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면 집행유예 취소”…40대 러시아인에 이색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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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23일 14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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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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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술에 취해 자신이 일하던 공장에 화염병을 던진 40대 러시아인에게 ‘금주’를 조건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23일 일반건조물방화미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러시아인 A 씨(40대·남성)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11월 27일 제주 시내에서 자신이 일하던 공장에 침입해 직접 제작한 화염병 2개를 가스 저장탱크 등에 던진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A 씨에게 특별준수사항으로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의 술을 마시지 말라고 명령했다. 이를 어길 시 집행유예가 취소돼 실형에 처해질 수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화염병을 던진 곳은 회사 공장, 가스저장탱크 등으로 매우 위험성이 높았다”며 “다만 해당 공장이 처벌을 원치 않고 있으며, 주변의 여러 사람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보호관찰 기간 중 혈중알코올농도가 0.03%를 넘도록 음주해서는 안 된다. 보호관찰관이 진행하는 음주 측정에도 따라야 한다”고 경고했다.

A 씨는 범행 6개월 전까지 해당 공장에서 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범행 당시 3m 높이의 담장을 넘어 공장에 침입했다. 그는 현장에서 술병에 휘발유를 넘는 방식으로 화염병 2개를 직접 제작했고, 1개를 바닥에 던져 불이 붙는 모습을 확인했다. 나머지 화염병 1개는 공장에 있는 가스 저장탱크 쪽으로 던져 불을 지르려 했다.

다행히 불은 가스 저장탱크에 옮겨붙지 않았고, 그을음 정도의 피해만 생겼다. A 씨는 범행 과정 중 기계 설비 전선을 자르는 등 100만 원 상당의 재물을 손괴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 과정에서 A 씨 측은 “A 씨가 우울증 등으로 술에 의존해 생활했다”며 “현재 피해 공장과 합의를 완료했다”고 선처를 호소한 바 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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