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려 살수록 더 좋은 사회…“함께 가요, 다문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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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賞]
11회 맞은 다문화상… 개인-단체 등 12팀 수상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1회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와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성상환 심사위원장, 김혜정 대전서구가족센터 사무국장, 
서태실 씨, 도근희 경북 구미시가족센터장, 이라 다모의료앤문화관광 협동조합 대표, 김범년 한국폴리텍다솜고 교사, 김혜영 심사위원,
 강복정 심사위원,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 이가영 양, 최지혜 양, 차서현 씨, 손봉련 씨, 원영은 씨, 김영원 씨, 김혜영 씨
 어머니 팜티 튀이영 씨, 김정재 국회의원,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1회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와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성상환 심사위원장, 김혜정 대전서구가족센터 사무국장, 서태실 씨, 도근희 경북 구미시가족센터장, 이라 다모의료앤문화관광 협동조합 대표, 김범년 한국폴리텍다솜고 교사, 김혜영 심사위원, 강복정 심사위원,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 이가영 양, 최지혜 양, 차서현 씨, 손봉련 씨, 원영은 씨, 김영원 씨, 김혜영 씨 어머니 팜티 튀이영 씨, 김정재 국회의원,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007년 한국에 온 베트남 출신 원영은 씨(43·여)는 대구중구가족센터에서 4년째 결혼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그가 맡은 과목은 ‘이중언어 코칭’이다. ‘엄마 나라’의 말과 글을 자녀에게 가르치는 방법을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지도한다.

그간 그가 배출한 제자가 어느덧 100명에 이른다. 결혼 전 베트남에서 6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지역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베트남어 강사로 일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원 씨 가족은 ‘제11회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다문화가족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원 씨는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붉은색 아오자이(베트남 전통의상)를 입고 시상대에 올랐다. 그는 “엄마의 모국어를 배운 아이들이 엄마의 고향에 대해 점차 자부심을 갖게 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은 우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한 다문화가족과 이들의 적응을 도운 공로자를 발굴하고 격려하기 위해 2010년 제정됐다. 이날 시상식에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간사인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과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이 참석했다. 다문화 가족, 공헌, 청소년 부문에서 개인과 단체 등 12팀이 수상했다.

○ 다문화 가족 부문

가족 부문 대상은 손봉련 씨(48·여) 가족이 받았다. 중국 출신인 손 씨는 상담심리사 1급 자격증을 보유한 상담심리 전문가다. 그는 한국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중도입국 청소년들을 상담한다.

대전 대덕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다문화 이해 강사로 일하며 지역 내 결혼 이주여성들을 돕는 자조모임도 이끌고 있다.

2000년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입국한 손 씨의 한국 적응은 순탄하지 않았다. 2년간 공장에서 일하며 2000만 원을 모았지만 사기를 당해 모두 잃고 말았다.

실의에 빠져 있던 손 씨를 구한 건 지인의 소개로 만난 상담 선생님이었다. 그는 “상담 선생님이 없었더라면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라며 “내가 받은 도움을 이웃들에게 나누기 위해 상담심리사의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가족 부문 우수상은 원 씨와 베트남 출신 차서현 씨(29·여) 가족이 공동 수상했다. 차 씨는 서울 도봉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소속 한국어-베트남어 통·번역사로 7년째 일하고 있다. 학부모 상담, 병원 진료, 은행 방문 등 결혼이주여성들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만한 곳이면 어디든 차 씨가 동행한다. 차 씨는 “부부 간에도 말이 통하지 않아 갈등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그럴 때면 남편과 아내를 함께 센터로 데려와 대화를 풀어 나가기도 한다”고 했다.

입국 당시 한국어를 한마디도 할 줄 모르던 차 씨가 2년 만에 통·번역 일을 할 수 있게 된 건 남편 정우철 씨(46)의 든든한 지원 덕분이다. 정 씨는 신혼 초부터 청소, 요리 등 집안일을 도맡으며 차 씨가 한국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왔다. 차 씨가 바쁠 때면 혼자 베트남 처갓집을 오가며 대소사를 챙기기도 했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김 의원은 축사에서 “다다익선이라는 말처럼 여러 문화권의 사람들이 어울려 살수록 더 좋은 사회가 될 것”이라며 “제도적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가 따뜻한 마음을 여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김 차관도 “다문화가족과 그 자녀들의 사회경제적 참여를 확대하고 장기 정착 지원을 촘촘하게 챙겨 따뜻한 포용사회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와 학교에서 교육-체험 프로그램 통해 ‘성장 지원’


○ 다문화 공헌 부문
단체 우수상 ‘구미시가족센터’… 전국 첫 ‘이중언어 대회’ 개최


다문화공헌 부문 개인 수상자 3명은 지역사회와 학교 등 각자의 자리에서 다문화가정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친 이들이다. 대전서구가족센터 사무국장인 김혜정 씨(36·여)는 다문화가정의 ‘교육’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의 식생활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행하고 있다. 김 씨는 “다문화가정을 무조건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보기보다는 교육을 통해 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범년 교사(49)는 다문화청소년들이 다니는 대안학교인 충북 제천시 한국폴리텍다솜고에서 9년째 근무 중이다. 김 교사는 학교에서 국제 이슈에 대해서 토론하거나 각국의 전통 놀이 등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배우는 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그는 “모든 학생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중국 출신 서태실 씨(48·여)는 2012년 또래 결혼이주여성들과 ‘행복열매나눔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함께 한국의 역사를 공부하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서로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있다.

다문화공헌 부문 단체 수상자인 경북 구미시 가족센터는 2009년 전국 최초로 ‘이중언어 대회’를 개최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한국어와 부모 나라의 언어 두 가지로 발표하는 대회다. 대회에 참가하면서 자신감을 찾는 아이들의 모습은 센터 직원들에게 큰 기쁨이다.

공동 수상자인 다모의료앤문화관광 협동조합은 2016년 결혼이주여성 6명이 모여 만들었다. 이들은 한국어에 서툴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나 검사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들을 위해 통역 봉사를 하고 있다.

양궁 유망주… 장애인 수영계의 샛별…“다문화의 꿈 이뤄야죠”


○ 다문화 청소년 부문

다문화청소년 부문 수상자로는 장래가 유망한 젊은 스포츠 선수 2명을 포함해 역대 가장 많은 4명이 선정됐다.

한국-베트남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이가영 양(14·예천여중 2학년)은 지역을 대표하는 양궁 유망주다. 지난해 한국 중·고 양궁연맹 회장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다음 달 열릴 전국소년체육대회에 경북 대표로 출전할 예정이다. 이 양은 “2024년 파리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 나가 당당히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선발되고 싶다”고 했다.

또 다른 수상자 김영원 씨(19·여)는 한국-중국 다문화가정에서 자란 장애인 수영계의 샛별이다. 김 씨는 지적 장애를 극복하고 고교 시절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3관왕, 대한장애인수영연맹회장배 전국장애인수영대회 2관왕 등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올해 초 대전 대성여고를 졸업한 김 씨는 현재 전남장애인수영연맹 소속으로 첫 성인 대회 출전을 위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김 씨는 “상금을 받으면 형편이 어려운 다문화 한부모 가정 3곳에 후원금을 전하고, 남은 돈은 선수용 수영복을 사는 데 쓸 것”이라고 했다.

김혜영 씨(19·여)와 최지혜 양(14·정신여중 2학년)도 이 부문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어머니 고향인 베트남에서 태어나 7세 때 한국에 온 김 씨는 충남외국어고 베트남어과에 다니며 학교홍보대사로 활약했고, 전국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에서 대상(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 베트남어학과 새내기로 입학했다.

최 양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몽골 출신 어머니와 함께 몽골과 우즈베키스탄 전래동화를 바탕으로 한 그림책 4권을 제작해 출판했다. 그는 “할아버지의 소원대로 전 세계를 누비는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제11회 동아 다문화賞 수상자
▽가족상

―대상: 손봉련 씨 가족(대전 서구·중국 출신)

―우수상

원영은 씨 가족(대구 북구·베트남 출신)

차서현 씨 가족(경기 의정부시·베트남 출신)

▽공헌상(개인)

김범년 씨(한국폴리텍다솜고 교사)

서태실 씨(다문화언어 강사·중국 출신)

김혜정 씨(대전서구가족센터 사무국장)

▽공헌상(단체)

―우수상: 경북 구미시가족센터

다모의료앤문화관광 협동조합

▽청소년상

―우수상: 김영원 씨(대성여고 졸업)

김혜영 씨(충남외국어고 졸업)

이가영 양(예천여중 2학년)

최지혜 양(정신여중 2학년)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다문화#더 좋은사회#다문화상#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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