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에 나가겠다” 진술 거부하던 李, 檢 성남시 문건 꺼내자 “처음 봐, 몰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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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 열람에만 3시간 40분 걸려
野 “검찰 편의대로 발언 발췌
실시간 보도 유도하며 국민 기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10일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오후 6시까지만 조사를 받겠다”는 말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표는 전날(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준비해온 6쪽 분량의 진술서로 답변 대부분을 대체했다고 한다. 또 사실상 진술 거부와 다름없는 태도로 “오후 6시에는 무조건 나가겠다”는 말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의 태도가 바뀐 것은 수사팀이 당시 성남시 요구사항이 담긴 문건을 제시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수사팀이 네이버와 두산, 차병원 관계자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을 만난 후 성남시의 요구안을 정리한 문건 등을 제시하자 이 대표는 “나는 모르는 일” “정진상이 그랬다는 거냐” “처음 봤다” 등의 답변을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또 오후 7시 조사를 마친 뒤 오후 10시 40분까지 3시간 40분가량 조서를 열람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대표가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 대표가 2015년 2, 3월 곽선우 당시 성남FC 대표에게 “성남FC 운영을 정진상에게 맡겨뒀다. 정진상과 상의해서 모든 걸 결정하라”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당시 성남FC에서 ‘정 전 실장의 뜻’이 사실상 ‘이 대표의 뜻’으로 통한 만큼 꼬리 자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기업들이 이 대표 측에 부지 용도 변경 등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두산, 네이버 등 6개 기업이 160억여 원의 후원금을 냈다는 진술과 문건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당시 이 대표의 발언 등이 언론에 보도되자 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11일 논평을 내고 “조사 상황과 내용을 검찰 편의대로 편집·발췌·왜곡해 실시간으로 보도하도록 유도하고 거짓말까지 하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수사기관인지 불한당인지 구분이 안 된다”며 검찰을 맹비난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이재명#성남fc 후원금 의혹#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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