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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특파원칼럼/문병기]미국은 어떻게 30년 만의 철도파업 막았나

입력 2022-12-05 03:00업데이트 2022-12-05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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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조 바이든, 파국 막으려 신념 꺾어
민주·공화, 반발 감수하고 초당적 합의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의회와 민주당, 그리고 공화당에 감사드리고 싶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미국 철도노조 파업을 막기 위한 ‘노사합의 강제법안’에 서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법안으로 미국은 경제적 재앙을 피할 수 있게 됐다”며 “민주당과 공화당이 이렇게 빨리 행동에 나서줘서 고맙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법안은 9일 철도 파업을 예고한 노조에 의회가 마련한 합의안을 강제하는 조치를 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법안은 나에게는 무척 힘든 일이었다”면서 “양당의 표결도 무척 힘들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처럼 철도노조의 파업 저지를 위해 앞장선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이고 민주·공화당도 적지 않은 위험을 감수했다.

먼저 ‘유니언(Union·노조) 조’라고 불릴 만큼 대표적인 친(親)노조 성향인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직접 의회에 노사합의 강제법안을 통과시켜 줄 것을 촉구했다. 미국에선 의회가 철도노조 파업을 막기 위해 직접 개입한 것을 이례적인 조치로 보고 있다. 미 의회의 개입 근거가 된 법안은 1926년에 제정된 철도노동법(Railway Labor Act). 하지만 96년간 이 법안이 사용된 것은 18번에 불과했다. 이 법에 따라 의회가 마지막으로 철도노조 파업에 개입한 것은 1992년으로 30년 전이다.

바이든 당시 상원의원은 이 법안에 대한 반대 여론을 주도했다. 30년 전 조지 부시 행정부와 여야 지도부가 표결을 강행하자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과 의회가 노동자들을 함부로 다루도록 허용하는 편향된 법안”이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그랬던 바이든 대통령이 정치적 신념을 뒤집고 철도노조 파업 저지를 위해 의회에 개입을 촉구하자 노조에선 “바이든은 배신자”라는 비난이 나왔다.

공화당 역시 바이든 행정부의 요청에 협조하는 것을 두고 당내 반발이 뒤따랐다. 상당수 공화당 의원이 철도노조 파업 저지를 위한 개입을 주장해 왔다고는 하나 공화당 일각에선 ‘왜 바이든 행정부의 실책을 우리가 나서서 해결해줘야 하느냐’는 불만이 많았다. 중간선거 후 물밑 권력 다툼이 한창인 공화당에서 강경파 의원들은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요구하며 당 지도부를 흔들고 있는 상황. 실제로 법안이 통과되자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철도 파업 중재에 실패한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에 법안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조시 헐리 상원의원은 “공화당은 죽었다”면서 반발했다.





여당인 미국 민주당도 결코 부담이 작지 않았다. 당내 핵심 계파인 ‘진보 코커스’는 파업 강행을 주장하는 일부 철도노조와 함께 당 지도부에 유급휴가 확대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공화당이 기존 백악관 중재안에서 오히려 유급휴가를 축소한 법안을 제시하자 민주당 상원 지도부는 진보 코커스의 반대에도 공화당 법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공화당이 각자의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고 철도노조 파업 저지를 위해 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 파업이 미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 때문이다. 중간선거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공화당 강경파를 ‘민주주의의 위협’으로 규정하고,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 탄핵 추진을 예고하면서 미국이 ‘정치적 내전’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민생 위기 앞에선 손을 잡은 셈이다. 미국 철도노조 파업과 화물연대 파업의 원인이 다르고, 한국과 미국의 정치적 환경도 다르다. 하지만 민생 앞에선 여야가 없어야 한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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