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다니기 힘들고 운동할 곳 없어”
신체활동 실천율, 세계 꼴찌 수준
중학생 22%→고교생13%로 급감
전문가 “K팝 댄스 등 다양한 시도를”
경기 용인시 중학생 강모 양(15)은 땀 흘리는 걸 싫어해 체육 시간을 꺼린다. 학교는 버스를 타고 다녀 하루 10분 남짓 걷는다. 주말에는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보느라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도 않는다. 강 양은 “주변에 마땅히 운동할 공간도 부족하고, 학원만 다녀와도 힘들어서 운동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루 60분씩 주 5일 이상 숨이 찰 정도의 신체활동을 하는 여자 청소년이 10%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한 번에 최소 10분 이상을 걸었다는 여학생 비율은 겨우 절반을 넘었다. 청소년 신체활동이 10년 전보다는 다소 늘었지만 다른 나라 또래에 비하면 운동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은 27일 ‘청소년 신체활동 추이와 관련 요인’을 주제로 ‘2025년 국민건강 통계 플러스’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중1∼고3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신체활동 추이와 영향 등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학생 신체활동 실천율(하루 60분, 주 5회 이상)은 2016년 18.8%였지만, 지난해 25.1%로 6.3%포인트 올랐다. 여학생은 같은 기간 7.0%에서 8.9%로 1.9%포인트 늘었다. 학교급별 신체활동 실천율은 중학생 21.5%, 고등학생 12.9%로 입시 부담이 커질수록 운동에 소홀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청소년의 운동 부족은 다른 국가에 비해 심각한 수준이다. 2023년 기준 한국 고교생 신체활동 실천율은 13.4%로 미국 고교생(46.3%)보다 32.9%포인트 낮았다. 특히 여고생 신체활동 실천율은 6.6%로 미국 여고생(36.0%)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6년 146개국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한국 청소년은 운동 부족으로 분류된 비율이 94.2%로 가장 높았다. 전체 평균은 81%였고, 미국(72%)과 싱가포르(76.3%) 등은 80% 미만이었다.
한국 청소년은 신체활동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걷기조차 소홀히 했다. 2022년 청소년 신체활동 심층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일 한 번에 최소 10분 이상을 걸었다’는 답변은 남학생 59.8%, 여학생 55.2%에 그쳤다.
운동 부족은 신체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번 조사에서 ‘신체활동 참여군’으로 분류된 학생의 비만율과 스트레스 인지율은 각각 10.3%와 38.9%로 미참여군의 11.8%, 41.6%보다 낮았다. 매일 10분 이상 걷는 청소년은 주 5일 미만 걸을 때보다 신체활동 실천율이 3배가량 높았다. 학교 체육 수업에서 주 3회 이상 직접 운동하는 학생은 전혀 운동하지 않는 학생보다 신체활동 실천율이 약 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운동이 부족한 여학생들의 신체활동을 늘리기 위해선 구기 종목 등 전통적인 체육 활동만 강요하기보단 K팝 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운동이 생활의 일부가 되도록 정부와 학교, 지역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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