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케미칼, 삼성SDI에 10년간 40조 양극재 공급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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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이래 최대규모 계약 성사
지난해 실적 단숨에 뛰어넘어
삼성SDI는 車업체에 공급 계획
“탈중국 전략 명확히 드러났다”

포스코케미칼이 삼성SDI에 2032년까지 전기차 배터리용 하이니켈 양극재 40조 원어치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포스코케미칼 창사 이래 최대 금액이자, 배터리 소재 관련 계약 중 국내 최대 규모다. 중국산 배터리 원자재 사용 비율을 낮추도록 유도하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따라 삼성SDI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케미칼은 올해부터 10년 동안 삼성SDI에 40조 원 상당의 NCA(리튬, 코발트, 알루미늄)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30일 공시했다. 연간 평균으로는 4조 원 규모로, 지난해 포스코케미칼 매출액 3조3019억 원(잠정)을 뛰어넘는 규모다. 지난해 포스코케미칼은 양극재 및 음극재 공급 계약 3건을 통해 약 23조 원 규모의 매출을 확보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지난해 전체 실적을 단숨에 넘어서게 됐다. 아울러 포스코케미칼은 처음으로 삼성SDI에 양극재를 공급하기로 하면서 새 납품처를 확보하게 됐다. 포스코케미칼이 납품할 양극재는 NCA 제품이다. 양극재는 차량용 배터리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소재다. 그동안 포스코케미칼은 주로 리튬, 코발트, 망간(NCM) 배터리용 양극재를 납품해 왔다. 이번 계약을 통해 양극재 납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게 됐다.

양사는 계약 금액만 밝혔으며, 구체적인 양극재 생산 규모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포스코케미칼은 삼성SDI용 양극재 납품을 위해 생산설비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해 11월 양극재 생산 단일공장 기준 세계 최대인 연 9만 t(톤) 규모를 갖춘 광양공장을 준공했다. 또한 경북 구미공장(1만 t), 중국 절강포화 합작공장(5000t), 포항에 건설하는 6만 t 규모 공장을 포함해 조만간 16만5000t 규모의 생산력을 확보하게 된다. 2030년까지는 연 61만 t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포스코케미칼 측은 “광양공장 설비 등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향후 설비 확대를 위한 투자도 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SDI는 포스코케미칼을 통해 확보한 양극재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공급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배터리 합작사를 짓고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에서 전기차 수요가 크게 늘면서 제너럴모터스(GM) 등이 삼성SDI의 새로운 파트너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삼성SDI는 에코프로비엠과 공동 출자해 양극재 생산기업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했다. 경북 포항시 양극재 공장 준공에 이어 포스코케미칼과 장기 계약까지 맺음으로써 안정적인 배터리 소재 공급망을 구축하게 됐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양사가 장기간 확고한 신뢰관계를 확보함으로써 규모 있는 성장을 함께 이룰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규모 공급 계약은 IRA에 따른 중국산 외 소재 확보를 위한 배터리 제조사 및 완성차 업체들의 ‘탈중국’ 전략의 적극적 실행 방안 중 하나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에서 파는 전기차에 대당 7500달러의 세액공제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광물 40% 이상을 조달해야 한다. 이 비율은 2027년 80%까지 늘어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시장에서 중국산 양극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기준 약 58%에 이른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IRA에 대응해 중국 외 배터리 공급망으로는 한국 기업들이 가장 유력하고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전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포스코케미칼#삼성sdi#양극재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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