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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소상공인 “최저임금 오른 내년엔 알바생보다 못벌어… 폐업 고민”

입력 2022-07-05 03:00업데이트 2022-07-0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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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9620원 후폭풍]〈상〉월급 하한 200만원대 시대
한달에 263만원 버는 편의점주… 月240시간 알바생과 수입 비슷
최저임금 오르면 ‘알바>점주’ 역전… “위약금 아니면 알바 뛰고 싶어”
“더 이상 직원월급 올려줄 돈 없어”… 코로나로 수출길 막힌 中企도 비상
“이대로라면 폐업이 낫죠. 그런데 가맹점 계약해지 위약금도 만만치 않아요. 일단은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있습니다.”

서울 강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 씨(53)는 지난달 29일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5.0%)을 적용해 계산기를 두드려본 뒤 한숨부터 쉬었다.

그가 운영하는 편의점은 하루 매출이 160만 원 안팎으로 월 매출은 4800만 원 선에 이른다. 다른 편의점(하루 약 140만 원)보다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런데도 그가 손에 쥐는 돈은 월 263만 원에 그친다. 쉬는 날 없이 매일 8시간 이상 꼬박 일하는데도, 올해 최저임금(9160원)을 기준으로 그와 비슷한 월 240시간 일하는 아르바이트생과 비슷한 돈(주휴수당 포함)을 번다.

편의점 지출 명세를 따져보면 이 같은 상황이 무리가 아니다. 편의점 월 매출액에서 제품 원가, 본사(가맹본부) 수수료를 제하고 A 씨 앞으로 떨어지는 한 달 평균 순이익은 1093만 원. 여기서 아르바이트생 인건비(6명) 510만 원, 임차료 200만 원, 4대 보험 100만 원, 공과금, 관리비 20만 원이 빠진다. 내년 최저임금이 오르면 매출이나 공과금 등이 그대로라고 가정해도 알바생 급여가 사장인 자신보다 더 많아진다. 그는 “위약금만 아니면 그냥 가게 문을 닫고 직접 아르바이트를 뛰고 싶다”고 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0% 오른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되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사이에서 “폐업밖에 답이 없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인상으로 주 40시간 근로자의 월급 하한은 200만 원(주휴수당 포함 201만580원)을 처음 넘기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면 다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한계 상황에 내몰린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아우성이 나온다.

카페 창업 3년째 직원 없이 ‘나 홀로 사장’인 최모 씨(38)는 “한 달 1000만 원을 번다 해도 임차료, 재료비 등을 제하면 200만 원이 남는데 휴일 없이 매일 12시간씩 일해도 최저시급을 못 번다. 아르바이트까지 쓰면 사장은 ‘무(無)임금 노동’을 해야 한다”고 했다. 월 매출 1000만 원을 올리려면 휴무 없이 매일 33만 원어치(4000원짜리 커피 82.5잔)를 팔아야 한다.

차량이 뜸한 지방 주유소들은 ‘해가 지면 문을 닫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경기 남부에서 주유소를 임차해서 운영하는 박모 씨는 연봉으로 치면 1000만 원(세전) 정도다. 주유소 월 매출은 3억5000만 원이지만 유류세, 운영비, 카드수수료 등을 빼면 월 80만 원도 안 남는다. 그는 “직원 4명의 최저임금을 높여주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다”며 “차량 통행이 뜸한 지방 주유소들은 야간 전기료, 인건비 등을 아끼기 위해 일찍 문을 닫아야 한다”고 했다.


2017년 6470원이었던 최저임금은 올해 9160원으로 최근 5년 동안 41.6% 올랐다. 같은 기간 물가 인상률(9.7%)의 4배가 넘는 수준이다. 최저임금 급등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겹치며 자영업자들은 빚더미에 앉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60조7000억 원으로 2019년 말(684조9000억 원)보다 40.3% 늘었다. 지난달 전국 소상공인 7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매출의 30% 이상을 인건비로 지출하는 소상공인 비중이 41.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도 비상이다. 최저임금은 주로 단순 노동을 하는 저숙련 근로자들이 직접 영향을 받지만 임금 하한선이 오르면 숙련공 몸값도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다. 경기 시흥시의 한 금형업체 사장은 “코로나19로 수출길이 막혀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 2년간 20명을 해고하고 최소 유지 인원만 남겼는데 더 이상 직원들 월급을 올려줄 돈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의 한 자동차 정비사는 “페인트 등 부자재 값이 40%나 올랐지만 수리비를 산정하는 보험사 기준은 그대로다. 추가 임금 인상이 어려워 숙련공 구하기는 물론이고 신규 인력을 양성할 여력도 없다”고 했다. 지난해 기준 중소기업의 절반(50.3%)은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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