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시멘트 공장, 폐기물로 유연탄 연료 100% 대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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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피닉스공장 자원 재활용 현장

폐합성수지 등 수분 함량 5% 미만인 가연성 폐기물(사진)은 별도로 분류해 시멘트 생산 대체 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독익 베쿰에 있는 피닉스 시멘트 공장 전경. 시멘트의 원료인 석화석은 철제 탑 형태의 예열기(위쪽)에서 데어진 후 회전형 소성로인
 킬른(사진 중앙에 있는 붉은 원통)에서 구워져 반제품인 ‘클링커’로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폐플라스틱 등 순환자원은 킬른의 
온도인 1450도를 유지하는 대체 연료로 활용된다. 베쿰=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독익 베쿰에 있는 피닉스 시멘트 공장 전경. 시멘트의 원료인 석화석은 철제 탑 형태의 예열기(위쪽)에서 데어진 후 회전형 소성로인 킬른(사진 중앙에 있는 붉은 원통)에서 구워져 반제품인 ‘클링커’로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폐플라스틱 등 순환자원은 킬른의 온도인 1450도를 유지하는 대체 연료로 활용된다. 베쿰=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찾은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베쿰시의 피닉스 시멘트 공장. 지름 4m, 길이 15m의 대형 원통형 가마(킬른)가 돌아가며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킬른은 약 1450도 고온으로 철광석과 점토 등 원료를 구워 시멘트의 반제품인 클링커를 만드는 설비다.

킬른과 연결된 5층 건물 높이의 대형 창고에 들어서자 잘게 쪼개진 스티로폼, 비닐 따위가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피닉스 공장은 이런 폐기물을 연간 약 4만 t씩 공급받아 시멘트 생산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원래 시멘트 생산에 쓰이던 유연탄을 폐기물로 100% 대체한 것. 이 공장 관계자는 “연간 시멘트 40만∼52만 t을 생산하는데, 5만 t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며 “나무 758만 그루를 심은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탈탄소 흐름에 발빠르게 적응한 독일 시멘트 업계의 유연탄 대체율은 2020년 기준 69%에 이른다. 국내 시멘트 산업의 유연탄 대체율이 35%(2021년 기준)로 유럽연합(EU)의 평균(52%)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시멘트 업계 역시 향후 탄소세 부과 등에 대비해 대체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소비자 거부감, 시멘트 수급 문제 등이 겹쳐 탈탄소 대응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산 과정에서 고온 처리가 필수인 시멘트 산업은 그동안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7%를 차지할 정도로 탄소 배출량이 많은 업종으로 꼽힌다. 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까지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한국 역시 시멘트 분야에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유연탄을 태울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시멘트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약 30%를 차지해 이를 대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폐플라스틱 등 폐기물로 유연탄을 대체하는 방법은 1980년대부터 유럽 등 선진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연료 수급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쓰레기 매립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베쿰 공장에 도입된 설비를 생산하는 티센크루프 폴리시우스사 우베 마스 기술부문 총괄책임자(CTO)는 “대체 연료 수급에 필요한 비용은 유연탄 가격의 30∼60%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장점에도 국내 시멘트 업계의 대응이 속도를 못 내는 가장 큰 이유는 폐기물을 연료로 쓰는 데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이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생산 연료로 쓰레기를 사용한다고 하니 시멘트에 유해물질이 함유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이어졌고, 관련 규제를 만들려는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어 섣불리 사용량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멘트 수급 불안도 영향을 미친다. 올 초 시멘트 업계가 1000억 원대 설비 교체 투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평균 시멘트 재고량이 통상 재고량(120만 t)의 70% 수준인 85만 t으로 낮아져 ‘공급 대란’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토마스 기요 세계시멘트콘크리트협회(GCCA) 회장은 “재활용 철강으로 만들어진 차를 ‘쓰레기 차’로 부르지는 않는다”며 “품질이나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피터 호디노트 전 유럽시멘트협회장은 “800도 수준으로 쓰레기를 태우는 소각장과 달리 킬른은 용암 수준인 1450도로 모든 것이 파괴돼 인체에 무해하다”고 말했다.

베쿰=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독일#피닉스 시멘트 공장#자원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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