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 언다, 온풍기 총동원”… 화훼-축산농가, 한파-폭설과 사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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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검게 변색… 상품성 떨어져
충남 폭설… 대목 앞두고 배송 차질
서해고속道서 9대 충돌, 1명 사망
북극한파, 내일 낮부터 점차 풀려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서 허브를 재배하는 이정환 페퍼앤허브초록농장 대표가 21일 냉해를 막기 위해 하우스 내 열풍기를 가동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한파와 폭설이 겹친 탓에 재배와 배송에 차질이 빚어져 크리스마스 대목을 날릴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홍성=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서 허브를 재배하는 이정환 페퍼앤허브초록농장 대표가 21일 냉해를 막기 위해 하우스 내 열풍기를 가동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한파와 폭설이 겹친 탓에 재배와 배송에 차질이 빚어져 크리스마스 대목을 날릴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홍성=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한파가 이어지는 바람에 자식 같은 허브들이 얼거나 검게 변색되고 있습니다.”

21일 충남 홍성군 홍동면 비닐하우스에서 만난 이정환 페퍼앤허브초록농장 대표(42)는 “영하 10도 안팎의 한파가 일주일째 이어지고 전날(20일)부터 20cm 가까운 폭설이 내리면서 주력 상품인 로즈메리, 애플민트 등 허브류 생산과 배송에 차질이 막대하다”고 하소연했다.

비닐하우스에 열풍기를 가동하며 재배한 허브를 배송하는 것도 문제다. 이 대표는 “하루 만에 소비자에게 가야 하는데 한파 때문에 배송이 일주일까지 걸린다고 하자 환불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며 “오늘은 제대로 보내줄 자신이 없어 피눈물 흘리는 심정으로 제가 100여 건의 주문을 취소했다”고 했다.

● 한파·폭설과 사투 펼치는 농가들


한파에 시달리는 충남 서해안 허브·화훼농가들은 적정 온도 유지를 위해 온풍기와 열풍기 등을 총동원하고 있다. 적정 온도를 지키지 못하면 상품성이 떨어지고, 크리스마스 대목에 매출을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난방비 부담이 크다. 이 대표는 “지난해 겨울 월 100만 원가량이었던 난방비가 이달에는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문제는 상품성을 유지한다고 해도 폭설 때문에 배송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충남 지역의 적설량은 최대 40cm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축산 농가들의 어려움도 크다. 축사 내 기온이 떨어지면 체온 조절 능력이 부족한 가축들의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각종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 충남 천안시와 홍성군에서 축산 농가를 운영하는 김창호 씨는 “열 교환기와 보온등, 온풍기 등을 총동원해 한파와 맞서는 중”이라며 “눈 때문에 사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어려움이 더 크다”고 했다.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 빙판길 교통사고도 속출하고 있다.

이날 
서해안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 빙판길 교통사고도 속출했다. 오전 3시 반경 충남 당진시 신평면 서해안고속도로에서 화물차와 고속버스 등 9대가 연쇄 추돌한 사고 현장. 이 사고로 50대 버스 운전사가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당진소방서 제공
이날 서해안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 빙판길 교통사고도 속출했다. 오전 3시 반경 충남 당진시 신평면 서해안고속도로에서 화물차와 고속버스 등 9대가 연쇄 추돌한 사고 현장. 이 사고로 50대 버스 운전사가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당진소방서 제공
21일 오전 3시 반경 충남 당진시 서해안고속도로 당진 나들목 부근 서울 방면에서 화물차와 고속버스 등 9대가 잇따라 충돌해 1명이 숨지고 13명이 부상을 당했다. 낮 12시 4분경에는 충남 서천군 마서면 장항역 사거리 인근 도로에서 제설차량이 마주 오던 버스와 충돌해 버스기사와 승객 등 26명이 경상을 입기도 했다. 기상 관측 이래 12월 최저기온(영하 7.9도)을 기록한 전남 광양의 무안∼광주고속도로에서도 6중 추돌이 발생해 4명이 경상을 입었다.

폭설이 내린 울릉도에선 이틀째 뱃길이 끊겨 섬 주민과 관광객이 고립된 상태다. 제주공항은 이틀째 강풍경보와 급변풍경보가 내려져 항공편 93편이 결항했고 128편이 지연 운항했다.

● 기압 정체로 극한 한파, 23일 낮부터 풀려

극한 추위가 이어지는 건 최근 우랄산맥 인근에 기압능이 형성되며 ‘블로킹(기압 정체)’이 생겨 공기 흐름이 동서 대신 남북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북극 베링해 인근 고위도 지역 찬 공기가 장애물 없이 한반도로 곧장 내려오는 것이다. 여기에 공기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북극 한기가 계속 내려오고, 한반도에 내려온 찬 공기도 계속 쌓이게 된다.

기상청은 22일 아침 최저기온도 전국 영하 5도∼영하 20도로 전날(21일)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낮 기온도 영하 5도∼영하 10도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실제 기온보다도 5도 이상 낮을 수 있다”고 했다.

한파는 23일 낮부터 점차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부터 연말까지 평년 수준의 추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에 따라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은 “24, 25일 눈구름대를 동반한 기압골이 한반도를 지나면서 24일 충청권, 25일 중부지방에 눈이 내릴 수 있다”고 했다.


홍성=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광양=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한파#폭설#농가#화훼#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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