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셴코 “러-벨라루스 연합 가입 나라에 핵무기 제공”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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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핵무기 옛 소련 국가에 이전 시사
서방 “비확산 위반, 화약고로 만들어”
러, ‘키이우의 날’ 키이우 대규모 공습
젤렌스키, 거리에 나서 “러 패배할 것”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를 자국에 배치하기로 한 벨라루스의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러시아와 벨라루스 연합국에 가입할 의향이 있는 나라에 핵무기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조력자 노릇을 하고 있는 벨라루스의 노선에 동참하면 핵무기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두 나라는 1999년 ‘연합국가 창설 조약’을 맺고 통합을 논의해 왔다.

CNN 등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28일 러시아 국영TV ‘제1채널’ 인터뷰를 통해 “벨라루스와 러시아 연합국에 가입하라. 모두를 위한 핵무기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옛 소련에 속했던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같은 나라는 벨라루스가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며 중앙아시아 주요국을 노리고 한 발언이라는 점도 시사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25일에도 “러시아산 핵무기 이전을 위한 작업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인접국에 핵무기를 배치한 것은 소련 붕괴 이후 처음이다.

미국, 유럽연합(EU), 우크라이나 등은 “극도로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동유럽 전체를 핵 전쟁의 화약고로 만들고 있다고 규탄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발언 직후 트위터를 통해 “그의 발언이 핵무기 비확산에 관한 주요 국제 조약을 모조리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만나 포옹하고 있다. 
벨라루스에 러시아 전술 핵무기 이전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루카셴코 대통령이 28일 “러시아와 벨라루스 연합국에 가입하는 
나라에 핵무기를 제공하겠다”고 밝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만나 포옹하고 있다. 벨라루스에 러시아 전술 핵무기 이전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루카셴코 대통령이 28일 “러시아와 벨라루스 연합국에 가입하는 나라에 핵무기를 제공하겠다”고 밝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러시아는 28일 법정 공휴일인 ‘키이우의 날’을 맞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지난해 2월 침공 후 최대 규모의 무인기(드론) 공습을 단행했다. 5세기경 세워져 동슬라브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한 키이우의 건립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란산 ‘샤헤드 드론’이 동원된 이번 공격으로 최소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다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공격에 동원된 무인기 59대 중 58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침공 전 키이우 시민들은 ‘키이우의 날’을 맞아 각종 거리공연과 불꽃놀이 등을 즐겼다. 러시아가 일부러 이날을 골라 공습을 퍼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가 연이틀 100대 이상의 무인기와 미사일 공격을 쏟아부으며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준비 태세를 허물려는 의도라는 관측도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은 같은 날 소셜미디어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키이우의 생일을 망치려 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이 대부분 격퇴했다”며 “인명과 문화를 경시하는 러시아는 전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키이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의 모든 도시는 오랜 기간 타민족을 노예로 삼은 러시아의 전제주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며 항전 의지를 다졌다.

그의 일반적인 소셜미디어 연설은 통상 집무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다만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이우 도심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하며 러시아의 위협에 굴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루카셴코#러시아-벨라루스#핵무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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