한 예산도 2000억 원을 반영했다.

추경 재원 12조2000억 원 중 8조1000억 원은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고, 4조1000억 원은 세계잉여금과 기금 여유 지원 등을 활용할 예정이다.

한 권한대행은 국회를 향해 “위기 대응에는 정책의 내용만큼이나 이를 추진하는 타이밍 또한 너무도 중요하다. 정부 재정이라는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이들에게 닿아야 할 시점은 바로 지금”이라며 “추경안이 국민께 든든한 힘이 되고 우리 경제의 회복과 도약에 소중한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을 조속히 심의·의결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의원들의 합리적인 대안을 적극 검토하면서 국회 심의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집행 계획을 철저히 마련해 추경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즉시 현장에 온기가 빠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대선 출마 여부를 언급하진 않았다. 정치권에선 한 권한대행이 시정연설을 마친 뒤 24일 오후 시작되는 한미 관세 협상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대선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열리는 한미 간 첫 ‘2+2 고위급 통상 협상’에 대해 시정연설에서 “정부는 국익이 최우선이라는 원칙하에 무역균형, 조선, 액화천연가스(LNG) 3대 분야를 중심으로 양국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합의점을 모색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42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의 발언에 항의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4.24/뉴스1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42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의 발언에 항의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4.24/뉴스1
우원식 국회의장은 한 권한대행의 시정연설이 끝난 후 “국회 예산정책처를 살펴보니 정부가 공언한 것과는 달리 올해 본예산 조기 집행 실적이 상당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경 편성을 미뤄온 정부의 설명에 비춰볼 때 매우 유감스럽다. 국민의 삶이 도탄에 빠져 있다고 말해도 과하지 않은 때”라며 “정부는 본예산과 이번 추경 예산 조기 집행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에 박차를 가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아울러 “국회의장으로서 권한대행께 한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헌법재판소 판결에서도 이미 확인됐듯 대통령과 권한대행의 권한이 동일하다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권한대행께서는 대정부질문 국회 출석 답변과 상설특검 추천 의뢰 등 해야 할 일과 헌재 재판관 지명 등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별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이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하지 않았던 점과 대통령 몫 헌재 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시도했던 점 등을 직격한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석에서는 “무슨 소리냐”며 고성이 터져 나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장석 앞으로 다가가 강하게 항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우 의장의 해당 발언이 나오자 박수를 쳤다.

우 의장은 “어느 정파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엄중한 비상계엄과 국민의 삶이 도탄에 빠졌을 때 대통령을 보좌했던 국무총리로서, 권한대행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이를 잘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국민을 대표해 국회의장이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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