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일반정부’ 해외주식 투자 2.8%↑…개미들은 60% 급감 ‘대조’
한은 “환율 상승 원인”…국민연금 “수익률 위해 기조 유지” 엇박자
지난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환율 종가가 표시되어 있다. 2026.2.5 ⓒ 뉴스1
국민연금이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를 훌쩍 넘긴 고환율 국면에서도 해외주식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당국이 국민연금을 향해 환율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음을 냈지만, 국민연금은 수익률 제고를 위해 기존 투자 기조를 유지하며 엇박자를 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민연금 등 ‘일반정부’의 해외주식 투자는 총 40억 858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39억 7540만 달러) 대비 2.8% 증가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가 주축인 ‘비금융기업 등’의 해외주식 투자는 52억 7030만 달러에서 20억 1150만 달러로 61.9% 급감했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개인 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가 국민연금의 1.5배 수준이었으나, 12월에는 국민연금이 개인 투자자의 2배 이상으로 역전된 셈이다. 이에 따라 전체 내국인 해외주식 투자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11월 31.7%에서 12월 34.5%로 확대됐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12월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환율을 기록했던 시기라는 것이다. 11월 평균 1457.77원이었던 달러·원 환율은 12월 1467.40원으로 10원 가까이 올랐다. 특히 12월 24일에는 장중 1484.9원까지 치솟으며 외환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외환당국은 국민연금의 기계적인 해외투자 확대가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목해 왔다. 국민연금이 해외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달러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긴다는 논리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거시경제에 주는 영향을 무시하기에는 국민연금 규모가 너무 커졌다”고 우려를 표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 홍콩 행사에서도 “국민연금의 지속적인 해외투자 확대가 지난해 10~11월 환율 상승의 핵심 원인”이라고 직격했다.
이 총재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원화 절하 기대를 형성하고, 이것이 다시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투자를 자극하는 악순환을 만든다고 진단했다. 이에 한은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과 함께 국민연금의 적정 환헤지 비율을 점검하고 달러 조달 방식을 다각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측은 환율 상승과 연금의 투자는 무관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 5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해외투자 확대 기조는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이사장은 “환율 상승은 다양한 대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증가를 원인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연금 고갈을 막고 수익률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해외 자산 비중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정부와 외환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율 시장의 불안정성은 여전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에서 “당국 예측에 따르면 한두 달 내 환율이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것”이라고 언급했으나, 시장의 추세적 안정 신호는 미약하다는 평가다.
한은이 지난 두 달간 외환보유액 50억 달러가량을 투입하며 환율 방어에 나섰음에도 고환율 기조가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장중 한때 1475.3원까지 치솟았다. 외국인 투자자가 지난 5~6일 양일간 주식시장에서 8조를 넘는 물량을 던진 영향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