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공유
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사회

[단독]쪽방-고시원 나홀로 거주 50세이상, 10명중 6명 ‘고독사 위험군’

입력 2022-06-20 03:00업데이트 2022-06-20 09:43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서울 작년 14만명 조사… 6만명 응답
조사 완료자중 3만6265명 ‘위험’
“조사거부 3만5984명도 주목해야”
4월 초 60대 남성이 고독사한 서울 강서구의 한 반지하방. 벽지 곳곳에 곰팡이가 보인다. 영화 ‘기생충’에서처럼 바닥보다 높은 곳에 변기가 놓인 화장실은 허리를 반쯤 숙여야 들어갈 수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편의점에서 거의 매일 술을 사갔어요.”

4월 초 서울 강서구의 한 반지하 방에서 숨진 60대 남성 A 씨를 이웃은 이렇게 기억했다. 평소 지병이 있던 A 씨는 자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했지만 2주 넘게 아무도 몰랐다. A 씨는 주변 이웃은 물론이고 먼 지방에 사는 자녀와 왕래도 없었다. 수개월째 밀린 공과금 고지서를 본 집주인이 그를 뒤늦게 발견했다.

A 씨처럼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생활하는 중장년층 1인 가구의 고독사 위험이 특히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19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서울시의 ‘주거취약지역 중장년 이상(50세 이상) 1인 가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쪽방, 고시원 등 주거취약지역에 거주하는 조사 대상자(응답자 기준) 6만677명 중 59.8%인 3만6265명이 A 씨와 유사한 ‘고독사 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 조사 대상 10명 중 6명 ‘고독사 위험군’

A 씨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는 고독사에 해당한다. 고독사란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임종을 맞은 뒤 일정 시간이 지나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쪽방, 고시원 등 주거취약지역에 사는 만 50세 이상 1인 가구 14만4398명 전체를 대상으로 고독사 위험도를 조사했다.

시는 조사에 응답한 사람 6만677명을 사회적 고립 여부를 묻는 설문 결과에 따라 △고위험군 1872명(70∼100점) △중위험군 8421명(40∼60점) △저위험군 2만5972명(10∼30점 이하) 등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고위험군 3.1%, 중위험군 13.9%, 저위험군 42.8% 등 10명 중 6명가량이 고독사 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수조사를 통해 고독사 위험군 비율을 추정해낸 건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서울시가 처음이다. 시는 조사 응답자를 대상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 △돌봄 서비스 △안부 확인 서비스 등을 연계했는데, 중복 연계를 포함해 총 6만2526건의 조치가 이뤄졌다.
○ 4명 중 1명은 ‘사회적 고립’

4년 전 서울 관악구 ‘고시촌’에 홀로 정착한 이모 씨(42)는 지병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을 계기로 아내와 이혼을 했다. 이혼 후 외국으로 이민을 간 아내 및 두 아이와는 연락이 끊겼다. 지병에 외로움까지 더해지면서 90kg이었던 이 씨의 몸무게는 60kg대까지 줄었다. 이 씨는 지난달 다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지만 다행히 이웃들에게 구조됐다.

서울시 자료를 보면 신규 조사자의 상당수는 이 씨처럼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었다. 응답자의 90.5%(복수 응답 가능)가 부모, 자녀, 형제 중 적어도 1명의 가족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28%는 “가족이나 지인, 직장, 종교 관계에서 연락을 주고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1인 가구가 된 이유에 대해선 43.9%가 ‘이혼’을 꼽았다.

고독사 특수청소업체 에버그린의 김현섭 대표는 “고독사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는 이들의 상당수가 쪽방, 반지하 등에 혼자 사는 중장년층 남성”이라고 전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중장년층 남성들은 성공적인 ‘가장’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스스로를 ‘실패자’로 낙인찍으면서 좌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장애’와 ‘질병’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각각 45.7%와 8.3%로, 절반 이상(54%)이 건강상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자발적 고립자’도 주목해야”
전문가들은 조사를 꺼리는 자발적 고립자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번 조사 대상자 중에서도 24.9%(3만5984명)가 조사를 거부했다. 주소 불명 등으로 방문을 못 한 20.2%(2만9214명), 부재중 7.6%(1만1006명) 등도 조사 미응답자로 처리됐다. 서울시는 이들을 대상으로 재조사에 나설 계획이지만 조사를 강제하긴 어렵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독사 위험군으로 낙인찍는다는 생각에 조사를 꺼리는 이들이 많다”며 “지역의 고용센터나 민간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이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등 자연스러운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체 고독사 위험군에 대한 모니터링 빈도를 높여 나갈 예정이다. 먼저 상시 모니터링이 필요한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전력량과 조도를 감지하는 ‘스마트플러그’를 현재(3351개)의 1.5배인 5000개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휴대전화 반응이 없으면 보호자와 주민센터 관계자에게 문자가 전송되는 ‘서울살피미’ 애플리케이션(앱)도 현재(1만1805명)의 2배 수준인 2만 명까지 높일 계획이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주거가 열악한 지역을 중심으로 ‘집단화’되는 고독사를 방치하면 지역사회 낙인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지자체의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