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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응원의 힘[이재국의 우당탕탕]〈74〉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입력 2022-12-09 03:00업데이트 2022-12-09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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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사람은 ‘응원’을 받고 살아야 한다. 응원은 약간의 시간과 관심만 있어도 되는 거라 부담스럽지 않고 부담을 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 간단한 응원 덕분에 누군가는 다시 힘을 내고, 다시 일어서고, 다시 도전하는 의지를 갖게 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응원을 받고 싶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누군가 응원이 필요한 선후배에게 응원을 해주고 싶어서 하는 말이다. 나도 힘들 때 주변 사람들의 응원을 받고 “그래, 다시 해보자” 힘내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으니까.

이번 월드컵에서도 우리는 응원의 힘을 보여줬다. 머나먼 이국땅 카타르까지 가서 목이 터져라 선수들을 응원하고, 차디찬 겨울밤에 광화문광장에 모여앉아 응원하고, 늦은 시간까지 집에서, 호프집에서 한목소리로 응원한 덕분에 우리는 월드컵 16강이라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모두가 꿈처럼 기억하는 2002년 월드컵 같은 순간은 다시 안 올 줄 알았다. 정치적으로 진보와 보수로 너무 편이 갈리면서 다시 한마음으로 대한민국을 외칠 수 있을까? 혼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번 2022년 월드컵에서 우리는 한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응원했고, 그 응원이 선수들에게 전해져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물론 응원이라는 게 실제로 효과가 있는 건지 과학적인 근거는 모르겠지만 응원을 듣고 앉아 있던 선수가 일어서고, 걷던 선수가 달리는 걸 보면 분명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이렇게 큰 목소리로 하는 응원도 있지만 누군가의 작은 목소리나 내 어깨를 감싸주는 작은 손짓 하나에도 응원의 힘을 얻는 경우가 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난 한동안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운전하고 가다가 신호대기에 걸린 순간에도 어머니 생각에 한참을 울었고,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눈 덮인 산만 바라봐도 눈물이 쏟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TV에서 ‘어머니’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나오는데 차마 끝까지 보지 못하고 안방에 들어가 한참을 울었다. 그런데 그때 안방 문이 스르륵 열리더니 여섯 살 딸이 들어왔다. “아빠, 뭐해. 왜 울어?” “응. 갑자기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할머니는 어디 계시는데?” “하늘나라에 계시지.” 그 얘기를 듣고 딸은 나를 꼭 안아주며 “아빠, 울지 마. 이제는 아빠랑 나랑 같은 팀이잖아.” 나는 그 한마디에 눈에서는 눈물이 났지만 입은 웃고 있었다. 쪼그만 게 뭘 안다고 날 응원해주는지.

몇 년 후, 초등학교 3학년 운동회를 하는 날 나도 응원으로 딸에게 화답했다. 달리기에 젬병이라 달리기만 하면 늘 하위 그룹에 있던 딸을 응원하기 위해 운동회 날 장인장모 두 분과 엄마, 아빠, 삼촌, 이모들까지 모두 동원해서 딸 이름을 부르며 목이 터져라 응원했고, 딸은 운동회에서 처음으로 2등을 했다. 응원의 힘인지, 그날 다른 친구들 컨디션이 안 좋았는지, 대진 운이 좋았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응원의 효과는 있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최초의 응원 구호는 1898년 미국 미네소타대 미식축구 경기에서 조니 캠벨이라는 대학생이 “힘내라! 힘내라! 그래, 힘내라!” 같은 구호를 외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2022년이 아직 20일 넘게 남았다. 힘내라! 힘내라! 그래, 힘내라!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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