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진 신소재 태양전지, 게임체인저 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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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브스카이트’ 연구 이끄는 한국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19일 면적을 25cm²와 64cm² 크기로 넓혀 각각 21.66%, 20.55%의 광전환효율을 달성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사진 왼쪽부터 0.1cm², 1cm², 25cm², 60cm² 넓이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제조 공정이 단순하고, 더 높은 광전환효율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19일 면적을 25cm²와 64cm² 크기로 넓혀 각각 21.66%, 20.55%의 광전환효율을 달성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사진 왼쪽부터 0.1cm², 1cm², 25cm², 60cm² 넓이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제조 공정이 단순하고, 더 높은 광전환효율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실리콘 태양전지의 뒤를 이을 가장 유력한 차세대 후보로 꼽힌다. 현재 사용되는 태양전지는 1980년대 상용화된 실리콘 태양전지 방식이다. 하지만 실리콘 태양전지는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광전환효율이 20% 중반대에 그치는 한계가 있다. 제조에 수천 도의 높은 열이 필요하고, 제조 과정도 복잡하다.

과학자들은 이런 실리콘 태양전지를 대체하기 위해 2010년 이후 유기 태양전지, 양자점 태양전지 등을 연구하고 있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보인 기술은 아직 없다. 이 중 페로브스카이트만 연구 성과가 나타나며 실리콘을 대체할 가능성이 가장 큰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10년 전부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상용화를 위한 대량 생산까지 남은 과제는 대면적화와 수명 확대다.
○ 빛을 전기로 바꾸는 효율 전쟁, 한국이 주도
페로브스카이트는 화합물의 결정이 정육면체 모양(단순입방구조)으로 생긴 물질을 일컫는다. 그 가운데 태양전지에 사용되는 페로브스카이트는 특정한 유기물(A)과 무기물(B), 할로겐화물(X)이 결합한 유무기 혼합형 화합물(ABX3)이다.

한국은 연구계를 주도하고 있다.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와 석상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특훈교수가 2012년 각각 새로운 형태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하며 빛을 전기로 바꾸는 광전환효율이 10%대까지 껑충 뛰었다.

석 교수팀은 지난해 10월 광전환효율 25.7%를 공식 인증받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하며 현재 세계 최고 기록을 보유 중이다. 이론상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최고 광전환효율은 31%에 이른다.

박 교수와 석 교수는 최근 4∼5년 동안 노벨 화학상 수상 후보로도 거론됐다. 지난해에는 노벨상 수상자를 여러 차례 배출한 영국 랭크 광전자공학상을 수상했다.
○ 일본·호주 중심 ‘대면적화’ 쫓는 한국·중국
관건은 태양전지 면적과 수명이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는 최근까지 대부분 넓이가 손톱보다도 훨씬 작은 0.1cm² 수준에서 진행됐다.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해서는 ‘대면적’으로 분류되는 200cm² 이상으로 제작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태양전지 면적이 넓어질수록 광전환효율이 떨어진다. 페로브스카이트 화합물이 균일하게 퍼지지 않아 고른 효율을 내지 못하는 것이다. 넓은 면적을 골고루 코팅하는 고난도 기술이 요구된다.

일본과 호주에서는 코팅 기술 확보를 비롯해 대면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일본 파나소닉은 2020년 대면적 코팅 기술을 개발해 작은 창문 넓이인 804cm²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만들어 광전환효율 17.9%를 달성했다. 이는 현재까지 대면적 기록 중 최고 효율이다. 중국도 그 뒤를 바짝 쫓아가고 있다.

일본과 호주보다 대면적 연구가 다소 뒤처지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도 추격에 나서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울산차세대전지연구개발센터 연구팀은 넓이가 25cm²와 64cm²가량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제작해 각각 21.66%, 20.55%의 효율을 기록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19일 공개했다. 김동석 센터장은 “논문에 담지는 못했지만 자체적으로 200cm² 넓이의 대면적으로 만들어 측정했을 때도 18% 이상의 효율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양창덕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정공수송층의 유기 소재를 새롭게 개발해 25cm² 면적에서 21.83%의 고효율을 달성했다(국제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 17일자).
○ 가장 취약한 수명 보완 연구는 아직 진행형
페로브스카이트는 열과 수분에 취약해 불안정하다는 단점이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수명과 직결되는 문제라 각국은 페로브스카이트에 여러 첨가제를 넣어 광전환효율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이려 하고 있다. 양 교수와 박혜성 UNIST 신소재공학과 교수팀도 2020년 소량의 유기화합물을 첨가해 1600시간을 사용한 뒤에도 초기 효율의 80% 이상을 유지하도록 했다. 김 센터장도 지난해 4월 포메이트라는 물질을 첨가해 수명을 높인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습기를 차단하기 위한 박막봉지 과정 없이도 20% 이하의 습도에서 60도의 열을 가했을 때 1000시간 동안 안정성을 유지했고, 450시간 동안 초기 효율의 80% 이상을 유지했다. 광전환효율도 이전보다 10% 이상 향상된 25.2%를 달성했다. 하지만 현재 실리콘 태양전지 패널 수명이 15∼17년이라는 점에서 갈 길은 아직 멀다.


서동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bios@donga.com
#페로브스카이트#신소재#태양전지#게임체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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