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모든 난임부부에 시술비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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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개선 첫 대책 발표
소득기준-시술별 횟수 제한 폐지
3040 여성 난자 동결 시술비용
고령산모 기형아 검사비도 지원

아이가 없는 A 씨 부부는 2년 전 시험관 시술을 결심했다. 그런데 번번이 임신에 실패하면서 갈수록 경제적 부담이 커졌다. 한 번 시술할 때마다 비용은 200만 원 가까이 들었다. 정부가 난임 시술비를 지원한다고 해서 알아봤는데 ‘중위소득 180% 이하’ 기준을 초과해 혜택을 받지 못했다.

한편 30대 중반인 B 씨는 지금 당장 결혼 계획이 없지만 언젠가 결혼해 아이를 낳을 생각이다. 이 때문에 난자 동결을 결심했는데 문제는 회당 250만∼500만 원이나 하는 시술비였다. B 씨는 “가임력을 보존하려는 미혼 여성에 대한 지원이 없어 아쉽다”고 했다.

서울시가 합계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첫 대책을 8일 내놨다. 2026년까지 2123억 원을 투입해 난임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매년 신생아 10명 중 1명 정도가 시험관이나 인공수정 등 난임 치료로 태어나는 상황에서 관련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 난자 동결 시술비도 첫 지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난임 진단을 받은 사람은 25만 명(서울 8만2000명)에 달한다. 난임 시술 인원도 2019년 12만3322명에서 2021년 14만3999명으로 늘고 있다. 그러나 난임 시술을 받으려면 한 번에 150만∼400만 원 정도가 든다.

현재 건강보험 적용 후 본인부담금 중 20만∼110만 원을 지원하는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이 시행되고 있지만 중위소득 180%(올해 2인 가족 기준 세전 월 622만 원) 이하여야 지원 대상이 된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이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이들이 적지 않다.

이에 서울시는 소득 기준을 폐지해 모든 난임부부에게 난임시술비 본인부담금을 최대 110만 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인공수정 5회 등 시술별로 횟수 제한을 뒀지만 이 역시 폐지해 자신에게 적합한 시술을 꾸준히 시도할 수 있게 했다.

또 난자 냉동 시술을 원하는 3040 여성에겐 첫 시술 비용의 50%(최대 200만 원)를 지원한다. 최근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미혼 여성 사이에 난자 동결을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회당 250만∼300만 원의 비용을 전액 자비로 부담해야 했다. 난자 냉동 시술 비용을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건 서울시가 처음이다. 시 관계자는 “여성의 ‘가임력 보존’을 지원하고 장래 출산 가능성에 투자하는 게 현실적 방안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고령 산모 기형아 검사비도 지원
시는 35세 이상 산모에게 기형아 검사비를 최대 100만 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출산 연령이 높아지는 것을 감안해 고령 산모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35세 이상 산모의 출산이 전체의 35%를 차지한다”며 “고령 산모는 기형아를 출산할 확률이 9배나 높아 기형아 검사가 필수”라고 했다.

또 난임시술로 급증하는 쌍둥이의 자녀안심보험 가입을 지원해 의료비 부담도 덜어주기로 했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선 쌍둥이가 2210명, 세쌍둥이 이상은 85명이 태어났다.

오세훈 시장은 “난임 지원 확대를 시작으로 실효성 있고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 저출산 대책을 집중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난임부부#시술비#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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