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1994년 이후 29년 만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정상을 차지하면서 구단 대표 ‘유물’ 두 가지도 마침내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우승 축하주로 준비해 둔 일본 오키나와 전통 소주 ‘아와모리’와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게 주려고 준비해 둔 ‘롤렉스 시계’다.
두 유물 모두 구본무 LG 초대 구단주(1945∼2018)와 인연이 깊다. 구 구단주는 1994년 오키나와에서 전지 훈련 중인 LG 선수단을 격려차 방문했다. 그리고 회식 자리에서 선수단과 아와모리를 마시면서 ‘올 시즌 우승하면 축승회 때 이 술로 다시 축배를 들자’고 제의했다. 실제로 그해 우승을 차지하자 LG 프런트는 ‘행운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 이듬해 전지훈련 때 이 술을 여러 통 사서 돌아왔다.
그러나 LG는 이후 28년 동안 술독을 열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사이 술 상당량이 증발해 버렸다. 이에 LG 프런트는 올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오키나와로 날아가 같은 술을 사서 돌아왔다. 시리즈 3승을 거둔 다음에는 경기 이천시 LG챔피언스파크(2군 훈련장)에 잠들어 있던 원래 술독도 서울 잠실구장으로 옮겼다.
구 구단주는 또 1998년 해외 출장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다음 번 우승 때 한국시리즈 MVP에게 선물하겠다’며 당시 가격으로 8000만 원이 넘는 명품 시계를 사왔다. 당시 프로야구 최고 연봉 선수인 김용수(LG)가 1억4000만 원을 받을 때였다. 이후 이 시계는 25년 동안 잠실구장 내 구단 사무실 금고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LG는 그동안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시계 실물도 13일 처음 공개했다.
이 롤렉스 시계는 결국 LG 주장 오지환(사진)에게 돌아갔다. 오지환은 기자단 투표에서 전체 93표 중 80표(86%)를 받아 한국시리즈 MVP로 뽑혔다. 오지환은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타율 0.316(19타수 6안타), 3홈런, 8타점, 6득점을 기록했다.
오지환은 “롤렉스 시계는 구본무 선대 회장님의 유품이나 마찬가지라 내가 차고 다닐 수는 없을 것 같다. 시계를 받게 되면 구광모 회장께 드려서 LG 구단 사료실에 놔주면 좋겠다”며 “나는 요즘 시대에 좀 더 걸맞은 시계를 대신 받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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