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양곡관리법, 농민에 도움 안돼…농업재정 낭비 심각”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0일 11시 12분


코멘트

19일 민주당 단독 처리에 반대 의사 표명
민주당 처리 강행 시 거부권 행사 시사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2.10.20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2.10.20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정부 여당의 반대 속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강행 처리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농민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끝내 개정안을 단독 처리해 국회에서 통과시킬 경우 윤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 행사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도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모두발언을 통해 “어제(19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야당이 소위 그 비용 추계서도 없이 통과시켰다”고 언급했다. 국회 농해수위에서 통과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과잉 생산된 쌀 일부를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뜻을 직접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 물량으로 농민들이 애써 농사지은 쌀값이 폭락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도 금년에 역대 최대 규모의 쌀 격리를 했다”며 “이것은 정부의 재량 사항으로 맡겨 놓아야 수요와 공급 격차를 점점 줄이면서 우리 재정과 농산물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개정안처럼) 법으로 매입을 의무화하면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과잉공급 물량을 결국은 폐기해야 한다. 농업 재정의 낭비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그런 돈으로 농촌의 개발을 위해 써야 하는데 과연 이것이 농민들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조금 더 심도 있는 논의를 해주기를 당부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는 아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 개정안에 대한 논의 과정이 남아 있는 만큼, 여야가 추가 협의를 해달라는 당부로 풀이된다. 그러나 민주당이 끝내 개정안을 단독 처리해 통과시킬 경우 윤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민주당과 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미향 의원은 19일 정부 여당의 반대 속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농해수위에서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전원 기권했다. 이달 12일 안건조정위원회가 개정안을 전체 회의로 넘긴 지 7일 만이다.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19일 라디오에서 “법사위에서 통과가 안 되더라도 (60일 이후엔) 농해수위위원장이 여야 간사 간 합의를 이끌어내거나 또 재적위원 5분의 3 찬성이 있다고 하면 국회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