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그린에너지 산업에 인공지능 날개 달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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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장비 고장 가능성 예측
출동 횟수 줄여 생산성 향상
2030년까지 전력 수요 100%
신재생에너지로 공급 계획

꿈의 항공기(Dreamlinder)라 불리며 민간 항공기 시장을 혁명적으로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보잉 787기는 배터리 화재 등의 사고가 이어지며 2013년에 미국 연방항공국(FAA)으로부터 운항정지 통보를 받았다. 도요타자동차는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발생한 급발진 관련 리콜 사태로 기업 브랜드와 주식 가치에 치명적 손상을 입었다. 예상치 못한 공학 시스템의 이상, 고장, 사고가 기업에 얼마나 큰 손실을 가지고 오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인공지능(AI) 기반 예지보전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예지보전은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공장 설비와 장비의 고장 발생 가능성과 잔여 수명 등을 예측하는 기술이다. 호미로 막을 사고를 가래가 아닌 AI로 원천봉쇄하고 공정 중 이상 현상이 발생해도 다운타임을 최소화하는 것이 예지보전의 설계 목표다.
○ 그린에너지 산업, AI 예지보전으로 손실을 최소화
제주에도 예지보전의 바람이 분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12년부터 ‘CFI 2030(Carbon Free Island By 2030)’ 정책을 발표하고 그린에너지 관련 산업을 주력 특화산업으로 분류했다. 석탄, 석유 에너지에 대응하는 것이 태양, 바람 등의 그린에너지다.

제주의 그린에너지 산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총 4년간 341억 원을 투입해 추진하고 있는 ‘AI융합 지역특화산업 지원’ 사업의 지역특화산업으로도 선정되었다. AI융합 기술이 필요한 8개 친환경 자원 기업과 이들에 기술을 제공할 9개의 AI 개발 전문 기업을 매칭했다. 예지보전은 AI융합 사업 과제의 주요한 설정 목표 중 하나가 되었다.
○ 태양광 발전설비의 고장부터 발전량 예측까지 AI로 생산성 증대
E2Z(이투지·옛 ㈜대은)는 신재생에너지 전문회사다. 태양광 발전은 청정하고 무제한적인 에너지원인 태양광을 사용하지만 설비에 문제가 생기면 고객은 경제적 손실을 입고, 관리회사는 잦은 출동 등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E2Z는 자체 개발한 태양광 발전 시스템에 AI 고장진단 지능화 솔루션을 접목시킨다. 솔루션 개발은 빅데이터 전문 업체인 에스에스엠아이가 진행한다.

박해정 에스에스엠아이 대표는 “설비의 고장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면 가동 중지 등의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대처 방안을 만들 수 있다. 과제를 통해 개발될 태양광 발전 시스템의 고장예지 AI 솔루션을 통해 수요기업과의 상생과 지역사회의 AI 솔루션 영역 확대의 사례를 만들고자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태양광 발전량 예측을 위한 AI 솔루션도 과제에 포함된다. 태양광 발전소 토털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주탑솔라가 수요기업으로, 제주 소재 빅데이터 플랫폼 전문기업인 인포마인드가 공급기업으로 참여한다. 발전량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전력계통 신뢰성과 안정성에 매우 중요한 전제가 된다. 일반적인 기술로는 위치에 따라 출력변동이 심한 태양의 발전량을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다.

개발을 맡은 인포마인드는 AI로 답을 찾으며 발전량 예측과 고장진단을 순환적 방식으로 처리하는 ‘설비 고장진단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예측 발전량의 정확도를 높이고 실제 발전량과의 차이를 통해 고장과 장애를 예지 분석한다는 것이다. 발전량 예측 정확도를 92%까지 상승시키고 고장 출동 횟수를 월 60건에서 월 54건으로 줄일 경우 생산성은 10% 향상될 것으로 전망한다.
○ 풍력발전기, 양식장 펌프 고장도 AI가 사전 예측해 예방 강화
풍력전문기술 회사 윈디텍은 전문 엔지니어 경험에 의존하는 풍력발전기 유지 보수에 AI 고장진단 솔루션을 접목한다. 풍력발전기 고장은 블레이드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바람 에너지를 회전운동 에너지로 변환해주는 블레이드는 손상이나 결함이 발생되었을 때, 발전기 전반의 성능 저하와 소음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AI 기반 풍력발전기 균열 탐지 솔루션 개발에는 AI 전문 기업인 골든플래닛이 공급기업으로 참여한다. 엔지니어가 사진을 보며 블레이드 균열 진단을 위해 장당 90초를 소비한다면 AI는 장당 45초로 절반의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발전 정지 기간은 단축될 것이고 생산성은 약 50% 향상될 것이다.

AI의 예지보전 기술은 수산업 분야로도 향한다. 정우계전은 양식장의 펌프가 고장 날 경우 집단 폐사와 심각한 바이러스 감염, 사업자의 경제적 타격 등의 후유증이 크게 발생한다는 것에 주목했다. 전기 수배전(受配電)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이 수요기업은 AI 기반 감지 예측 솔루션을 통해 양식장 내 펌프에서 측정된 전류, 진동 센서 데이터로부터 고장 예측과 이상을 감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메티스정보㈜는 이것을 현실화시켜 주는 공급기업이다. 두 개의 기업이 협심하여 전기 배전반과 연계한 양식장 펌프 이상 감지 솔루션을 성공적으로 개발하고 시장에 안착시킨다면 전통산업인 수산양식에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되는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로 도내 전력 수요 10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AI융합 지역특화산업 지원 사업을 담당하는 제주도 디지털융합과 관계자는 “제주 그린에너지 산업에 AI 솔루션이 적용될 경우 고용 확대와 기업 매출 증대 등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신아 기자 sina@donga.com


#제주도#그린에너지 산업#인공지능#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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