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땐 안 했나” “그럼 하지 말까” 대통령의 말 다듬어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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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야당 측의 ‘정치보복 수사’ 주장과 관련해 “정권교체가 되면 과거 일부터 수사가 이뤄지고 좀 지나면 현 정부 일에 대해 수사가 이뤄지는 거지, 민주당 정부 때는 안 했느냐”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가 임명한 장관급 기관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배제한 것에 대해선 “굳이 올 필요 없는 사람까지 다 배석시킬 필요가 있나”라고 했고, ‘부자 감세’라는 야당의 지적에도 “그럼 하지 말까”라고 되물었다.

윤 대통령의 출근길 기자들과의 문답은 권위주의 탈피를 내건 새 정부의 ‘용산 대통령실 시대’가 낳은 새로운 풍속도이자 역대 정부에선 볼 수 없는 신선한 소통 방식이라는 점에서 박수를 받고 있다. 국민과 늘 소통하고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던 윤 대통령의 약속 실천은 각종 현안에 대한 국정 최고책임자의 생각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새로운 시도에 따른 부정적 측면도 두드러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직설적이고 즉흥적인 답변은 종종 구설에 오르곤 했다. 대통령 부인의 활동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방법을 좀 알려 달라”라고 말한 대목은 그 발언의 가벼움 못지않게 무책임한 인식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낳았다.

더욱이 정치적 논란이 첨예한 사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기 일쑤다. 윤 대통령은 ‘검찰 출신 중용’ 비판을 두고 “과거엔 민변 출신으로 도배됐다”고 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욕설시위에 대해 “대통령 집무실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라고 했다. 어제도 야당 주장을 일일이 반박하면서 ‘과거엔 더하지 않았느냐’는 식으로 날을 세워 되물었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의 매일 소통은 계속돼야 하고 질문 답변도 더 많아지고 길어져야 한다. 다만 그 말은 다듬어질 필요가 있다. 말의 무게는 곧 자리의 무게다. 대통령이 가진 권한과 책임을 생각하면 한마디 한마디가 좀 더 신중하고 정제돼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 전체를 설득하고, 특히 반대자도 이해시켜야 하는 자리다. 대통령의 말이 공연한 오해를 낳아서도, 갈등을 불러서도 안 된다. 어느 때보다 통합의 언어가 아쉬운 요즘 아닌가.
#민주당#대통령의 말#정치보복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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