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달러 펀치’… 한국서 올들어 21조원 유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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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달러 시대]
달러 가치 초강세에 각국 통화 하락, 반년새 엔화 17%-유로 11% 떨어져
韓-대만 등 신흥국 올해 107조원 유출, 인플레-자본시장 혼란 부추길 우려

달러 가치가 초강세를 보이는 ‘슈퍼 달러’ 현상이 20년 만에 찾아오면서 전 세계 각국의 통화 가치가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 일본 엔화는 24년 만에, 유럽 유로화는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세계 각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신흥국은 외국인투자가의 이탈로 자본시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올해 한국, 대만, 인도, 필리핀 4개국 주식시장에서 810억 달러(약 107조 원)가 해외로 유출됐다. 한국에서만 160억 달러(약 21조 원)가 유출됐다. 강(强)달러로 환율이 급등하자 정부와 국민의힘은 17일 2차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한미 통화스와프(맞교환)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19, 20일 방한 때 도입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동아일보가 지난해 12월 31일∼올해 7월 15일 각국 화폐 대비 달러 환율 하락 폭을 분석한 결과 6개월여 만에 일본 엔화가 17.24%, 영국 파운드화가 11.85%, 유럽 유로화가 11.40% 폭락했다. 같은 기간 원화 가치는 9.52%, 중국 위안화 가치는 6.25% 하락했다.

세계 주요국 화폐 가치가 급락한 것은 달러 가치가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주요 6개국의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15일(현지 시간) 108.6에 장을 마쳤다. 2002년 6월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다. 글로벌 경기침체 위기 속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강력한 금리 인상을 이어가자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인 달러로 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달러 초강세는 각국의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더욱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신흥국들의 자본 유출을 일으키고 있다. 1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한국과 대만 양국에서 빠져나간 투자금만 510억 달러(약 68조 원)에 달했다. 양국은 삼성전자와 TSMC 등 경기에 민감한 반도체가 주력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기술 업종 위주의 한국과 대만 주식 시장은 글로벌 국채 금리가 높아지고 경기침체 역풍 기미가 보이면 특히 취약성을 보인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 “달러가 극단적으로 강해지면서 세계 경제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정 “韓美통화스와프 도입 추진에 공감대”


슈퍼달러 ‘펀치’


당국 환율 방어위해 달러 대량 매도
외환보유액 한달새 94억달러 줄어
옐런 방한때 통화스와프 논의할 듯


1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장. 발리=AP/뉴시스
1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장. 발리=AP/뉴시스
‘슈퍼 달러’ 현상에 전 세계가 몸살을 앓는 것은 달러가 세계 경제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달러는 전 세계 외환거래의 90%를 차지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전 기준 하루 6조 달러(약 7968조 원)가 거래됐다.

달러화 강세가 가속화하면서 한국 경제도 충격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 물가 상승을 부추겨 전체 물가 수준을 끌어올릴 우려가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수입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3.6%나 급등했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 올라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금융 위기 방파제 역할을 하는 달러 곳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6월 말 기준 4382억8000만 달러로 한 달 전에 비해 94억3000만 달러 감소했다. 한 달 감소 폭으로는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8년 11월(―117억5000만 달러) 이후 가장 컸다. 외환보유액은 2월 말 4617억7000만 달러 수준이었지만 4개월 만에 약 235억 달러가 증발했다. 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화를 대량 매도한 데다 강달러로 유로화 등 다른 통화의 외화자산 평가액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에서도 외국계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강달러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국가 경제의 위험도를 나타내는 국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최근 0.5%포인트가 넘어 1년 전의 약 3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CDS 프리미엄이 높은 것은 해외에서 보는 한국 경제에 대한 시각이 나빠졌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정부 여당은 17일 미국과 통화스와프 도입 추진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차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문재인 정권에서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를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환율 상승에 제동장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방한(19, 20일)에 맞춰 일정 부분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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