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INSIGHT]공급가 인상 때 고객사를 설득하는 방법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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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요금 38% 인상, 택시비 26% 인상,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5.2%…. 자고 일어나면 가격이 올랐다는 뉴스를 접한다. 공공요금부터 원자재 가격과 소비재 제품까지 전방위적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도 십수 년 만에 최고점을 매 분기 경신하며 오르고 있다. 기업들은 원자재 비용과 물류비 상승, 요동치는 환율을 방어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인건비 인상 압박을 버텨내야 한다. 불가피하게 공급가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고객이 이탈할까 두려워하는 기업이 많다. 고객을 유지하면서 공급가를 인상하려면 어떤 협상 전략을 써야 할까.

먼저 고객의 거절을 예상하고 준비해야 한다. 가격 인상 요구를 반가워할 고객은 없다. 고객이 거절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영업사원의 역할이다. 고객과의 협상 전에 가격 인상의 정성적인 논거와 정량적인 근거를 모두 준비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거래 관계를 위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함을 강조하는 논거가 필요하다. 특히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인상, 환율 및 인건비 증가와 같이 정량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논거가 도움이 된다.

고객의 곤란한 질문에 대한 답변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우리가 다른 공급처를 알아봐도 괜찮나?” “원자재 값이 낮아지면 가격을 인하해 줄 것인가?”와 같은 질문이 대표적이다. 고객은 영업사원의 답변을 원해서라기보다는 감정을 표출하기 위해 이런 질문을 한다. 당황한 나머지 즉석에서 인상률을 낮추거나 약한 논거를 제시하면 상대방이 공격할 여지를 줄 뿐이다. 고객의 감정적인 질문에 답하기보다는 우리 회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예의 있고 겸손하게 표현하자. “지속적인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품질의 희생 없이 최상의 조건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안한 가격 인상률은 기업의 존폐와 직결되는 최소한의 인상률이다”와 같은 답변이 좋은 예다.

또한 가격 인상의 가치와 위험을 상대방의 입장에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가격 인상을 통해 공급하는 제품의 사양이 한 단계 좋아진다면 고객이 그 가치를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강조해야 한다. 제품과 서비스에 변화가 전혀 없다면 가격 인상을 통해 품질을 유지하거나 원활하게 제품을 공급하는 등 상대방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유통업체의 경우 공급가와 판매가를 인상했을 때 같은 마진율을 적용하면 마진 금액이 늘어나기도 한다. 이처럼 고객 입장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찾아내 가격 인상이 무조건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요청하기 시작하는 흥정 단계라면 양보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협상은 양보를 통해 자신에게 더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는 교환이다. 가격 인상 협상에서는 일회성 양보가 유용하다. 가격 인상 유예 기간 동안 마지막 주문을 이전 가격에 진행하거나 더 나은 품질 보증 조건, 환율 우대 등을 일회성으로 제공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공급에 차질이 있다면 가격 인상과 함께 공급 할당을 우선적으로 하는 방법도 좋다. 양보할 때 기억할 것은 가치 양보 전략으로 상대방이 양보의 가치를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강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억 원 규모의 거래 관계에서 공급가를 5% 인상하면서 일회성 환율 지원으로 약 1억 원의 가치를 양보한다면 환율 단가 몇십 원이 아닌 총가치인 1억 원을 강조하는 것이 좋다.

공급가 인상은 쉽지 않다. 가격 인상을 단번에 해결해주는 마법의 기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불편한 대화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며 감정 소모 역시 크다. 그러나 고객사가 가격 인상을 꺼리지만 제품 공급이 중단돼 고객이 떠나는 것을 더 싫어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상대방 입장에서 납득할 수 있는 탄탄한 논거와 공급가 인상과 교환할 수 있는 양보를 활용한다면 고객사를 유지하면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유용할 것이다.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69호(2023년 5월 2호)에 게재된 ‘가격 올리고도 고객 유지하는 4가지 전략’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김의성 ‘스캇워크 코리아’ 대표 info.kr@scotwork.com
정리=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공급가 인상#고객사 설득#협상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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