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둘레길 완주, 자전거 그랜드슬램 달성…“15년 동안 68kg 유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30일 10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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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현 이대목동병원 유방외과 교수가 2010년 이후 12년 동안 전국 걷기길과 자전거길을 돌며 건강을 다졌다. 안 교수가 자전거 전국 완주 그랜드슬램 기념 메달과 서울둘레길 완주 기념을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안세현 이대목동병원 유방외과 교수(65)는 유방암 수술 분야에서 최고의 베스트닥터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년 동안 2만6000여 건의 유방암 수술을 집도했다. 하루 평균 2.6회다. 국내 1위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실적이다.

수술을 이렇게 많이 집도하려면 강인한 체력이 필요하다. 안 교수는 아직 체력적으로 문제를 느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올 3월 건강검진에서도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등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나타났다. 최근 15년 동안 체중은 68㎏을 유지하고 있다.

건강 비결을 물었다. 안 교수는 “생활 자체가 운동”이라고 했다. 의자에 앉는 시간은 줄이고, 병원 안이든 밖이든 걷는 시간을 늘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퇴근 후 한강 둔치에서 걷거나 자전거를 탔다. 주말농장도 직접 가꿨다. 안 교수는 10월까지 춘천에서 옥수수, 감자, 고추 농사를 했다.

안 교수의 연구실 책장에는 메달들이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안 교수는 “걷기와 자전거 타기의 결과물”이라며 웃었다.

● 전국의 웬만한 걷기길 완주
안세현 교수가 병원 앞으로 나 있는 산책로를 걷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안세현 교수가 병원 앞으로 나 있는 산책로를 걷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2010년 걷기 열풍이 불었다. 평소 걷기를 좋아하던 터라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나도 걸어볼까?’

대학교수들은 일정 근무 기간을 채우면 1년 동안 안식년 휴가를 준다. 안 교수는 환자들이 너무 많아 1년을 오롯이 쉴 수 없었다. 그 때문에 한두 달씩 쪼개 몇 년에 걸쳐 휴가를 써야 했다. 그 휴가를 이용해 전국 걷기길(둘레길)을 완주하리라 결심했다.

그 즈음 제주도에 갔다가 풍광에 반해 버렸다. 진심으로 꼭 걸어보고 싶은 길이었다. 바로 안식년 휴가를 내고 일주일 동안 제주올레길 코스 여러 곳을 걸었다. 이게 시작이었다. 안 교수는 틈날 때마다 휴가를 내고 제주도에 내려가 나머지 코스를 걸었다. 이런 식으로 2017년까지 8년 동안 26개 코스, 425㎞를 완주했다. 제주올레길은 현재 27개 코스, 437㎞로 늘어난 상태다.

걷다 보니 그 매력에 심취했다. 제주올레길을 완주하면서 동시에 지리산둘레길에도 도전했다. 2018년까지 22개 코스, 295㎞를 완주했다. 제주올레길 완주에 8년이 걸렸는데 지리산둘레길 완주에는 3년이 걸렸다.

이어 서울 둘레길(8코스, 157㎞), 북한산 둘레길(21코스, 72㎞), 부산 갈맷길(21코스, 270㎞)도 완주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에 걸쳐 부산에서 강원 고성에 이르는 50코스, 770㎞ 길이의 해파랑길도 다 걸었다. 지난해에는 5일 만에 경기 구리에서 양평에 이르는 10코스, 125㎞의 경기옛길평해길을 완주했다.

국내 걷기길을 거의 다 걸었으니 다음 목표가 생겼다. 산티아고 순례길이었다. 올해 5월 그 꿈을 이뤘다. 16일에 걸쳐 전체 800㎞ 중에서 250㎞를 걸었다.

걷는 요령이 있을까. 안 교수는 “천천히 속도 조절을 하면서 걸어야 한다. 시속 3~4㎞ 속도로 7, 8시간 걷는다. 그러면 대체로 하루에 20~25㎞를 주파한다”고 말했다.

● 자전거 완주 그랜드슬램 달성
안세현 교수가 병원 앞 자전거 도로에서 라이딩을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안세현 교수가 병원 앞 자전거 도로에서 라이딩을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제주올레길 완주에 도전하고 4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번에는 자전거에 흠뻑 빠졌다. 당시 전국적으로 강을 정비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동시에 자전거 길도 잇달아 만들어졌다. 자전거만 있으면 전국을 누빌 수 있게 된 것이다.

제주올레길을 걸으면서 자신감도 생긴 상황이었다. 내친김에 자전거 국토 완주 그랜드슬램에 도전했다. 그랜드슬램을 완성하려면 △국토 종주(아라서해갑문~낙동강하구둑) △4대강 자전거길 종주 △구간별 종주(강원도 동해안 자전거길, 제주 해안도로 등)를 끝마쳐야 한다.

2014년 가장 먼저 국토 종주에 도전했다. 아라서해갑문에서 출발해 충주까지 2박 3일 동안 자전거를 탔다. 그다음에는 고속버스를 타고 상경했다. 두 달 후 충주로 가서 3박 4일 동안 낙동강하구둑까지 자전거를 탔다. 2회에 걸쳐 안 교수가 자전거를 탄 거리는 633㎞나 됐다. 첫 자전거 여행을 국토 종주로 마무리했다.

안 교수는 달리기는 따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전거의 속도감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후 틈나는 대로 한강 둔치에서 자전거를 탔다. 하지만 국토 완주 그랜드슬램 계획은 당장 이행하지 못했다. 걷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데다 병원 업무도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2020년 다시 자전거를 꺼냈다. 그해에 동해안 강원 지역(242㎞)과 동해안 경북 지역(76㎞)을 달렸다. 2021년 들어서는 제주도 일주(234㎞), 오천자전거길(105㎞), 금강자전거길(146㎞)을 돌았다. 올 들어 4월까지 영산강(133㎞), 섬진강(149㎞)을 추가로 돌았다. 이렇게 해서 총 1718㎞의 거리를 자전거로 달렸다. 마침내 자전거 국토 완주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 “30년 넘게 간헐적 단식”


요즘 안 교수는 걷기와 자전거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올 9월 현재의 병원으로 옮긴 뒤 환자도 더 늘었고, 젊은 교수들에게 수술 노하우를 전수하느라 시간이 나지 않았다. 그나마 1주일에 사흘은 전철로 출퇴근하면서 하루 1시간 정도는 걷는 게 다행이라 했다.

안 교수는 하루빨리 다시 걷고 자전거 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안 교수는 “그동안 충분히 운동을 많이 해 놓은 덕분에 앞으로도 몇 달 동안은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 않겠지만, 그 후로는 장담하지 못한다”며 “빨리 시스템을 안정시켜 놓고 다시 운동하고 싶다”며 웃었다.

운동을 다시 한다면 새로운 종목을 추가하고 싶단다. 상체 근력 운동이다. 안 교수는 “하체는 튼튼하니까 상체만 보강하면 균형 있는 몸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뒤늦게 안 교수가 또 하나의 건강 비결을 알려줬다. 전공의 시절부터 유지하고 있는 식사 습관이다. 보통 오후 7시에 식사를 한 후 다음 날 오전 11시까지 금식한다. 요즘 유행하는 간헐적 단식을 30년도 훨씬 전부터 해 온 셈이다.

안 교수는 아침 겸 점심을 병원 구내식당에서 먹는다. 음식 종류는 가리지 않는다. 다만 양을 줄여 먹는다. 대신 저녁 식사는 넉넉히 먹는 편이다.

가까운 산책로부터 벗과 함께 걸어보아요
안세현 교수는 50대 이후에 전국 걷기길 완주와 자전거 국토 완주 그랜드슬램에 도전했다. 10년 넘게 지속한 끝에 60대 이후에 완주에 성공했다. 고령자들에게 이런 도전이 무모한 건 아닐까. 안 교수는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계획을 잘 세우고 그대로 이행한다면 60대 이후에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가까운 산책로부터 걷기를 추천했다. 그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가장 가까운 걷기길(둘레길)을 걸어보고, 다음에는 마음에 드는 전국 걷기길을 찾아 걷는다. 서울 시민이라면 우선적으로 서울둘레길 걷기를 추천했다. 한 코스를 정해 휴일마다 걷고, 나중에 서울둘레길을 모두 걸었다면 휴가를 이용해 먼 곳에 있는 걷기길에 도전하라는 것이다.

혼자 걷기보다는 벗이 있는 게 좋단다. 자연 속에서 ‘힐링’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도 있지만 오래 걷다 보면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가족이나 친구, 동호회 회원들과 걷거나 자전거를 탄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 목표를 명확히 정하는 게 좋다. 그래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그게 동력이 돼 다음 목표를 다시 정할 수 있다. 물론 전국의 걷기길을 완주하거나 자전거로 국토 완주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안 교수는 “자신의 상황에 맞춰 더디더라도 완주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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