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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車협력사 28%가 적자, 완성차 공급망 위기”

입력 2022-07-07 03:00업데이트 2022-07-07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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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수출기업 생태계]〈下〉中企-대기업 ‘도미노 위기’
중소업체 휘청, 수출 대기업도 흔들
“지난해 수주한 선박들 설계를 끝내고 이제 건조에 들어가야 하는 시점입니다. 그런데 블록(선박 건조에 기초가 되는 철 구조물)을 제작해 넘겨줘야 하는 협력사들이 많이 힘든 상황이라 불안합니다.”

국내 조선 대기업 A사 관계자는 6일 이같이 토로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1∼6월)까지 국내 조선3사는 대형 수주릴레이를 이어오고 있다. 이 물량들은 하반기(7∼12월)부터 순차적으로 건조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철강 등 원자재가가 크게 오르고 인력난까지 겹치면서 부산과 경남 창원 등에 몰려 있는 중소 협력사들은 일감을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려 있다. 협력사 생산 차질은 조선사의 납기 지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A사 관계자는 “납기 스케줄이 촘촘히 짜여 있는데 블록 납품 단계부터 문제가 생기면 결국은 고객사와의 계약을 지키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최근 물가·환율·금리·유가의 ‘4고(高) 현상’으로 수출 생태계의 허리를 책임지는 협력사들이 휘청거리면서 협력사 공급망에 의존하는 대기업들까지 위기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전자·자동차·조선 등 대표적인 수출기업들은 전국 수백∼수천 곳의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수시로 공급망 점검을 하고 있다. 해외 공급망 문제와 물류 대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공급망마저 무너질 경우 대기업들도 버텨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협력사 생태계 유지는 대기업 생존에도 절대적인 요소”라며 “자동차업계 1차 협력사 중 30%가 적자를 내면서 완성차 업체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1분기(1∼3월) 자동차 부품업체 상장사 83곳 중 23곳(27.7%)이 적자를 냈다.

산업계 도미노 현상을 막으려면 생태계를 떠받치는 1, 2, 3차 협력사들의 생존을 보장할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무역금융이나 세제지원 같은 사후 대책에 주력해 왔다. 재계와 전문가들은 중소·중견기업들의 인력난을 해결할 외국인 근로자 쿼터제 완화와 민간-정부 합동 원자재 수입 다변화처럼 현장 이슈에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소 협력사 생태계가 원활히 돌아가지 않으면 결국 대기업 제품의 품질과 생존에도 타격이 될 수 있다”면서 “정부가 지역 기반 중소 협력사 실태를 면밀히 파악하고 인력난 등 현장 애로사항을 풀어주는 게 급하다”고 말했다.


조선업, 협력사 납품 지연에 건조 타격… “수주량 감당 못할수도”


매출 2000억원 중소 철강업체도 “니켈값-운송비 치솟아 도산 지경에”
1분기 車협력사 60% “영업이익 감소”… 中企 생태계 무너지면 대기업도 위기
“외국인 근로자 고용비율 제한 풀고, 정부도 공급망 넓히기 위해 함께 뛰어야”


“지금 같은 위기가 이어지면 연말부터 우리 같은 중소 업체부터 도산할 겁니다. 1, 2, 3차 협력사가 무너지면 파이널 유저인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연쇄적으로 어려움에 처할 거예요. 협력사들에 분업화된 일을 혼자서 다 할 수는 없으니까요.”

매출액 2000억 원 규모의 중소 철강 제조업체 E사는 해외에서 니켈을 수입해 제품을 만든 뒤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거나 해외로 수출한다. 니켈 가격이 급등한 데다 환율마저 고공행진을 하면서 생산비용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 여기에 수출물량을 실을 선박 운송가격이 250%, 국내 운송비마저 30%가량 늘어나자 버티기 힘든 수준으로 내몰리고 있다.

E사 대표는 “당장 오늘 내일 먹고살기 어려운데 1년 뒤 정산하는 세제 혜택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 생태계 무너지면 글로벌 기업도 타격
한국 산업의 뿌리인 중소 협력사부터 시작돼 대기업으로 이어지는 경제 위기의 ‘도미노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고임금의 ‘4고(高)’ 리스크를 견디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2, 3차 협력업체들부터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 협력사와 대기업은 ‘공생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흔들리면 협력사들의 일감이 부족해지는 것처럼, 협력 생태계가 무너지면 대기업도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자동차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든 게 대표적이다. 재계에서는 마지막 버팀목이 돼야 할 국내 공급망이 무너질 경우 산업계 전체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 호황’에도 불구하고 웃지 못하는 배경이다. 조선업계의 경우 201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불황으로 인력 생태계가 해체된 데다, 협력업체들 역시 과거의 경쟁력을 상당부분 잃은 상태다. 원자재가 상승과 환율 불안 등은 이런 위기상황을 더 키우고 있는 셈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제품을 만들어 파는 산업이 아니라 건설업처럼 먼저 수주한 뒤 납기를 지키는 산업”이라며 “협력업체 부실은 결국 계약 불이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수주량 자체를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산업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한 대당 3만여 개의 부품이 필요해 완성차 업체들은 전국 9000여 개의 부품 협력업체를 두고 협업을 한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기준 상장된 자동차 부품 1차 협력사 83개사 중 49개사(60.0%)의 영업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적자 업체는 23개사(27.7%)에 달했다.

일부 대기업들이 협력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팩토리 도입을 돕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는 것도 생태계를 견고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다. 류성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정책팀장은 “지금은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기업 생태계 간 경쟁 시대”라며 “정부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협력과 보완이 이뤄지도록 제도 마련에 힘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정부가 원자재 확보에 해외로 발 벗고 나서야”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대책을 내놓는 세제·금융 지원과 더불어 인력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입을 모은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국내 인력들이 고령화하기도 했고 젊은 사람들은 일이 힘든 공장보다 근무 여건이 자유로운 직업을 선호한다”면서 “내국인 인력 자체가 부족하니 외국인이라도 채용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도에 따르면 외국인 고용 인원은 일정 비율로 제한돼 있다. 예를 들어 내국인 근로자가 301명 이상인 경우엔 외국인 근로자는 40명까지만 원칙적으로 고용할 수 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외국인 인력도 충원이 어렵고 주 52시간제까지 있다 보니 중소업체는 인력이 부족하다. 외국인 쿼터 한도를 폐지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원자재값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붕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해외로 뛰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최근 정부의 원자재 공급망 대책 회의에 참여한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어느 나라에서 새롭게 원자재 수입처를 다변화할 수 있는지 파악은 하고 있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라며 “직접 기업들과 합동으로 해외로 나가 상대 정부를 만나고 보증을 서 줘야 기업들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50개 제조 중소기업의 상반기(1∼6월) 애로사항(중복 응답)을 파악한 결과 원자재 가격 상승(90.4%), 내수 부진(32.8%), 인력 수급난(22.8%) 등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필요한 정책으로는 △세금 및 각종 부담금 인하(52.4%) △원자재 수급 안정화(48.4%) △정책자금 보증확대 및 금융지원(43.6%) △외국인 근로자 확대 등 인력난 해소(35.2%) 등이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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