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트럼프가 의회난입 원인… 기소해야” 권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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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선동-공무방해 등 4개 혐의
전직 대통령에 사상 첫 기소 권고

미국 의회 특별조사위원회가 지난해 1월 6일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사진)에 대한 형사 처벌을 법무부에 권고했다.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지지층을 선동하고 선거 결과를 조작하려 한 혐의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미 의회가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권고한 것은 처음이다.

미 하원 1·6 의회 난입 사태 특별위원회는 19일(현지 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반란 선동, 공무집행 방해, 미국에 대한 사기 음모, 거짓 진술 음모 등 4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할 것을 법무부에 권고했다.

특위는 이날 154쪽 분량의 조사보고서 요약본에서 “1·6 사태의 핵심 원인은 단 한 사람, 트럼프 전 대통령이었다”며 “그가 없었다면 1·6 사태의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강성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인증 절차를 막겠다며 의회에 난입한 사상 초유의 폭동 사태 배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다만 의회 권고에 구속력은 없다. 기소 여부는 법무부가 결정한다. 법무부는 지난달 특별검사를 임명해 1·6 사태와 기밀문서 유출 혐의를 자체 수사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극도로 당파적인 위원회가 만든 가짜 혐의”라고 반발했다.

美의회 특위 “의사당 난입은 쿠데타 시도, 트럼프가 반란선동 핵심” 만장일치 결론


트럼프 형사처벌 권고


“대선결과 뒤집으려 폭동 부추겨”
트럼프 “가짜 혐의 만들어” 반발




“전직 대통령을 포함해 누구도 법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

“표 좀 몰아달라” 트럼프 녹취록 재생 19일(현지 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국회의사당 하원 ‘1·6 의회 난입 사태
 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직후 브래드 래펀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로 “선거에서
 이기는 데 필요한 1만1000표를 구해 달라”고 말하는 녹취록 내용이 재생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표 좀 몰아달라” 트럼프 녹취록 재생 19일(현지 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국회의사당 하원 ‘1·6 의회 난입 사태 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직후 브래드 래펀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로 “선거에서 이기는 데 필요한 1만1000표를 구해 달라”고 말하는 녹취록 내용이 재생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 하원 1·6 의회 난입 사태 특별위원회(특위) 베니 톰프슨 위원장(민주당)은 19일(현지 시간) 법무부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처벌 권고 결정을 발표한 뒤 이같이 말했다.

특위는 지난해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 강성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 승리라는 대선 결과 확정을 막으려고 의회에 난입해 유혈 폭동을 벌인 사건을 ‘쿠데타 미수’로 규정하며 이 사태 중심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233년 미국 역사에서 의회가 전·현직 대통령 기소를 법무부에 권고한 것은 처음이다.

1·6 의회 난입 사태 특위는 이날 마지막 회의를 열고 9명(민주당 7명, 공화당 2명) 위원 만장일치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 권고를 결정했다. 지난 18개월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를 비롯한 측근 등 1200여 명을 조사하고 10차례 공개 청문회를 연 특위는 이날 조사 결과를 모은 154쪽 분량의 요약 보고서를 내놓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1·6 의회 난입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위는 보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반란 선동과 공무집행 방해, 미국에 대한 사기 음모, 거짓 진술 음모 등 최소 4가지 혐의를 입증했다고 밝히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사기 주장은 사전에 계획된 것이었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을 법무장관 대행에 앉혀 ‘법무부가 선거 사기 증거를 갖고 있다’는 서한을 각 주 의회에 보내려 했으며, 조지아와 애리조나를 비롯한 7개 주에 가짜 선거인단 명부 제출을 압박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는 증언도 보고서에 담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새로운 증언도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 최측근이던 호프 힉스 전 백악관 선임 보좌관은 당시 1·6 의회 난입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조언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뿐”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마이클 루티그 전 연방 항소법원 판사는 증언에서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은 미국 민주주의의 진정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특위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마크 메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 루돌프 줄리아니 변호사 등 5명에 대해서도 기소를 권고했다. 증언을 거부한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공화당 주요 인사에 대해선 의회 윤리위원회 회부를 요구했다.

이번 기소 권고로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됐다. 의회 기소 권고는 강제성이 없지만 법무부는 이미 특별검사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반란 선동 혐의 등이 인정되면 최장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법무부가 기소를 결정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출마 자체가 막힐 수도 있다.

공화당 소속 리즈 체니 특위 부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도들을 즉각 막으려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명백히 직무를 유기했으며 어떤 공직에도 적합하지 않다”며 “다시는 공직에 봉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내년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는 공화당은 1·6 의회 난입 사태 특위에 대한 조사를 예고해 미 정치권의 혼란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이달 초 톰프슨 위원장에게 특위가 수집한 모든 정보와 자료를 보존할 것을 요구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트럼프#의회난입#형사 처벌#쿠데타 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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