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스타트업 협업 고리’ 기업형 벤처캐피털 활성화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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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타트업, 위기를 기회로]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CVC
대기업엔 신성장동력 발굴 기회
해외투자 제한에 역차별 지적도

GS리테일이 2019년 72억 원을 투자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몰로코’는 기업가치가 20배 넘게 뛰며 지난해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기업)이 됐다. 몰로코의 알고리즘을 적용한 GS 쇼핑몰은 광고비 대비 매출액이 4000% 올랐다.

자전거 중고거래 플랫폼 ‘라이트브라더스’는 롯데벤처스에서 올해 초 38억 원을 투자받은 뒤 기업가치가 3배 이상 성장했다. 롯데마트, 롯데호텔 등과 팝업스토어, 여행 프로그램 등 협업을 진행하고 롯데 지원으로 미국 사무소도 개설했다.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 속속 등판하면서 대기업과 스타트업 사이 협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CVC는 대기업에는 신성장동력 발굴, 스타트업에는 대형 투자 유치 기회를 준다. 하지만 각종 규제가 CVC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금융지주를 제외한 대기업 집단이 보유한 CVC는 27개다. 지난해까지 일반지주회사는 CVC를 보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며 올해 동원기술투자, GS벤처스, 효성벤처스가 신설됐다. 포스코기술투자, CJ인베스트먼트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지주 체제 안에 쌓인 65조 원 규모 현금성 자산이 벤처투자 시장에 유입될 수 있는 물꼬를 튼 것이다.

CVC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주사가 CVC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고 외부 차입은 자본금의 200%로 제한돼 펀드 결성 및 대형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해외 투자는 CVC 총자산의 20%를 넘지 못해 글로벌 먹거리 선점 경쟁에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CVC 규제가 없는 해외에서는 대기업들이 벤처투자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미국은 구글벤처스, 인텔캐피털 등 CVC들이 전체 벤처투자 금액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텐센트, 알리바바는 매년 수천억 위안의 투자를 통해 세계 10대 유니콘 투자기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일본은 스타트업에 1억 엔(약 10억 원) 이상 투자하는 기업에 출자액의 25%를 공제하는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 인텔 등 CVC를 잘하는 회사가 인수합병(M&A)도 많이 한다. 대기업 CVC가 얼어붙은 벤처투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대기업#스타트업#기업형 벤처캐피털#c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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