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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1000억 이상 민간펀드 3개뿐… 벤처로 자금 끌어들여야 활로

입력 2022-11-23 03:00업데이트 2022-11-23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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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타트업, 위기를 기회로]〈3〉 민간으로 투자축 옮기자
수조원대 민간 모펀드 美 12-中 5개… 국내 민간펀드 대형화-다양화 시급
정부, 최근 활성화 대책 등 적극 나서
인기 캐릭터 핑크퐁 개발자 출신이 창업한 3년 차 스타트업 마코빌. 올해 자체 지식재산권(IP) ‘치타부’의 유튜브 동영상이 상한가를 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하루 조회수가 200만 회 이상 나올 정도다.

2020년 마코빌이 창업할 때만 해도 추상적인 IP만 보고 투자하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민간 벤처투자자가 큰 힘이 됐다. 게임사 최고경영자(CEO)였던 박영호 라구나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과거 함께 일했던 마코빌 창업팀을 유심히 지켜본 뒤 초기 투자와 후속 투자까지 주도했다. 마코빌은 방탄소년단(BTS) 소속사로도 유명한 하이브 등으로부터 지난해 말 130억 원의 초기 투자(시리즈A)를 받았다.

이는 라구나인베스트먼트처럼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민간 펀드들이 최근 빠른 의사결정과 투자 안목으로 괄목할 성과를 내는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이런 사례가 흔치 않은 게 현실이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국내 민간펀드 투자는 대부분 초기 투자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기업 규모를 키우는 스케일업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벤처·스타트업 업계가 질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마코빌 사례처럼 민간 자금과 노하우를 벤처투자 시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모가 큰 후기 투자가 어려워지는 벤처 투자 혹한기에 민간 자금을 끌어들여 ‘돈맥경화’를 뚫는 동시에 스타트업의 스케일업과 글로벌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정부 주도로 조성된 8조 원 이상의 모태펀드가 ‘제2 벤처붐’을 이끌어 외형적인 성장을 했지만 의사결정이 늦고 초기 투자에 주로 집중된다는 한계가 있었다. 정부도 시중 자금의 저수지 역할을 할 민간 모태 펀드를 만들겠다고 발 벗고 나섰다.
○ “펀드 대형화-다양화 숙제”
22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00억 원 이상의 순수 민간펀드 수는 단 3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펀드(404개)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올해 8월까지 결성된 국내 순수 민간 벤처투자조합 약정금액은 3조2740억 원으로, 신규 벤처펀드 결성액(6조2001억 원)의 52.8%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벤처펀드의 3분의 2가 정책금융 출자를 받아 결성됐다. 민간자본의 자생적 기반과 대형화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벤처 선진국들은 정책펀드 외에 민간 모태 펀드를 운용하며 자본 유입을 확대하고 있지만 한국은 민간 모펀드가 ‘0개’다. 영국 금융정보업체 프레킨에 따르면 전 세계 민간 모태 펀드는 총 22개로 미국이 12개, 중국이 5개, 캐나다·영국·독일·사우디·브라질이 각각 1개씩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평균 운용 자산은 33억5000만 달러(약 4조5000억 원)에 이른다.

정부도 최근 민간 모태 펀드 활성화를 위한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 우선 정책목적 투자의무(60%) 규제 없이 수익성 중심으로 펀드를 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운용 자산의 40%는 기존 벤처펀드에서 투자가 제한됐던 상장주식, 해외기업, 사모펀드(PEF) 등에도 투자할 수 있게 했다. 법인 출자자에 최대 8% 세액공제를, 개인투자자에게 출자금의 10%를 소득공제 해주는 등 세제 인센티브도 마련했다.

벤처업계에서는 벤처펀드와 별개로 운영돼온 사모펀드 자금도 주목하고 있다. 사모펀드 시장은 기업 등 장기자금 운용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벤처 특화 투자 비중은 전체 사모펀드(322조5000억 원)의 1.9%(6조1000억 원)에 그친다.

자산운용업계 최초로 비상장투자 전용 사모펀드를 내놓은 DS자산운용은 지난해 회수한 5년 만기 펀드 시리즈 3개가 각각 147∼163% 수익률을 기록했다. 위윤덕 DS자산운용 대표는 “스타트업의 기업공개(IPO)가 어려워지면서 상장 전 기업의 세컨더리 시장이 더 중요해졌다. 벤처펀드가 보유한 구주나 출자자 지분 매각을 사모펀드가 유동화해주는 식으로 시장이 선순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세컨더리 펀드에 출자하는 사모펀드를 2027년까지 1조 원 규모로 조성할 방침이다.


정부는 민간 모험자본 유입을 늘리기 위해 선진 투자기법 도입을 추진한다. 벤처캐피털(VC)이 위험도, 수익률에 따라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조건부 지분전환 계약’과 벤처펀드에 금융기관 차입을 활용한 ‘레버리지 투자’를 허용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소형 VC가 자유롭게 투자 분야 등을 제안하는 ‘민간제안형 루키리그’를 도입해 전문성 있는 특정 산업에 모험자본이 수혈되도록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 창업가 네트워킹-글로벌화도 민간 주도로
민간 주도는 창업가 양성과 글로벌화에도 전환점이 되고 있다. 대전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올해부터 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운영하고 있다. 기존 ‘민간협업형 청창사’와 달리 민간 운영사가 창업자를 직접 선발하고 교육, 코칭부터 직접투자 및 투자유치까지 주관한다. 올해 첫 입교팀 모집 경쟁률이 16 대 1로 다른 청창사(4 대 1)보다 4배 높았다.

올해부터 민간 주도형으로 개편된 국내 최대 스타트업 행사 ‘컴업’은 2027년 민간에 완전히 이양될 예정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주관하고 스타트업, 투자자 등 전문가 50여 명이 자문단으로 참여한 이달 행사에는 사흘간 참관객이 5만7000명(온라인 시청 포함)에 달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재외공관뿐 아니라 대기업 등 민간 해외 거점을 ‘K스타트업 센터’로 지정하고 해외 진출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 민관 역량을 모으기로 했다. 글로벌 진출을 추진 중인 한 스타트업 대표는 “파트너 모색 등 해외 진출을 위한 밑작업은 개별 스타트업에 맡기고 정부는 세무·회계 컨설팅, 법률 지원 등 ‘뒷단’에서 지원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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