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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뒷날개]매연으로 가득 찬 도시… 다시 맘껏 숨쉬고 싶다

신새벽 민음사 편집부 인문사회팀장
입력 2022-12-10 03:00업데이트 2022-12-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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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전쟁/베스 가디너 지음·성원 옮김/444쪽·1만8500원·해나무
서울 강남구의 교통문제를 분석한 책의 원고를 읽다가 사무실을 나와 걸어서 한남대교를 건넜다. 원고에 묘사된 자동차 소음, 매연이 직접적으로 느껴졌다. 차량 행렬에 포위된 느낌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봉쇄된 영국 런던에서 환경 저널리스트인 베스 가디너가 느낀 건 깨끗한 공기와 안전한 거리였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처럼 자동차는 부재할 때 존재가 느껴진다. 배기가스를 내뿜는 자동차 없는 런던은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도시였다.

‘공기 전쟁’은 들숨과 날숨의 위기를 다루는 교양과학서다. 오염된 공기가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는 게 요지. 산업혁명 시절 이야기가 아니다. 영국의 한 환경운동 단체는 “2015년 런던의 연간 사망자 중 20%가 더러운 공기 때문에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후 이 환경단체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그게 맞을 리가 없어. 그랬다면 내가 느꼈겠지!”

물론 질병이나 교통사고와 달리 공기 오염의 영향은 측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장기 연구한다. 1994∼2004년 과학자들은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의 학교 체육관, 도서관, 급식실에서 아이들의 폐활량을 비롯한 건강 지표를 조사했다. 그 결과 나쁜 공기는 어린이 100명 중 최소 6명에게 평생 지속되는 건강 문제를 초래한다고 밝혀냈다.

가디너는 누구나 100명 중 6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전 세계 도시 공기가 악영향을 미친 사례를 조사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스모그 속에서 저체중 아기를 낳은 과학자, 폴란드 크라쿠프의 석탄 먼지 속에서 코피를 쏟는 주민, 인도 델리에서 기침이 그치지 않는 삼륜택시(오토릭샤) 운전사를 만났다. 중국의 스모그를 기록한 저널리스트 차이징은 종양을 달고 태어난 자신의 아기 사진을 가디너에게 보여줬다. 가디너 역시 런던의 스모그 속에서 그토록 바라던 둘째 아이를 갖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가디너는 주장한다. 실효성 있는 규제법이 있으면 기업은 오염물질 배출량을 낮출 신기술을 만든다는 것. 개인의 몫은 기업과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 독자들에게 기업은 원래 이윤만 추구한다거나, 정부의 개입에는 한계가 있다고 여기며 체념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가디너가 만난 자동차회사 회장, 아마추어 과학인, 미국 공화당·민주당 의원, 중국 공산당 간부, 스타트업 대표, 트럭 운전사, 인권 변호사 모두가 맑은 공기를 되찾기 위해 싸우고 있다. 가디너는 3년 동안 250명을 취재했다. 그렇게 캐낸 소박한 진실은 ‘돈보다 인간의 목숨을 중시한다’는 원칙은 인간의 몫이라는 것이다.

신새벽 민음사 편집부 인문사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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