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 파트너로 기업들이 뛴다] 〈下〉 韓-美 에너지협력 확대 나선 민관
가스公, 미국산 LNG 장기도입 추진… 에너지 수입 늘려 美무역적자 줄이기
SK, 美기업과 셰일가스전 합작 운영… 10년간 유정 개발-생산-유통 협력
자원외교 강화-안정적 수입선 확보
화석에너지의 채굴 및 개발에 적극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0일 취임을 앞두고 한국 정부와 기업 또한 미국과의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특히 민관 합동으로 한국이 미국산 천연가스,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면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 또한 그만큼 줄어든다. ‘미국의 무역적자 감소’를 외치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 셈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8일(현지 시간) 워싱턴 에너지부 청사에서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양국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가스공사 또한 올해 미국산 LNG의 장기 도입 계약을 맺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 E&S 또한 미국 대형 에너지기업 콘티넨털리소시스와 오클라호마주에서 셰일가스 유전을 함께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 韓, 민관 합동으로 美 에너지 수입 확대 모색
“기후 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화석에너지 시추를 장려하겠다며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또 조 바이든 행정부가 금했던 셰일가스 수압파쇄 추출법 ‘프래킹(Fracking)’ 등 각종 에너지 채굴 규제도 대폭 해제할 뜻을 밝혔다. 그는 6일 보수 성향 라디오 ‘휴휴잇쇼’에 출연해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 규제를 강하게 비판하며 “재집권하자마자 즉시 해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인공지능(AI) 산업의 급격한 발달에 따른 데이터센터 확대 등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는 현실과 깊은 관련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0년 글로벌 전력 수요는 2021년 대비 24% 늘어날 전망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특히 LNG, 셰일가스 등 화석연료 산업을 집중 육성할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 공기업, 민간 기업 등도 이 추세에 발 맞추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가스공사가 미국산 LNG를 장기 계약으로 들여오는 것은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가스공사가 중동에서 수입하던 약 900만 t 규모의 LNG 장기 계약을 미국산 LNG 장기 계약이 대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포스코인터내셔널 또한 지난해 8월 미국 텍사스주에 본사를 둔 멕시코 퍼시픽과 판매·구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미국산 LNG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길을 연 것이다.
● SK, 美 콘티넨털과 셰일가스전 공동 운영
SK이노베이션 E&S와 콘티넨털리소시스가 함께 운영하는 오클라호마주 우드퍼드의 셰일가스전에서도 양국 에너지 산업의 협력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19일 방문한 우드퍼드 유전에서는 셰일가스 채굴이 한창이었다.
셰일가스를 얻기 위해서는 땅속 3.2km 깊이까지 금속관을 박아 넣은 뒤 다시 셰일지층을 따라 수평으로 4.8km 길이의 관을 설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거대한 중장비, 모터, 시추 모니터링을 위한 첨단 장비들이 학교 운동장만 한 현장에 가득 설치돼 있었다.
콘티넨털의 기술자 앤드루 씨는 “새 유정을 뚫을 땐 30∼50여 명의 작업자들이 돌아가며 24시간 일한다”며 “새 유정을 만드는 덴 1개월 정도가 소요되지만 한 번 이렇게 설치를 끝내고 나면 50년 이상 가스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우드퍼드 가스전은 콘티넨털이 개발을 시작한 곳이지만 2014년 SK이노베이션 E&S가 3억6000만 달러를 투자해 가스전 지분 49.9%를 사들이면서 합작 사업이 됐다. 한국 기업의 자금 및 에너지 유통 노하우에 미국 기업의 개발 노하우가 만나면서 사업 시너지가 극대화했다. 유정 개발, 생산, 유통까지 전 과정에서 협력하면서 지금까지 함께 개발한 유정 수만도 총 210개에 달한다.
제프 흄 콘티넨털 부회장은 “최근 10년간 SK와 함께하면서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의 경제성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며 “에너지 산업이 어려울 때조차 함께 의지하며 비교할 수 없는 깊은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오클라호마주립대에 생긴 햄 에너지 연구소에도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 연구 분야로도 파트너십을 늘려 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 자원 외교도 강화
SK이노베이션 E&S 역시 콘티넨털과 손잡고 미국 에너지 개발에 직접 참여하면서 안정적으로 천연가스를 확보해 한국에 수급할 수 있는 길을 닦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생산된 가스의 장점은 유가와 연동되는 국제 LNG 가격을 기준으로 가격이 정해지는 게 아니라 미국 내 현물 천연가스 시장 가격으로 값이 매겨진다는 것이다.
전종영 SK이노베이션 E&S 부사장은 “미국 가격은 국제 가격보다 통상 20∼30%가량 싸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안정적이면서도 경쟁력 있는 가격에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가스전 현장에서 만난 시민 켈리 씨 역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파이프라인 건설이나 시추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되고 에너지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지역과 업계의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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