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키이우 깜짝 방문 “푸틴 틀렸다”… 5억달러 군사원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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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1년’ 푸틴 의회 연설 하루전
“시간 걸리더라도 우크라 편 설 것”… 동맹 등 자유진영에 확고한 메시지
美 “中, 러 무기지원 레드라인 넘어”… 中 “이래라저래라 말라” 발끈

젤렌스키 대통령과 악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4일로 1년을 맞는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가운데)이 2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예고 없이 
전격 방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키이우 마린스키 궁전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왼쪽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 키이우=AP 뉴시스
젤렌스키 대통령과 악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4일로 1년을 맞는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가운데)이 2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예고 없이 전격 방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키이우 마린스키 궁전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왼쪽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 키이우=AP 뉴시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4일로 1년을 맞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전격 방문했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20∼22일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를 찾을 예정이었지만 이에 앞서 키이우를 찾은 것이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5억 달러(약 6485억 원)의 추가 군사원조를 약속하며 “미국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왔다. 미국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크라이나 편에 설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2년 차 목표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회 연설을 하기 하루 전에 이뤄졌다. 그동안 여러 서방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를 찾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가 21∼24일경 대대적인 미사일 공격 등 총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동맹국 결속이 필요한 시점에 ‘깜짝 방문’을 한 것이다.

● 바이든, 우크라 방문 통해 동맹에 메시지

이날 바이든의 키이우 방문은 비밀리에 이뤄졌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밤 부인 질 여사와 외식을 한 뒤 조용히 워싱턴을 떠났다. 백악관은 19일 밤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아직 워싱턴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20일 폴란드-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10시간 동안 열차를 타고 키이우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노란색이 사선으로 섞인 넥타이를 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당신의 방문은 우크라이나 모든 국민을 지지한다는 매우 중요한 신호”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장거리 무기뿐 아니라 이전에 제공되지 않았지만 새롭게 공급될 수 있는 무기들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동에서 5억 달러 규모의 새 군사 원조 계획을 제시하며 “추가 군사 원조에 포탄과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곡사포 등 더 많은 군사 장비가 포함될 것이다. 미국과 세계는 우크라이나의 편”이라며 연대 의지를 강조했다고 미 CNN 방송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주 내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서방에 촉구하고 있는 최신식 전투기는 지원 목록에서 빠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5시간 넘게 키이우에 머문 뒤 다시 폴란드로 이동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별도 성명에서 “푸틴이 거의 1년 전 침략했을 때 그는 우크라이나가 약하고 서방이 분열돼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완전히 틀렸다”고 밝혔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 전) ‘우리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여전히 헌신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 동맹국들을 안심시키고 싶다’는 뜻을 참모들에게 밝혔다”고 전했다.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구심점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전쟁 장기화에 따른 진영 내 균열을 막으려는 취지라는 뜻이다.

전쟁 1년을 앞두고 서방 국가들도 결집하는 모습이다. 주요 7개국(G7) 정상은 24일 온라인 회의를 개최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초대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결의를 재차 다질 계획이라고 NHK가 전했다.

러시아 관영매체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방문을 강하게 비난했다. NYT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은 러시아를 상대로 서방이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서구 집단의 도구”라고 주장했다.

● 미중 간 충돌하는 2개의 ‘레드라인’

최근 미국과 중국-러시아가 서로 “레드라인(red line·금지선)을 넘고 있다”며 충돌하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영역 밖인 우크라이나 땅을 직접 밟자 국제사회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19일 CNN에 “중국과 다른 국가가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이는 레드라인이다. 필요할 경우 중국과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미 고위 관계자들은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무기 지원 가능성을 거듭 경고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8일 CBS 방송에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첩보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은 블링컨 장관의 경고를 두고 “중-러 관계에 대해 미국이 이래라저래라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는 2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 등을 만나 양국 관계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을 지낸 중국 전문가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트위터에 “‘대만 독립에 대한 미국의 지원’과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군사 지원’이라는 두 레드라인을 둘러싼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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