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말 현재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26.1%로 조사 대상 34개국 중 세 번째로 높았다. 이는 석 달 새 5.2%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증가 폭은 두 번째로 컸다. 기업부채의 총량과 증가 속도 모두 위험 수위에 다다른 것이다. 더군다나 주요 선진국들은 강도 높은 긴축 기조 속에 기업부채 비율을 일제히 줄였지만 한국은 거꾸로여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기업 부실 또한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IIF가 올 들어 주요 17개국의 기업 부도 증가율을 분석했더니, 한국은 약 40%로 두 번째로 높았다. 빚더미에 오른 국내 기업들이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급등, 소비 위축 등을 견디지 못하고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유럽과 중동에서 벌어진 대형 전쟁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들의 연쇄 도산이 현실화하면 실물경기와 금융 시스템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급증한 빚은 기업의 투자 여력을 떨어뜨려 저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다. 경제 규모에 비해 과도한 기업부채 규모를 줄이는 한편 한계기업의 부실 폭탄이 터지지 않도록 서둘러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우량기업은 살리고 회생 가능성이 없는 부실기업은 퇴출시키는 구조조정 작업에 손놓고 있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