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 공습 때 대피소 문 잠겨”…손녀 시신 못떠나는 할아버지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6월 2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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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데스냔스키 지역에서 할아버지가 러시아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한 9세 손녀의 시신 옆에 앉아 있다. ⓒ(GettyImages)/코리아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데스냔스키 지역에서 할아버지가 러시아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한 9세 손녀의 시신 옆에 앉아 있다. ⓒ(GettyImages)/코리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폭격한 1일(현지시간) 사망자 3명이 발생한 것에 대해 대피소 문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목격자 진술이 나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키이우 데스냔스키 지역 주민들은 이날 오전 3시경 러시아의 폭격 당시 인근 공습 대피소로 이동했으나 입구가 폐쇄돼 들어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키이우 당국은 이번 러시아의 폭격으로 9세 소녀와 소녀의 34세 어머니, 33세 여성 등 총 3명이 숨지고 최소 14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당국은 이들이 드론 등 격추된 무기 잔해로 인한 2차 타격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망한 9세 소녀의 할아버지가 손녀의 시신 옆에 앉아 고개를 떨구고 있는 사진이 공개돼 전 세계인들을 가슴 아프게 했다.

숨진 33세 여성의 남편 야로슬라프 리압추크는 “사람들은 아주 오래 대피소 문을 두드렸다. 그곳(대피소 앞)에는 여성들과 아이들이 있었다”며 “내 아내와 아이도 거기에 있었다. 아이는 무사하지만 아내가 죽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나는 대피소 반대편으로 달려가 문을 열어달라고 외쳤다”며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파편인지 뭔지 모를 무언가가 날아가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또 다른 목격자인 카테리나 디두크는 “사람들은 모두 숨기 위해 이곳으로 달려왔지만 문이 닫혀 있었다. 그들은 모두 문 앞에 서 있었다”며 “이 근처에는 종합병원과 유치원이 있는데 바로 그 사이로 그것(잔해)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피소가 지역에서 가장 큰 대피소라고 설명했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데스냔스키 지역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손상된 병원 건물 내부 모습. ⓒ(GettyImages)/코리아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데스냔스키 지역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손상된 병원 건물 내부 모습. ⓒ(GettyImages)/코리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심야 화상 연설을 통해 “오늘 키이우에서 발생한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피소 관리는 지방 당국의 분명한 의무라며 “이 의무가 지역 차원에서 이행되지 않으면 관계자를 기소하는 건 법 집행 기관의 직접적 의무”라고 경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클리치코 시장은 그간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사안을 두고 충돌한 바 있다.

해당 대피소 문이 열리지 않은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키이우 당국은 대피소 문이 왜 열리지 않았는지, 대피소 내부에 사람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키이우 지역 다른 대피소들도 문이 제대로 열리는지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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