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절벽, 대형 M&A로 넘자”… 글로벌 제약사들 활로 찾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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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잔즈’ 등 특허 만료 앞둔 화이자
시젠 인수 제약업계 3번째 규모
MSD-BMS는 효자상품 개량 나서
국내 기업, 바이오시밀러 출시 준비

695억 달러(약 91조450억 원).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가 2021년부터 인수합병(M&A)에 투자한 비용이다. 화이자는 이달 13일 신약 개발 기업인 시젠을 제약업계 역사상 세 번째로 큰 규모인 430억 달러(약 56조3300억 원)에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M&A에 나서고 있다. 주력 상품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매출 감소를 예방하기 위해 내세운 전략이다.

1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화이자를 포함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요 약물의 특허가 만료되는 ‘특허 절벽’을 앞두고 매출을 방어하기 위한 활로 모색에 나섰다. 특허가 만료되면 유사한 효능을 가진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대거 출시되기 때문에 오리지널 의약품의 매출은 크게 감소한다. 2025년부터 ‘젤잔즈’ ‘입랜스’ ‘엑스탄디’ 등 주요 의약품 3개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는 화이자는 특허 만료로 인한 손실액을 170억 달러로 추산했다.

세계 누적 판매량 1위인 ‘휴미라’의 개발사 애브비 역시 M&A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휴미라는 류머티즘 관절염, 건선 등 면역체계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지난해 매출만 212억 달러에 이르지만 올해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리처드 곤잘레스 애브비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2월 “(특허 만료에 대응하기 위해) 그간 연간 20억 달러로 제한돼 있었던 인수합병 비용의 상한선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안재열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상무는 “내공 있는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수세에 몰린 글로벌 제약사들이 가장 쉽고 확실하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직접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나선 제약사도 있다. 특허를 방어하는 입장에서 공격자로 태세 전환을 한 셈이다. 화이자는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뛰어들며 현재까지 총 7개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출시했다. 노바티스는 바이오시밀러 사업부인 산도스를 분사해 사업을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산도스의 매출은 92억 달러다.

미국 머크(MSD)와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은 외형 확대보다는 기존의 약물을 개량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두 회사는 각각 ‘키트루다’와 ‘옵디보’라는 면역항암제를 보유하고 있다. 모두 강력한 항암제로 높은 판매액을 올리는 ‘효자상품’이지만 정맥주사이기 때문에 환자가 한 시간가량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두 기업은 5분 내외로 투여가 끝나는 피하주사 형태를 개발하고 있다. 키트루다는 2028년, 옵디보는 2026년 특허가 만료된다.

주요 약물의 특허 만료는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에는 큰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 바이오시밀러 업계를 견인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의 경우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마친 상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하드리마’는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상태로 올해 7월 1일 출시 예정이다. 셀트리온의 ‘유플라이마’ 역시 FDA에 허가 신청을 제출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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