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문앞 적힌 5759…‘소름돋는 낙서’ 사건의 전말

  • 동아닷컴
  • 입력 2022년 4월 7일 0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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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각 세대 앞 소화전에 입주민 이름과 특정 숫자가 적혀있어 불안하다는 사연이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 가운데 이름은 집배원이 우편물 배달 편의를 위해 적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5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아파트에 붙은 안내문을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아파트 112동 입주민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4월 2일 소화전 윗부분에 생후 7개월 된 저희 아기 이름이 적혀있는 것을 확인했다. 택배 기사나 배달원이 적어놨다고 하기엔 아직 7개월밖에 안 된 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각한 문제로 인지해 다른 호수도 확인해 봤다”며 “112동 2층부터 각 세대 앞 소화전에 입주민 이름이 적혀 있었다. 각 세대에 요청해 이름을 대조한 결과 거주민 이름과 동일했다. 남성의 이름은 매우 적었고, 주로 여성 및 자녀, 노약자 이름이 적혀 있었다”고 했다. 다른 3개 동에서도 모두 소화전 윗부분에 이름이 적혀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특히 “가장 무서운 점은 우리 집 현관문 바로 옆에 ‘5759’, 맞은편 벽에는 ‘9575’라는 숫자가 적혀있었다”며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검색한 결과를 첨부했다.

네이버의 ‘고대히브리어사전’ 항목에 나타난 해당 검색 결과에는 ‘어린아이, 유아, 젖먹이, 욥 21:11, 욥 19:18’이라고 적혀있다.

A 씨는 “3일 경비실에 신고했고 증거가 될 수 있으니 낙서는 지우지 말라고 요청했지만, 관리사무소에서는 자치회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112동 4개 층 낙서를 지웠다”며 “경찰에 신고하려 하니 각 세대에서는 소화전 윗부분을 확인해 증거가 될 수 있는 부분을 당분간 지우지 말고 남겨놔 달라”고 요청했다.

당초 이 안내문은 찍은 장소가 공개되지 않아 누리꾼들의 각종 추론과 함께 “소름 돋는다. 무섭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조사결과 이름의 경우 우체국 직원이 배달 편의를 위해 적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아파트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것으로,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송파우체국 직원이 아파트 소화전에 이름을 쓴 사실을 확인했다고 7일 매일경제에 밝혔다.

등기 우편물은 수취인 본인에게 직접 전달해야 하는데 종종 주소를 틀리는 경우가 있어 거주인 이름으로 찾아가기 위해 적어놨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숫자는 우체국 직원이 적지 않았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송파우체국 측은 “경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설명이나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다만 5759라는 숫자의 검색 결과는 번호 자체에 ‘유아, 젖먹이’라는 뜻이 있다기 보다는, 성경 단어 원어의 색인번호(스트롱코드)를 나타낸 것이다. 네이버에 5758, 5757, 5756 등 다른 번호를 검색해 봐도 고대히브리어가 나오고 괄호() 안에 번호와 함께 관련 성경구절이 표시된다.

스트롱코드는 19세기 미국의 신학자이던 제임스 스트롱(James Strong 1822 – 1894)이 성경 연구의 편의를 위해 구약과 신약의 원어 어근 단어마다 번호를 붙여 어느 성경에 어떻게 사용 됐는지를 표시한 색인번호다.

‘5759’를 검색하면 나오는 성경의 욥기 21:11, 욥기 19:18절은 각각 ‘그들은 아이들을 양 떼 같이 내보내고 그들의 자녀들은 춤추는구나’, ‘어린 아이들까지도 나를 업신여기고 내가 일어나면 나를 조롱하는구나’라는 구절이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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