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 뒷배에 북핵, 악화·장기화 가능성 커져
한미동맹 더해 국방·경제 자강 능력 키워야

다음은 중국 경제의 북한화다. 72쪽 당 대회 보고서는 ‘중국식 현대화’를 강조하는데,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설명하지만 결국 공산당이 경제를 주도해야 한다는 얘기다. 덩샤오핑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사회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장경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민진국퇴(民進國退), 즉 민간기업을 키우고 국영기업의 역할은 축소했다. 시진핑의 주장은, 시장경제의 폐해를 막기 위해 국진민퇴(國進民退), 즉 민간기업은 물러나고 공산당이 대표 선수로 뛰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마르크시즘을 충실히 따를 것이라고도 했다. 이제 공산당이 생산의 기본 요소인 자본·노동·토지·기술을 다시 틀어쥐고 중국 경제를 운영할 것이다. 시진핑은 북한의 김씨 일가와 같이 시장경제의 효율성 대신 통제된 사회를 선택했다. 북한이 앞서 중국이 걸었던 개혁개방의 길을 가기를 바랐는데, 오히려 중국이 북한의 길을 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서(NDS)는 이런 중국 러시아 북한을 순서대로 가장 위중한 안보 위협으로 규정했다. 미중 경쟁은 더 가열될 것이고 국제질서의 진영화(陣營化)도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이러한 대결 구도는 북한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독재 진영 국가들에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라는 든든한 뒷배를 믿고 미사일을 쏘고 또 쏘며 핵보유국의 지위를 굳히려 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도발을 나무라기는커녕 “이게 다 미국 때문”이라며 앞장서 두둔하고 있다. 북한의 핵 교리가 더욱 공세적으로 변한 이유도 진영화된 안보 구도와 무관치 않다. 북핵 문제를 외교와 협상으로 풀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고, 한국은 북핵 문제의 악화와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 우선 국가의 자원을 방어와 억지에 더 투여해야 한다. 확장 억제와 함께 한국형 3축체계를 강화해야 하지만, 새로운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여차하면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준비 태세 정도는 갖춰야 한다.
시진핑이 중국식 현대화의 길을 걸으면 ‘글로벌 공급망’의 탈동조화도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국은 미국의 공급망 정책에 협력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서 뒤통수를 맞은 후 영 뒤가 개운치 않다. 미국은 중국이 규칙을 어기고 있기 때문에 핵심 산업의 탈동조화가 불가피하다며 우방국에 자국의 공급망 강화 정책에 동참할 것을 강권하고 있다. 하지만 우방국이 참여하는 미국의 공급망 정책에도 규칙은 없고 미국 우선주의만 있다. 한국은 일본 및 유럽 국가와 공조해 미국에 규칙에 의거한 공급망 정책을 요구해야 한다. 중국과의 탈동조화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지만 한국에 중국은 여전히 지정학적·지경학적 현실이다. ‘제로 차이나’ 정책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20차 중국 당 대회는 ‘누이 좋고 매부도 좋았던’ 세계화의 국제질서가 종언을 고하고 있음을 확인해줬다. 한국은 한미동맹 위주로 국가전략을 가다듬어야 하지만, 외교·국방·경제 모두 더 자강(自强)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