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 값, 1년새 166% 폭등…배터리 업계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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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3월 9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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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 가격이 무서운 기세로 치솟고 있다. 한국의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떠오르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산업이 급격한 원가 상승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러시아가 니켈 수출을 중단할 경우 글로벌 공급 부족 현상이 장기화할 수 있어 긴장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9일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니켈 1t당 가격은 7일(현지 시간) 기준 4만2995달러였다. 1년 전인 지난해 3월 8일 1만6115달러와 비교하면 가격 상승률은 166.8%에 달한다.

니켈 값은 2019년 1월 1만440달러를 시작으로 지난달 28일 2만5240달러까지 계속 오름세였다. 전기자동차 판매량이 급격히 늘면서 배터리 수요가 상승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니켈 함유량이 높을수록 배터리 용량이 커지고, 전기차 주행거리도 늘어난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글로벌 경제제재가 본격화하자 니켈 가격은 더 큰 폭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전 세계 니켈 공급량의 약 10%를 차지한다. 공급 부족이 심화할 거란 전망에 니켈 가격은 이달 들어 단 1주일 만에 앞선 3년 2개월 치 상승폭보다 더 크게 뛰었다. 급기야 8일 니켈의 t당 가격이 장중 한 때 10만 달러를 넘기자 LME는 니켈 거래를 전격 중단했다. LME 측은 “최근의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할 때 거래 중단이 며칠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니켈 값 폭등으로 ‘제2의 반도체산업’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아온 배터리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물론 배터리 소재를 공급하는 업체들까지 전 산업 생태계에 충격이 이어졌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배터리 3사의 니켈 수요를 올해 9만1000t, 내년 13만4000t으로 예상하고 있다. 2030년에는 올해의 7배가 넘는 64만8000t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니켈 대부분을 남미, 중국, 호주 등에서 들여오고 있다. 러시아가 수출을 중단하더라도 당장 수급이 중단되진 않는다. 그러나 추가적인 가격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배터리에 들어가는 양극재의 니켈 함량을 90% 이상으로 끌어 올린 ‘하이니켈’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하이니켈 배터리 보급이 늘면서 전기차 1대당 니켈 수요는 올해 36㎏에서 2030년 41㎏까지 오를 전망이다. 여기에 스테인리스강 등 철강 분야에 들어가는 니켈 수요까지 겹치며 2024년부터는 세계적인 니켈의 공급 부족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세계 배터리 업계 1위인 중국 CATL이 조만간 배터리 생산을 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니켈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부도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니켈 광산 매각을 보류하고 재검토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해당 광산을 매각할지 보유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매각 계획을 백지화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암바토비 광산은 연간 최대 4만8000t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 3대 니켈 광산이다. 앞서 정부는 해외 자원 개발에 나섰던 공공기관의 경영 악화가 심해지자 26개 해외 자산을 매각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11개가 매각됐고 15개가 남아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전기차의 경우 니켈, 리튬, 코발트 등 핵심 소재의 수입의존도가 높다”며 “해외자원 개발 확대 등을 통해 안정적 원자재 확보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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