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비즈니스, 정부에서 스타트업까지 ‘공감’ 넘어 ‘공생’의 단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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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6월 15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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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이용하는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RE100’ 프로젝트, 경제활동 중 배출되는 탄소의 양을 줄이거나 흡수해 결과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0로 한다는 ‘탄소중립’, 그리고 단순한 재무적 성과를 넘어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개선까지 반영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한다는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경영’ 등의 용어가 어느새 익숙해졌다. 그만큼 친환경과 대한 인식이 사회적으로 자리잡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제26회 국무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국무위원들 (출처=대통령실)
제26회 국무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국무위원들 (출처=대통령실)


이와 관련해 지난 5일, 환경의 날을 맞이해 대한민국 정부가 내놓은 메시지는 눈길을 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SNS를 통해, “올해는 유엔이 세계 환경의 날을 지정한 지 5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지구촌의 일원이자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으로서 온실가스 감축과 탈플라스틱을 위한 정책을 다각도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과 ‘탈플라스틱’을 강조한 것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임기내 1/3 수준으로 감축하는 한편, 과거 재활용이 어려웠던 쓰레기까지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상표나 뚜껑 등의 분리배출이 어려운 쓰레기의 불편을 해소하고 폐플라스틱을 원료나 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게 하는 등의 환경 공약을 대선기간 중 발표한 바 있다.

과거의 친환경이 단순히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한, 혹은 개인적인 공명심을 드높이기 위한 캠페인에 가까웠다면, 현재의 친환경은 실질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 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모했다. 정부의 환경 관련 메시지 및 정책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다양한 분야 및 규모의 기업이 관련 제품 및 서비스를 투입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삶도 변하고 있다.

대기업인 SK텔레콤의 경우, 각종 카페 및 음식점에서 이용하는 일회용 컵의 폐기량을 줄여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해피해빗’ 프로젝트를 작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이는 SK텔레콤 사내는 물론, 카페나 공항을 비롯한 공공장소에 다회용 컵 사용을 권장하는 한편, 사용한 컵을 편리하게 반납하고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무인 반납기를 곳곳에 설치해 참여율을 높이고 있다.

해피해빗 프로그램을 위해 설치된 다회용 컵 무인 회수기 (출처=SK텔레콤)
해피해빗 프로그램을 위해 설치된 다회용 컵 무인 회수기 (출처=SK텔레콤)


무인 반납기에는 지정된 컵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되며, 이용 고객은 전용 모바일 앱을 통해 제휴 카페 및 무인 반납기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또한 해피해빗 프로젝트에 참여해 돌려받은 보증금을 통해 에코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으며, 이를 현금으로 돌려받거나 각종 이벤트에 참여 자격을 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현재 제주도 내 카페 및 대학 등에 31개의 컵 회수기를 설치, 250만개에 달하는 일회용 컵 사용 절감 효과를 냈으며, 올해 안에 서울 주요 지역에도 수백 개 이상의 회수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견업체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식품 유통기업 마켓컬리는 지난 2019년부터 스티로폼 상자나 비닐 파우치 등의 포장재를 완전히 걷어내고 재활용이 가능한 100% 종이 재질의 포장재만을 이용하는 ‘올페이퍼 챌린지’를 발표해 지금까지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단순히 상자만 바꾸는 것을 넘어 테이프와 같은 부자재 역시 종이 재질로 바꿨으며, 아이스팩의 내용물 역시 100% 순수한 물 성분으로 채운 것을 제공한다.

마켓컬리의 ‘컬리 퍼플 박스’ (출처=마켓컬리)
마켓컬리의 ‘컬리 퍼플 박스’ (출처=마켓컬리)


2021년 중순에는 여러 번 재사용이 가능한 ‘컬리 퍼플 박스’를 도입했다. 이 박스는 보냉력이 우수하면서 휴대와 보관이 간편한 것이 특징으로, 아이스팩 및 박스를 비롯한 포장재의 사용량까지 줄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고객이 집 문 앞에 컬리 퍼플 박스를 내놓으면 배송 기사가 여기에 제품을 담아주며, 개당 1만 5,000원에 유료 판매했음에도 불구하고 출시 반년만에 20만개 이상이 판매되는 성과를 냈다. 컬리 퍼플 박스 서비스 도입을 통해 종이 박스 445만개를 절감하는 효과를 봤다고 마켓컬리는 지난 4월 밝혔다.

친환경 비즈니스 분야에 대한 스타트업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이미 기존에 자리잡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답습하기 보다는 기존 기업의 친환경 비즈니스에 발맞춰 이를 가속화하거나, 친환경 요소를 새로 도입하고자 하는 전통적 기업의 행보를 지원하는 협업 비즈니스 모델에 중점을 두고 있다.

친환경 포장재 플랫폼을 선보인 ‘칼렛바이오’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포장재 생산시설은 있으나 친환경 관련 제품 디자인이나 판로를 갖추지 못한 제조사들과 특허를 공유하는 등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포장재를 생산하는 한편, 맞춤형 친환경 포장재 전문 온라인 주문 플랫폼인 ‘칼렛스토어’를 통해 친환경 포장재가 필요한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플라스틱 테이프 사용이 필요 없는 친환경 포장재 ‘에코날개박스’, 재활용성이 우수한 보냉/보온/완충 포장재 ‘칼렛에어’ 등은 칼렛스토어에서 만나볼 수 있는 대표 제품이다.

칼렛스토어 대표 제품 중 하나인 ‘에코날개박스’ (출처=칼렛바이오)
칼렛스토어 대표 제품 중 하나인 ‘에코날개박스’ (출처=칼렛바이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포장재 제조사는 제품의 제조 및 생산 설비 구축에 힘쓰면서 신제품 개발이나 판로개척 등에 들어가는 비용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포장재 수요 기업은 자사의 친환경 비즈니스에 필요한 맞춤형 포장재를 온라인 비대면 주문을 통해 빠르고 편하게 확보할 수 있다. 제조사 생산 제품별 실시간 견적 계산기 및 전국단위 실시간 화물 책임 배차 서비스도 제공되므로 각 기업의 원활한 역할분담 및 효율적인 진행을 기대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바이오 플라스틱 기반 제품에 적용되는 ’스텝 포 넷 제로’ 마크 (출처=칼렛바이오)
탄소중립을 위한 바이오 플라스틱 기반 제품에 적용되는 ’스텝 포 넷 제로’ 마크 (출처=칼렛바이오)

그 외에도 칼렛바이오는 화학 원료 기반의 기존 플라스틱 대비 탄소배출 저감 효과가 뛰어난 바이오 플라스틱 기반의 포장재도 공급하고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일반적인 포장재 외에 사출용기, 빨대, 숟가락, 쇼핑백 등의 다양한 제품에 적용 가능하다. 칼렛바이오 및 파트너사들은 이러한 탄소중립 행보를 상징하는 ‘스텝 포 넷 제로(STEP FOR NET ZERO)’ 마크를 선보였으며, 소비자들은 이에 동참하는 기업들의 친환경 제품에서 해당 마크를 확인할 수 있다.

위와 같은 현상과 관련, 칼렛바이오 권영삼 대표는 “정부는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비롯한 산업계, 그리고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친환경 행보가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실질적 이득이 된다는 공감대가 자리잡고 있으며, 이를 위한 협력과 공생관계가 한층 본격화될 것”이라 “친환경 비즈니스에 관심은 있으나 관련 경험이나 노하우가 부족한 기업들을 위한 플랫폼과 서비스, 그리고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인증 마크 등의 요소가 한층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동아닷컴 IT전문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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