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총리 “양곡법, 시장원리 거슬러”… 거부권 행사 공식 건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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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방송법도 거부권 요청 시사
野 “농민 생존권 요구 외면한것” 비판

국민의힘과 정부가 29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특히 당정은 민주당이 다른 법안들도 단독으로 밀어붙이는 행태와 관련해 “원칙에 기반해 철저히 대응하겠다”며 추가 거부권 행사 요청도 시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사진)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 뒤 대국민 담화를 통해 “당정 협의를 한 결과 이번 법안의 폐해를 국민들께 알리고 국회에 재의 요구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 요구를 대통령께 건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가 거부권 행사 건의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 한 총리는 양곡법 개정안을 ‘남는 쌀 강제매수법’이라고 규정하며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포퓰리즘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취임 뒤 첫 거부권 행사다. 한 총리가 당정 협의를 거쳐 건의하는 방식을 취한 것은 거부권 행사에 대한 책임을 분산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양곡법과 관련해 “이 법안의 폐단을 막고 국민들과 농민들을 함께 보호하기 위해서는 헌법상 마지막 남아있는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달라고 간곡하게 요청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양곡법 개정안뿐만 아니라 민주당이 본회의 직회부를 이용해 강행 처리하는 법안들에 대해서도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한 총리는 “양곡법 개정안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비슷한 법안이 국민적 공감대나 충분한 협의 없이 추진되고 있다”며 “미래 세대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법안들에 대해서는 원칙에 기반해 철저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양곡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본회의 직회부를 이용해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건너뛰었다. 민주당은 또 간호법 개정안과 방송법 개정안도 본회의로 직회부했고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개정안)도 직회부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의석수 우위를 바탕으로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희망하는 법들을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

민주당은 한 총리의 거부권 건의를 두고 “오늘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뒤로 숨기 바쁘더니 국무총리가 나서 총대를 메고 재의 요구를 건의했다”며 “농민의 생존권 요구를 외면하고, 나아가 국가의 식량안보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양곡법#국민의힘#한덕수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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