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시장서 69년간 한 우물… “신사업 통해 100년 기업 도약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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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이 미래다]서도산업㈜
염색-가공 등 전 공정 관장해 품질 뛰어나, 닥스-질 스튜어트 등 글로벌 브랜드와 제휴
수익 85% 내수, 국내시장서도 입지 굳건
진공단열재 생산하는 자회사 ‘베인스코어’ 설립
환경 패키지-단열재 일체형 시스템 등 생산

대구 동구에 위치한 서도산업㈜ 전경.
대구 동구에 위치한 서도산업㈜ 전경.
닥스, 레노마, 질 스튜어트, 피에르가르뎅, 아놀드파머, 쉬메릭, MCM, 앤 클라인, 바비 이들 브랜드는 세계 패션시장을 호령하는 브랜드라는 점 외에도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서도산업㈜과 제휴 관계를 맺었거나 맺고 있는 브랜드라는 점이다. 서도산업이 정식으로 디자인과 기술을 도입하거나 제휴해서 만든 손수건과 스카프(머플러), 장갑과 우산(양산) 등이 이들 브랜드를 달고 전국시장을 제패하고 있다.

서도산업은 1953년 창립 이후 손수건, 머플러, 스카프 등 한 분야에 꾸준한 투자 등으로 세계적인 패션 소품 디자인과 판매망을 확보한 기업으로 우뚝 섰으며, 한국 패션의 또 다른 자부심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업력만 69년… 명실상부 패션 잡화 명가
㈜베인스코어 현장.
㈜베인스코어 현장.
서도산업의 역사는 북한에서 내려온 고 한수일 창업주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창업주가 6·25전쟁 직후인 1953년에 대구에서 세웠다. 1974년 법인으로 전환했고, 6남매 중 맏아들인 한재권 대표가 대학을 졸업하고 1980년 회사에 합류했다. 실장과 상무를 거쳐 1995년에 대표이사가 돼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어오고 있다.

1980년대 초반까지는 OEM(주문자위탁생산) 방식으로 일본 수출을 주로 했으나 이후 국내 시장에도 진출해 서서히 자리를 잡기 시작하다 패션 잡화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굳히고 있으며 현재는 일본으로 수출 15%, 내수가 85%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국내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손수건은 100% 이 회사 제품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다.

서도산업㈜ 제품군. 손수건
서도산업㈜ 제품군. 손수건
서도산업㈜ 제품군. 스카프
서도산업㈜ 제품군. 스카프
서도산업㈜ 제품군. 우양산
서도산업㈜ 제품군. 우양산

한 회장은 “손수건이나 스카프 같은 패션 잡화들은 디자인과 염색이 품질을 좌우한다”며 “서도산업이 1980년대부터 외국 유명 브랜드의 디자인 기술을 도입하거나 제휴를 맺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히 외국 디자인 기술 도입에 그치지 않고 1985년 자회사 서도염직을 설립해 염색, 가공 기술 향상에도 힘을 쏟았다. 또 1999년 ‘서도 디자인 기술연구소’를 설립하며 자체적인 디자인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서도산업이 이미 2000년대 초반에 기술 경쟁력 우수 기업, 기술 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선정된 것도 이 같은 노력과 무관치 않다.

서도산업은 단지 생산과 판매만 전담하는 기업이 아니다. 제품 디자인에서부터 염색-제직-가공-봉제-포장-판매까지 전 과정을 관장한다. 국내외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음은 물론이고 백화점, 할인점 등 전국에 73개의 매장을 갖추고 있다. 이 회사의 제품은 오프라인을 비롯해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

한 회장은 “섬유 잡화 분야는 계절상품이기 때문에 매출을 늘리기 위한 전략은 맞지 않다”며 “매출위주가 아닌 적정인원으로 코스트(cost)를 줄여 흑자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것이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도산업은 2009년 개성공단 내에도 ‘서도’를 설립했고 2012년에는 한재권 서도산업 대표가 개성공단기업협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하였다. 같은 해 전국 중소기업인 대회 금탑산업훈장 수상에 이어 2016년에는 세계적 명품 ‘폴로, 랄프로렌’에 스카프와 장갑을 출시하면서 위상을 공고히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서도산업은 닥스 스카프, 머플러 부문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3년간 맺으며 기술과 품질을 다시 한 번 인정받기도 했다. 계약 이후 ‘닥스’ 스카프, 머플러를 백화점 위주로 전개 중이다. 연내 69개 점(시즌 및 편집 매장)에 입점하고, 이 중 35개점은 자사 편집 매장에 구성된다. 편집숍은 현재 롯데백화점 ‘ZAPAZ’,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에선 ‘HUG &S‘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서도산업은 ‘아이엘드’ ‘라보헴’ ‘맨하탄’ 등 자체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출시하며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신사업 진출도 활발


㈜브이아이테크 ‘스마트 에어그린월’ 상업시설 현장.
㈜브이아이테크 ‘스마트 에어그린월’ 상업시설 현장.

69년 동안 한 우물을 파온 서도산업은 지속성장을 위해 신사업 개척에도 힘쓰고 있다. 모기업 서도산업은 안정적인 경영과 두 가지 신사업을 통해 경쟁력 강화 및 100년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구상이다.

서도산업의 특화사업 중 하나가 바로 ㈜베인스코어에서 생산하는 건축 및 콜드체인 패키징에 적용되는 고단열성능의 진공단열재이다. 이 사업은 한 회장의 아들이 맡아 2년째 경영하고 있다. 진공단열재는 불연성 무기물 재료를 활용하여 내부에 극도로 낮은 진공을 형성하여 진공보온병처럼 단열성을 극대화시킨 단열재로 기존의 단열재보다 10배 이상 고단열성을 특징으로 한다. 베인스코어는 자체 설비 및 검사 기술개발 능력을 갖추고 진공단열재를 생산하고 있으며 해당 제품은 제로에너지, 저탄소 친환경 건축물을 위한 단열 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불연성능으로 화재안정성도 뛰어나다. 또한 우수한 단열성능을 활용하여 베인스코어는 꾸준히 백신 및 신선물류 배송에 필요한 패키징도 연구개발 및 생산을 하고 있다. 향후 친환경 패키징 제품, 프리패브 공법을 활용한 진공단열재 일체형 시스템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스마트 에어그린월’을 생산하는 벤처기업 ㈜브이아이테크도 서도산업의 주력 자회사 중 한 곳이다. 스마트 에어그린월은 자연과의 공존을 통한 실내 공기질 향상을 목표로 2년 동안 연구 개발을 거쳐 선보이게 된 시그니처 제품이다. 공기정화식물 수경 시스템·친환경 공기청정기 시스템·IoT 시스템이 융합됐다. 브이아이테크는 4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코리아 나라장터 엑스포 2022에 ‘스마트 에어그린월’을 처음 대중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스마트 에어그린월은 복합필터를 통한 미세먼지 제거 기술과 바이오필터(식물뿌리·화산암·고체 점토·활성탄 혼합물)를 통한 가습 기능,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저감 기술, 점적관수를 통한 가습기능 등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이번에 출시한 스마트 에어그린월은 3가지 높이(1.5m, 1.9m, 2.3m)의 모델이 출시돼 공간 연출을 다양하게 할 수 있으며, 폭 25cm로 슬림하게 디자인되어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스노우화이트, 스카이블루, 라벤더, 올리브, 인디핑크, 린넨아이보리 등 6가지 색상으로 출시돼 고객 취향에 따라 다양한 컬러 연출이 가능하다.

공기정화식물 수경 시스템을 통해 다량의 식물이 병충해로부터 자유롭게 생육될 수 있도록 토양 없이 150∼200여 개의 관수구로 물을 순환시켜 식물의 생육을 관리한다. 스마트 에어그린월의 ‘렌털케어’ 서비스 상품을 구독하는 고객에겐 매월 1회 식물관리사가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식물 생육상태, 기기, 소모품 교체, 수질상태 등 체계적인 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세부적으로는 1개월마다 식물 3개 무상 제공, 6개월마다 필터 교체, 6개월마다 수조 관리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한 회장은 ”서도산업의 안정적인 경영과 베인스코어의 진공단열재 및 브이아이테크의 스마트 에어그린월 두 가지 특화사업을 중심으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 100년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체계적인 시스템 운영 통해 성장”

서도산업㈜ 한재권 회장 인터뷰



서도산업 한재권 회장은 “섬유잡화 분야는 품목과 업종이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질적 성장을 위해선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한 회장은 지역사회 공헌은 기업가의 의무라는 판단으로 다양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1996년 서도장학재단을 설립하여 대구에서 매년 디자인 인재를 발굴해 학비 지원을 하며 디자인 강국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연간 소요예산을 책정하여 장학금을 전달하고 장학금으로 학업을 마친 인재들이 한국의 디자인 산업을 이끌어 세계에서 인정받는 디자이너가 되도록 기획하고 있다.

현재 한 회장은 기업의 영속성을 위해 장녀와 차녀가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고도 소개했다. 장녀는 회사 실장으로서 서도의 전반적인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차녀는 과장으로서 부분적으로 업무를 배워나가고 있다고 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패션 트렌드에 앞서가는 전략을 묻자, 한 회장은 “유능한 젊은 인재들과 조화롭고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선순환구조가 주효했다”고 답했다. 현재 서도산업은 대구 동구 화랑로에 소재하고 있는 본사 외에도 자회사인 서도염직, 서도산업 성서공장, 서울시 용산구의 서울사무소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편 이 회사는 2008년도 개성공단에 진출했던 당시 시범단지 이후 1차 때 입주한 업체로도 유명하다. 한 회장은 개성공단은 원활한 소통뿐 아니라 여러 가지 장점들이 있었다며 닫힌 개성공단이 다시 재가동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안소희 기자 ash03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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