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mm 카메라 든 ‘꼬마 스필버그’… 영화로 쓴 거장의 성장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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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버그 감독 자전 영화 ‘파벨만스’
영화-가족 이야기 진솔하게 그려
“엄마와 아들 테마곡에 눈물 흘려”

영화 ‘파벨만스’에서 새미가 촬영한 필름을 편집하기 위해 돋보기로 살펴보고 있다. CJ ENM 제공
영화 ‘파벨만스’에서 새미가 촬영한 필름을 편집하기 위해 돋보기로 살펴보고 있다. CJ ENM 제공
‘죠스’(1975년), ‘E.T.’(1982년), ‘쥬라기 공원’(1993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블록버스터 영화를 양손으로 다 꼽기도 어려울 만큼 만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77)이 잔잔한 자전 영화 ‘파벨만스’로 돌아왔다. 자신의 유년시절에 대한 이야기로, 영화와 사랑에 빠지게 된 과정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렸다. 그는 촬영 내내 많이 울었다고 고백했다.

영화는 어린 새미(머테이오 조리언)가 엄마 미치(미셸 윌리엄스), 아빠 버트(폴 데이노)와 함께 처음 극장에 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상영됐던 영화는 스필버그 감독이 처음 관람한 영화라고 밝혔던 ‘지상 최대의 쇼’(1952년)다. 기차가 자동차와 충돌하는 장면은 새미의 뇌리에 충격적일 만큼 생생하게 박힌다. 이후 장난감 기차와 아빠의 8㎜ 카메라로 그 장면을 똑같이 재현해낸다. 꼬마 스필버그의 첫 영상 제작이었다.

가족사의 어두운 부분도 가감 없이 담았다. 새미는 가족 캠핑 촬영 영상을 편집하다가 아빠의 동료이자 친구 베니(세스 로건)와 엄마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목격한 장면을 영상으로 만들어 엄마에게 보여준다. 결국 엄마는 가족을 떠난다.

거장에게 이 영화는 각별하다. 어린 시절 겪은 부모의 이혼과 그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사랑하는 엄마에 대한 혼란스러운 감정이 영화에 잘 드러난다. 그는 이 이야기를 60년 넘게 엄마와 자신만의 비밀로 간직했다고 한다.

스필버그 감독은 미국 CBS 인터뷰에서 부모님 분장을 한 배우들을 보고 “눈물이 터지리라고 생각지도 못했는데 울어버렸다”고 했다. 완성된 집 세트장을 보고도 울컥했고, 음악감독이 만든 엄마와 아들 테마곡을 들을 땐 서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스필버그 감독 자전 영화#파벨만스#거장의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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