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민 단속-관세폭탄… 첫날부터 ‘MAGA 스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0일 03시 00분


[美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취임직후 행정명령 100건 발동예고

트럼프, 4년 만에 워싱턴 금의환향… 취임식 앞두고 불꽃놀이 참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오른쪽)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취임 이틀 전인 18일(현지 시간) 저녁 미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불꽃놀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대통령 취임 축하 행사에는 후원자와 지지자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스털링=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제47대 대통령으로 20일(현지 시간) 공식 취임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연설 직후 기록적인(record-setting) 숫자의 행정명령에 서명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대통령이 의회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책 추진이 가능한 제도인 ‘행정명령’을 임기 시작과 동시에 융단 폭격하듯 발동하겠다고 예고한 것. 2017년 트럼프 1기 개막 당시 ‘워싱턴 아웃사이더’로 불린 그는 이젠 충성파 측근들을 거느리고 한층 확신에 찬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의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스톰’도 미국 안팎에서 더 강하게 전방위로 몰아닥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18일 N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취임 직후 서명할 행정명령이 100건 이상 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적어도 그 범주 안엔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그는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재차 밝혀 통상 대통령의 핵심 공약 추진이란 상징성이 담긴 ‘1호 행정명령’이 이와 관련된 것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취임 다음 날(21일) 오전부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일리노이주 시카고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불법 이민자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시카고는 트럼프 당선인과 정치적 앙숙 관계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며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또 트럼프 당선인의 첫 임기 때 1호 행정명령도 ‘오바마 지우기’와 관련 있었다. 당시 그는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에 들어가는 예산 축소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첫날 ‘고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할 가능성도 크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관세 등 경제통상 관련 행정명령에도 서명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당장 한국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현직 대통령 최초로 구속되는 등 리더십 공백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공세에 더 취약해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제47대 대통령 임기는 미국 수정 헌법에 따라 취임 선서를 하는 20일 정오(한국 시간 21일 오전 2시)부터 시작된다.

트럼프 “불법 이민자 추방 빠르게 시작” 시카고 첫 타깃 될듯


취임 첫날부터 ‘MAGA 스톰’
1호 행정명령, 불법이민 추방 될듯… 오바마 정치적 고향부터 정조준
단속국 직원 200명 동원 작전 계획
외신 “큰 충격과 공포 불러일으킬것”
20일(현지 시간)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8일 NBC와의 인터뷰에서 “범죄자들을 우리나라에서 내보내야 한다”면서 이러한 조치가 “매우 빠르게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취임과 동시에 100여 건에 달하는 행정명령을 쏟아낼 수 있다고 예고한 가운데, 그 첫머리에 ‘불법 이민자 추방’을 올릴 것이라고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첫날 서명할 행정명령을 두고 AP통신은 “큰 ‘충격과 공포(shock & awe)’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미국 대통령의 ‘1호 행정명령’은 새 행정부의 정치적 방향성 및 우선순위를 대내외에 명확히 전달하는 행정조치다. 전임 행정부와의 차별성을 드러내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상징적 조치로도 인식된다. 불법 이민자 추방은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다시 미국을 위대하게)’로 상징되는 트럼프 2기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강력한 리더십’을 주장해온 트럼프 당선인의 입맛에 딱 맞는 이슈이기도 하다. 취임식 연설에서도 트럼프 당선인은 연설문에 포함될 주요 키워드 중 하나로 ‘강인함’을 꼽았다. 그런 만큼 미국 안팎에선 1호 행정명령이 불법 이민자 추방과 관련 있을 거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 시카고부터 정조준

트럼프 2기 인사들 한자리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를 구성할 핵심 인사들이 18일 J D 밴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이 워싱턴에서 주최한 취임식 관련 행사에 참석했다. 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부터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후보자,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후보자, 더그 버검 내무장관 후보자, 브룩 롤린스 농무장관 후보자,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후보자. 워싱턴=AP 뉴시스
트럼프 당선인과 2기 내각은 이미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준비에 들어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21일 오전부터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직원 100∼200명을 동원해 불법 이민자 단속·검거·추방 작전에 나설 계획이다. NBC는 트럼프 당선인 측 관계자를 인용해 “선거 공약을 빠르게 이행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대대적인 (불법 이민자 단속) 쇼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킬 핵심 행정명령 이행을 앞두고 트럼프 당선인 측이 시카고를 그 첫 번째 타깃으로 잡은 건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시카고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다. 지난해 대선에서도 트럼프 당선인은 시카고에서 28% 득표율에 그쳤다. 트럼프 1기 때인 2019년 10월, 그는 취임 후 첫 시카고 방문 당시 “시카고는 부끄러운 도시다. 시 당국이 법을 지키는 시민보다 불법 이민자를 우선시한다”고 맹비난했다.

시카고는 미국 내에서 이민자 친화 도시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1985년 이른바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 조례를 통과시키며 전국적인 이민자 피난처 운동을 이끌었다. 시카고, 콜로라도주 덴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등이 대표적인 피난처 도시들인데,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 도시들은 연방정부의 불법 이민 단속 협조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시카고는 트럼프 당선인과 앙숙 관계인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을 지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잘 알려져 있다. 부인 미셸 여사도 시카고 출신이다. 트럼프 당선인과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자주 충돌하며 최근까지 언쟁을 이어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6년 대선 과정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 아니라는 거짓 주장을 제기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더 늙고, 더 미친 트럼프가 안전장치 없이 행동하는 모습을 볼 필요가 없다”고 공격했다.

● 1호 행정명령, “전임과 차별화” 상징적 조치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당일 에너지, 교육, 무역 등의 분야와 관련된 행정명령에도 대거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취임 첫날에만 ‘독재자’가 되겠다고 예고하며 다양한 분야의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임을 강조해 왔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2017년 1기 행정부 시작과 동시에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법) 폐기를 위한 행정명령에 가장 먼저 서명했다. 이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멕시코 국경지대 장벽 건설, 불법 이민자 추방 등 주로 ‘오바마 지우기’와 관련된 행정명령에 집중 서명했다. 그는 당시 1월 20일 취임식 이후 25일까지 하루 평균 2개꼴로 13개의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꺾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반대로 ‘트럼프 지우기’에 나섰다. 그는 2021년 1월 취임 직후 트럼프 행정부 때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5시간 만에 15건의 행정명령을 포함해 긴급조치 17건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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