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정자 없이 ‘쥐 인공배아’ 만들어… 신의 영역 침범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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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연구진, 줄기세포 이용
“실제 쥐 배아 구조와 95% 일치”
난치병 치료 기대… 착상은 못해

이스라엘 연구진이 난자와 정자 없이 줄기세포만으로 인공배아를 만들었다. 이 배아는 동물로 자라진 못하지만 생식세포 없이 생명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된 만큼 윤리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바이츠만과학연구소 연구진은 1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셀에 실은 논문에서 “쥐 줄기세포만으로 초기 배아와 유사한 구조의 조직체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배아는 난자와 정자의 수정부터 태아 형성 전까지를 의미한다.

연구진은 쥐 피부 줄기세포를 화학 처리한 뒤 자궁과 유사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자극을 가했다. 그 결과 줄기세포 표본 약 0.5%가 8일 동안 쌀 한 톨 크기로 자랐고 초기 단계 뇌와 소화기관, 심장 박동과 혈액 순환이 관찰됐다. 8일은 쥐의 자연 잉태 기간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인공배아는 실제 쥐 배아와 구조가 약 95% 일치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다만 인공배아는 암컷 쥐의 자궁에 삽입하자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자궁에 착상하지 못한 것이다.

생식세포 결합 없는 인공배아는 자연의 섭리에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윤리적 의문에 대해 연구진은 “이번 연구 목적은 줄기세포 치료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직 재생능력이 있는 줄기세포는 척추 손상, 당뇨 같은 난치성 질환 치료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혈액이나 골수 등에서 추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복잡한 질환 치료에는 한계를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백혈병 환자 피부 줄기세포로 만든 인공배아를 통해 치료에 필요한 골수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자궁 밖에서도 아기를 낳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게 아니고 배아 단계의 장기(臟器) 발달 과정을 이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쥐 인공배아#줄기세포#생식세포#난치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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