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절반 ‘매일 10분 걷기’도 안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28일 03시 00분


“학원 다니기 힘들고 운동할 곳 없어”
신체활동 실천율, 세계 꼴찌 수준
중학생 22%→고교생13%로 급감
전문가 “K팝 댄스 등 다양한 시도를”

경기 용인시 중학생 강모 양(15)은 땀 흘리는 걸 싫어해 체육 시간을 꺼린다. 학교는 버스를 타고 다녀 하루 10분 남짓 걷는다. 주말에는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보느라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도 않는다. 강 양은 “주변에 마땅히 운동할 공간도 부족하고, 학원만 다녀와도 힘들어서 운동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루 60분씩 주 5일 이상 숨이 찰 정도의 신체활동을 하는 여자 청소년이 10%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한 번에 최소 10분 이상을 걸었다는 여학생 비율은 겨우 절반을 넘었다. 청소년 신체활동이 10년 전보다는 다소 늘었지만 다른 나라 또래에 비하면 운동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한국 청소년 운동량 ‘세계 꼴찌’

질병관리청은 27일 ‘청소년 신체활동 추이와 관련 요인’을 주제로 ‘2025년 국민건강 통계 플러스’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중1∼고3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신체활동 추이와 영향 등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학생 신체활동 실천율(하루 60분, 주 5회 이상)은 2016년 18.8%였지만, 지난해 25.1%로 6.3%포인트 올랐다. 여학생은 같은 기간 7.0%에서 8.9%로 1.9%포인트 늘었다. 학교급별 신체활동 실천율은 중학생 21.5%, 고등학생 12.9%로 입시 부담이 커질수록 운동에 소홀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청소년의 운동 부족은 다른 국가에 비해 심각한 수준이다. 2023년 기준 한국 고교생 신체활동 실천율은 13.4%로 미국 고교생(46.3%)보다 32.9%포인트 낮았다. 특히 여고생 신체활동 실천율은 6.6%로 미국 여고생(36.0%)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6년 146개국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한국 청소년은 운동 부족으로 분류된 비율이 94.2%로 가장 높았다. 전체 평균은 81%였고, 미국(72%)과 싱가포르(76.3%) 등은 80% 미만이었다.

● “운동하면 스트레스 감소”

한국 청소년은 신체활동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걷기조차 소홀히 했다. 2022년 청소년 신체활동 심층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일 한 번에 최소 10분 이상을 걸었다’는 답변은 남학생 59.8%, 여학생 55.2%에 그쳤다.

운동 부족은 신체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번 조사에서 ‘신체활동 참여군’으로 분류된 학생의 비만율과 스트레스 인지율은 각각 10.3%와 38.9%로 미참여군의 11.8%, 41.6%보다 낮았다. 매일 10분 이상 걷는 청소년은 주 5일 미만 걸을 때보다 신체활동 실천율이 3배가량 높았다. 학교 체육 수업에서 주 3회 이상 직접 운동하는 학생은 전혀 운동하지 않는 학생보다 신체활동 실천율이 약 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운동이 부족한 여학생들의 신체활동을 늘리기 위해선 구기 종목 등 전통적인 체육 활동만 강요하기보단 K팝 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운동이 생활의 일부가 되도록 정부와 학교, 지역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소년 신체활동#실천율#운동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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