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히트 쳐도 주가는 왜…K드라마 수익의 세계[딥다이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29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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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같은 OTT(Over the Top)에서 한국 드라마 많이 보시나요? 글로벌 OTT들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죠. 지난 달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던 ‘더 글로리’ 역시 전 세계 8개국에서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하며 큰 인기를 모았는데요.

그런데 더 글로리를 제작한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는 왜 이 모양일까요. 드라마가 아무리 인기를 끌어도 드라마 제작사는 크게 돈을 벌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있다는데요. 27일 미디어 업종 분석을 담당하는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을 만나서 K-드라마의 수익구조를 주제로 인터뷰했습니다.

올해 3월 넷플릭스에 공개돼 크게 인기를 끌었던 ‘더 글로리’. 넷플릭스
올해 3월 넷플릭스에 공개돼 크게 인기를 끌었던 ‘더 글로리’. 넷플릭스
*이 기사는 2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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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3.3조원? 넷플릭스의 생색
-최근 대통령 방미 일정 중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4년간 25억 달러(3조3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얘기부터 나눠볼까요. 이게 한국 제작사 입장에서 호재라고 볼 만한가요?

“일단은 ‘속지 말자’입니다. 넷플릭스가 2020년 한국 콘텐츠에 3000억원 정도 썼고요. 2021년 6000억원, 2022년에도 이미 8000억~9000억원을 썼습니다. 그래서 더 늘릴 거란 기대가 있었어요. 경기가 좋지 않아서 넷플릭스가 전체 예산은 조절하더라도, K-콘텐츠에 유입하는 자금은 늘릴 거라고 봤는데요. 이번에 발표한 3조3000억원을 4개 연도로 쪼개보면 (2022년과 비교했을 때) 늘어난 게 없어요.

오징어게임처럼 넷플릭스에서 인기 많았던 작품의 시즌2, 시즌3가 앞으로 나올 텐데요. 오징어게임은 초대박이 났기 때문에 시즌2에서 이정재 씨 출연료만 한 회당 10억원이 넘습니다. 넷플릭스가 자기네 것, 즉 오리지널을 시즌2, 시즌3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거기에 당연히 돈이 많이 투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3.3조원을 4개 년도로 쪼개봤을 때 전반적인 제작사가 고르게 수혜를 받는 건 아닐 겁니다.

-전체 파이가 커지지 않다 보니, 이미 히트를 쳤던 곳 위주로 돌아가겠군요.

“그것도 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니까, 결국 자기네 IP(지식재산권)에 투자하는 거예요. ‘오징어게임이 누구 거예요?’라고 물어보면 넷플릭스 거거든요. ‘메이드 인 코리아’일 뿐이고요. 결국 넷플릭스는 자기네 거에 투자하는 거고, 그걸 가지고 생색을 내는 거죠.”

오징어게임 시즌2는 올여름부터 촬영에 들어간다. 넷플릭스
-그래도 글로벌 OTT의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예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커졌다고 볼 수 있을까요?

“넷플릭스는 이미 한국 콘텐츠의 최대 바이어였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투자가 줄어들지 않은 것만으로도 좋게 볼 포인트가 있을 수 있고요. 디즈니플러스는 우리나라에 진출한 지 만 1년 5개월밖에 안 됐거든요. 이제 막 ‘카지노’ 같은 대형 작품을 만들기 시작해서,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에 본격 투자하는 건 이제 시작이란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전체 글로벌 OTT가 한국에 쓰는 돈은 늘어나고 있고요.

다만 초반엔 모든 제작사들이 수혜를 보고 주가도 움직였는데요. 지금은 슬슬 레퍼런스가 쌓이면서 누가 잘하고 못하는지 드러나면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는 느낌이에요.”

-흔히 넷플릭스가 아직 성장할 지역은 아시아이고, 거기선 한국 콘텐츠가 잘 먹히니까 투자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해석하는데요. 정말 그런가요?

“맞습니다. 미국에선 더 이상 구독자가 추가로 늘지 않기 때문에 가격 올리면서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가고요. 모든 OTT들이 타깃하고 있는 시장은 아시아입니다. 동남아시아나 인도는 인구가 많고 소득이 빠르게 성장하는데요. 무엇보다 아직 이 동남아시아를 지배한 OTT 사업자가 없습니다. 넷플릭스도 장악하진 못했거든요.

근데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잘 먹히는 콘텐츠가 K콘텐츠예요. 매일 각 국가별 넷플릭스 많이 본 콘텐츠 순위를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는데요.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을 보면 톱10 중 7~8개는 항상 한국 콘텐츠입니다.

동남아에서 K콘텐츠를 정말 무조건 좋아한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예컨대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그 당시 감성을 가진 한국 사람들만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도 많이 보더라고요.”

-우리가 생각하기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만든 콘텐츠만 주로 좋아할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네요.

“그게 좀 특이해요. 그래서 넷플릭스가 지금까지 많이 투자해왔고요. 물론 결국 자기네 거에 투자하는 거고, 우리를 일종의 ‘외주제작 국가’로 쓰는 거라서요. 사실 드라마 제작 산업 발전에는 좋지 않은 거죠. 결국 다 뺏기는 거예요.”

IP가 누구의 것인가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디즈니플러스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디즈니플러스
-OTT는 아무래도 자기네 오리지널 콘텐츠를 늘리고 싶어 하겠죠. 하지만 모두 오리지널로만 채우는 건 아닌데요.

“드라마 제작은 비즈니스모델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①OTT 오리지널의 경우=제작비가 100억원이 든다면 OTT가 거기에 10억원을 얹어서 110억원을 제작사에 줍니다. 그래서 제작사는 그 10억원을 먹고 끝입니다. 오징어게임처럼 초대박이 나도 제작사엔 ‘플러스 알파’가 없어요.

OTT 입장에서 이런 오리지널 콘텐츠는 소싱하는 데 돈이 많이 들죠. 제작비 자체가 계속 올라가는 구조니까요. 그리고 제작사도 원하는 방향은 (OTT 오리지널이 아닌) IP를 직접 가져가는 거고요.

②IP가 제작사에 있을 경우=제작비 100억원은 제작사가 직접 다 쏩니다. 그리고 국내 방영권료(본 방영을 틀어주는 조건)로 국내 방송사한테서 제작비의 절반 정도인 50억원을 받아요. 10억~20억원 정도는 간접광고(PPL)로 채우고요. 나머지 ‘플러스알파’는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에 동시 방영권을 팔거나 VOD 다시 보기 등등으로 만들어내죠.

OTT 플랫폼 입장에서는 오리지널을 추구하지만 그건 비용이 많이 들어가니까 흥행이 확실해 보이는 건 오리지널로 개발하고요. 말랑말랑하게 수급해오는 건 제작사가 IP를 가지고 있게 됩니다. 그래서 OTT 오리지널 쪽으로만 계속 커지는 것 같아서, 사실 산업 발전엔 저해되고 있죠.”

스튜디오드래곤이 최근 제작한 드라마들. 스튜디오드래곤
스튜디오드래곤이 최근 제작한 드라마들. 스튜디오드래곤
-넷플릭스는 잘 될 것 같은 걸 오리지널로 하려고 할 거고요. 반대로 제작사 역시 대박 날 것 같은 작품일수록 IP를 가져가야 하고요. 머리싸움이자 돈의 싸움이네요.

“저도 ‘더 글로리’를 너무 재미있게 봤지만 아쉬웠던 게 스튜디오드래곤이 만든 거잖아요. 스튜디오드래곤의 톱 작가인 김은숙 작가를 데리고 만든 건데 왜 IP를 안 만들었을까요. 엄청난 수익이 날 걸 알았을 텐데 결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버전으로 갔다는 건 돈의 싸움에서 우리가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거예요.

물론 더 글로리는 마진(넷플릭스가 제작비 말고 추가로 주는 금액) 자체가 엄청 높았다고는 해요. 그럼에도 스튜디오드래곤이 IP를 지키지 못하고 넘겼다는 건 이미 자본 싸움에서 뒤쳐지고 있는 상황이란 뜻이에요.”

-스튜디오드래곤이 그 정도면 한국에선 이 돈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데가 없겠군요.

“한국 드라마가 국위선양을 한다고 하는데 스튜디오드래곤 같은 대형제작사도 돈에 허덕이고 있어요. 중소형 제작사는 더하고요. 뭔가 정부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는 한 힘의 싸움에서 넷플릭스를 이기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제작사가 돈 벌기 힘든 이유
SLL이 제작한 드라마들. SLL
SLL이 제작한 드라마들. SLL
-방송사 쪽은 요즘 광고시장이 워낙 좋지 않죠. 광고가 줄어들면 방송사에서 방영료를 받는 제작사 실적에도 마이너스 요인이라고요?

“먹이 사슬이라고나 할까요. 제작사가 드라마를 수십 개 만들어봤자 이걸 유통해 주는 건 방송사입니다. 방송사가 편성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제작사가 어쩔 수 없는 을의 위치일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방송사 수익을 결정하는 진짜 ‘갑의 갑’은 광고주이죠. 경기침체로 광고주 쪽이 안 좋아지면 방송사는 결국 투자 재원을 축소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그 결과가 ‘IP 동시방영 제작 모델’에서 원래는 제작비가 100억원이면 방송사가 50억원을 방영료로 줬는데, 이 비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이제 40억, 30억원만 주는 거죠. 제작사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흔히 ‘콘텐츠는 매크로를 안 탄다(경기 부침에 영향받지 않는다)’고들 얘기하는데요. 방송사에 끼어있기 때문에 그렇지가 않습니다. 더 구조적인 문제는 제작비 자체가 오르는 겁니다.

크리에이터 비용이 오르는 거예요. 작가 원고료, 배우 출연료, 연출하는 PD 비용. 이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건 무슨 뜻이냐. 인력이 많지 않은 거죠. 주연 배우도 A급은 한정적이니까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요. 스타 작가나 PD도 그렇고요.

방송사가 드라마를 1회 방영했을 때 앞뒤로 벌어들일 수 있는 광고 수익이 10억원 정도인데요. 우리나라 드라마 회당 제작비가 3년 전만 해도 7억원이었는데 지금은 10억~12억원 정도로 올랐어요. 넷플릭스가 돈을 많이 투자해주는 경우엔 회당 20억~30억원까지 가고요.

만약 제작비가 회당 30억원까지 올라간다면 방송사는 제작비의 50% 비율로 방영료를 줄 수가 없죠. 자기네가 광고 받아서 남는 게 없으니까요. 방송사는 아무리 프라임 시간대에 드라마를 방영해도 벌어들일 수 있는 광고 수익의 캡(상한)이 씌워져 있어요. 제작비가 계속 올라간다면 앞으로도 이 비율은 계속 줄어들 겁니다. 그럼 제작사는 해외 판매를 더 할 수밖에 없고요. 넷플릭스를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SBS가 예능 본부 분사를 추진한다는 얘기가 나오던데요. 이미 드라마본부는 스튜디오S로 분사했죠. OTT시대가 되면서 이렇게 제작부문을 따로 떼어내는 게 대세인 건가요?

“저는 업계가 방송사 산하에 있는 드라마 제작사들 중심으로 재편될 것 같아요. 제작자들 입장에서는 갑이 방송사인데, 드라마를 편성해 주는 방송사가 없으면 방송사한테 굽신거리면서 편성을 따와야 해요. 방송사 밑에 있는 제작사들은 편성 걱정 없이 수익을 올리면서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죠.

예를 들어 SBS의 경우 수익 절반을 광고로 벌고, 콘텐츠 부가 수익으로 나머지 절반을 법니다. 100% 자회사인 스튜디오S의 경우엔 올해 많은 작품이 나오는데, 대부분 디즈니플러스 동시방영이에요. 그런데 디즈니플러스의 리쿱비율, 즉 제작비 중 지원해주는 금액 비율이 상당히 높아요. 디즈니플러스가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거죠. 여기에 간접광고가 붙을 거고, 방송광고로 플러스 알파를 올릴 수 있죠.

결국 편성 걱정을 할 필요 없는 방송사 산하에 있는 드라마 제작사들로 힘이 몰릴 것 같아요. 그들이 중소형 제작사를 정말 외주처럼 굴릴 거고, 그 외주 제작사들은 마진이 더 적어지겠죠.”

중국은 돌파구가 될까
송혜교 주연의 SBS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는 지난 2월 중국에 방영권 라이선스를 판매했다. 계약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SBS
송혜교 주연의 SBS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는 지난 2월 중국에 방영권 라이선스를 판매했다. 계약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SBS
-몇 년 전부터 드라마 제작사들 주가엔 ‘중국의 한한령이 해제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반영되곤 하는데요. 한한령이 곧 풀릴 거라고 한 지가 몇 년째인데 아직도 안 풀렸죠. 중국 변수는 여전히 주가에 중요한가요?

“지난해 11월 스튜디오드래곤 주가가 튀었죠. 중국에서 한국 구작(이미 방영된 작품)들을 사가기 시작했기 때문인데요. 송혜교 씨가 출연한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같은 드라마도 팔렸고요.

그래서 슬슬 입질이 오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있었는데요. 중요한 게 구작을 사가는 건 별로 의미가 없어요. 구작은 돈을 정말 얼마 안 주거든요. 중국에선 블랙 마켓을 통해서 많이들 이미 봤을 테니까요. 그래서 구작은 별로 의미가 없고, 중국이 진짜 뚫렸다고 하려면 동시방영 조건으로 신작을 사가야 해요.”

-만약 신작 동시방영을 하면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못지않게 중국이 수익 확보에 역할을 하겠네요.

“지금 단가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THAAD 사태 이전엔 넷플릭스가 한국에 투자하는 리쿱비율(제작비 중 지원금액 비율)과 중국 업체가 주는 리쿱비율이 똑같았어요. 그 규모가 굉장히 컸죠. 넷플릭스는 중국에 들어갈 수 없잖아요. 앞으로 중국이 만약 진짜 신작 동시방영조건으로 열린다면 제작사 입장에선 넷플릭스가 2개 생기는 셈이에요.”

-넷플릭스와 중국 업체는 시장이 다르니까 제작사가 둘 다 잡을 수 있겠군요.

“이익은 확실히 늘어나는 거죠. 그래서 그런 기대감에 여전히 드라마 제작사 주가가 싸지 않아요. 이익 대비 시총이 높은 편이죠.”

전지현 주연 드라마 지리산은 제작비 300억원을 들인 대작이었지만 시청률에서 고전했다. tvN
전지현 주연 드라마 지리산은 제작비 300억원을 들인 대작이었지만 시청률에서 고전했다. tvN
-드라마 제작사들의 주가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앞으로도 계속 다 눌려 있을까요.

“지금은 완전히 눌려 있는 상황이고 엄청 힘든 구간입니다. 그나마 조금 기대해볼 포인트는 2분기가 광고 성수기이거든요. 1분기엔 기업들이 광고 예산을 많이 아꼈어요. 경기가 워낙 안 좋을 거라고 해서 일단 돈을 풀지 않고 눈치를 많이 봤는데요. 그래도 기업들이 광고에 집행하려고 잡은 1년 치 예산은 있잖아요. 지갑 두께는 얇아졌지만 어쨌든 써야 하니까요. 이제 지갑의 돈을 좀 풀지 않을까 싶어서요. 2분기엔 조금 나아지는 방향으로 가서 지금이 마지막 보릿고개라고 생각해요.”

-미디어 쪽 투자가 어려운 게 어떤 드라마가 히트할지를 알기 어렵잖아요. 예컨대 2021년 방영한 ‘지리산’ 같은 드라마는 제작비가 많이 투입됐는데도 시청률이 폭망했는데요.

“그런데 그게 수익 면에선 폭망이 아니었어요. 시청률과 화제성에선 폭망이었지만요. 에이스토리라는 제작사가 지리산으로 가장 돈을 많이 벌었어요.”

-그래요?

300억원이나 들어간 작품이었는데, 매출이 총 500억원 나왔거든요. 일단 제작비의 절반은 방송사 tvN에서 받았을 거고요. 이건 전지현 씨가 주연 배우라서 넷플릭스가 아니라 중국의 아이치이가 글로벌 판권을 사 갔어요. 중국에서는 못 트니까 중국 외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아이치이 인터내셔널이 사 갔죠. 수익으로는 대박이 난 거죠. 에이스토리 실적도 그때 엄청 좋았고요.”

-드라마를 시청자 관점에서 분석하는 거랑 애널리스트 분이 기업실적 위주로 분석하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네요.

“그런데 개인 수급도 많기 때문에 주가는 시청률에도 영향을 받으니까 좀 딜레마가 있습니다.”

-기업이 실제 잘 되느냐 못 되느냐와 드라마가 히트를 치느냐 아니냐는 별개로군요.

“제가 예전에 진짜 많이 들었던 질문이 한참 ‘부부의 세계’(2020년 JTBC 방영)가 정말 핫했을 때인데 주가가 너무 안 좋은 거예요. 그래서 ‘부부의 세계가 난리 났는데 왜 주가는 안 좋아’라고 질문들을 했는데요.

판권 수익이 상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사실 내수용 드라마였죠. 리메이크를 해서 만든 건데 영국에 이미 원작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미주, 유럽 기반 회사들이 비싸게 사 갈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별도 드라마로만 보면 부부의 세계는 마이너스 드라마예요. 그렇게 지리산과 부부의 세계를 비교해보면 펀더멘털(수익)과 센티멘털(인기)의 괴리가 엄청 큽니다.” By.딥다이브

드라마 제작사의 수익구조를 따져본 결론은 역시 ‘돈의 싸움’이란 거군요. 소수의 스타만 빛 보는 게 아니라 산업 전반을 키우기 위한 전략을 고민할 때인 것 같습니다.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

-넷플릭스가 4년 동안 3.3조원 달러를 한국 콘텐츠에 투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따져보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한다는 거죠. 결국 넷플릭스 자기네 오리지널 시리즈에 주로 투자한다는 얘기이기도 하고요.

-드라마 제작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OTT 오리지널 모델과 제작사가 IP 갖는 동시방영 모델. OTT와 제작사 모두 자기네가 대박 작품의 IP를 확보하고 싶어 하지만, 돈의 싸움에서 국내 제작사가 밀립니다.

-광고시장 침체와 제작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제작사는 돈 벌기 점점 어려워집니다. 넷플릭스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죠. 중국 시장이 다시 뚫린다면 좀 나아질 텐데요.

-드라마의 인기와 제작사 실적은 별개일 수 있습니다. 펀더멘탈과 센티멘탈, 둘 다 제작사 주가에 영향을 줍니다.

*이 기사는 2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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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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