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고개를 들어 그 덧없는 아름다움에 경탄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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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인문학-예술 등 넘나들며, ‘구름 덕후’가 쓴 구름의 모든 것
◇구름 관찰자를 위한 가이드/개빈 프레터피니 지음·김성훈 옮김/464쪽·2만2000원·김영사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일을 꼽으라면 멍하니 흘러가는 구름을 쳐다보는 걸 빼놓기 어렵다. 책은 쓸데없는 일을 사랑하는 구름 ‘덕후’가 쓴, 구름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하층운, 중층운, 상층운 등 구름의 분류에 따라 정리된 목차만 보면 과학적인 내용만 담겨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구름이 어떻게 생기고 자라나서 비를 내리는지와 구름의 종류별 특징뿐 아니라 구름과 관련된 세계 각지의 고전과 신화, 예술을 망라한다.

적운(뭉게구름)치고는 큰 편이 아닌 1㎦ 부피의 구름에는 2.5t 코끼리 80마리 정도 무게의 물방울이 담겨 있다고 한다. 비구름이 싫어도 구름이 바닷물을 담수화하지 않으면 우리가 마실 수 있는 물이 사라진다는 것 정도는 알아둬야 한다. 호주 퀸즐랜드 북부 버크타운 일대에서는 길이가 1000km나 되는 두루마리 형태의 장엄한 층적운이 생긴다. ‘모닝 글로리’라는 이름이 붙은 이 구름을 보기 위해 봄이면 수천 km 밖에서 활공기 조종사들이 모여든다고 한다.

‘무해한 덕질의 끝판왕’ 같은 이 책에는 구름과 관련된 온갖 얘기가 나온다. 적란운을 만나 1만4300m 고도에서 비상 탈출한 뒤 난류 속을 40분 동안 떠다닌 전투기 조종사, 베트남전쟁 당시 적의 이동을 힘들게 하려고 미군이 비밀리에 실시한 인공 강우 등이다. “구름계의 다스베이더, 적란운” 등 익살스러운 표현이 책장이 술술 넘어가게 만든다.

영국에 사는 저자는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했고, 대학 기상학과 방문연구원을 지냈으며, 왕립기상학회로부터 상을 받았다. 영국에서는 뜬구름 잡는 이 책을 기다리던 사람이 많았나 보다. 출판사 27곳이 이 책의 출판을 거절했지만 막상 출간되자 20만 부 넘게 팔렸다.

저자가 2005년 만든 ‘구름감상협회’는 120개국에 5만여 명의 회원이 있다고 한다. 협회 선언문은 촉구한다. “우리는 ‘파란하늘주의’를 만날 때마다 맞서 싸울 것을 맹세한다.…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 그 덧없는 아름다움에 경탄하라. 그리고 구름 위에 머리를 두고 사는 듯, 공상을 즐기며 인생을 살라.”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구름 관찰자를 위한 가이드#구름 덕후#구름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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