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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녹색금융, 탄소중립의 ‘소금과 빛’[기고/김정인]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입력 2022-01-17 03:00업데이트 2022-01-17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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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금융학자 윌리엄 N 괴츠만은 저서 ‘금융의 역사’에서 유럽이 산업혁명에 성공한 이유는 그 당시 발달했던 금융시장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금융시장이 혁신 기술에 자본을 제공하고 위험을 분산시켰다는 것이다. 금융이 인류 역사와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온 경제 발전의 핵심 요소인 것은 자명하다.

향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금융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기후위기로 인해 석탄발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은 확실한 운명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지속된 화석연료 인프라를 무탄소 기반으로 바꾸는 것은 길고도 어려운 일일뿐더러 장기간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많은 국가들이 기후·환경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환경을 개선하는 상품 및 서비스 생산에 자금을 공급해 녹색성장을 위한 실질적인 기반을 만드는 ‘녹색금융’의 활성화를 적극 시도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가는 노력인 것이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단순한 녹색산업 분류체계를 의미하지 않는다. 녹색금융을 통해 국가와 기업이 처한 다양한 기후위기와 환경, 그리고 재무 리스크에 대응하는 ‘녹색분류체계 지침서’라는 점에서 시기적절하고 매우 바람직하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현재의 분류체계가 완벽하지는 않다. 그러나 금융 선진국이라는 유럽연합의 분류체계를 근거로 기후변화 완화, 적응, 순환경제 등 6개 분야에 대한 인정, 배제, 그리고 보호기준을 설정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또한 한국 상황을 가장 잘 반영한 것은 ‘전환’ 부문이다. 석탄 발전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을 고려하여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과 화학공장이나 제철에서 생산되는 블루수소를 전환 부문에 포함한 것은 현재에서 미래로 가는 매개 역할 때문에 불가피하다. 기업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활동에 투자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반영한 것이지 나중에는 조정될 것이 분명하다.

녹색금융의 역할은 경제 주체들이 무탄소로 가게 만드는 것이다.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이 미래에 살아남는 길은 친환경, 저탄소라는 것은 확실하지만 너무 높은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실천과 달성이다.

대표적인 것이 수소다. 탄소중립의 성패는 그린수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에 재생 에너지의 역할이 큰 것은 당연하지만 시간적, 공간적, 계절적 제약이 있다. 그러므로 탄소 배출 없이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는 그린수소는 필수적이다.

‘미래는 현재에 만들어진다’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미래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반성, 쓰디쓴 경험에서 배우는 지혜, 적절한 지원, 그리고 현명한 판단을 통해 밝은 미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탄소 없는 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금융의 역할은 미래로 가는 ‘세상의 소금이요, 빛’과 같은 존재임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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