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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박제균 칼럼]윤석열, 검찰주의자-검찰공화국 우려 씻어야

입력 2021-12-13 03:00업데이트 2021-12-1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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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조직’에 충성했던 尹
주변·조언자 검사 출신 너무 많아
‘검사 대통령’의 검찰공화국 안 돼
‘검찰과의 거리 두기’부터 실천해야
박제균 논설주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일 것이다. 윤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주도한 소위 ‘적폐청산’ 수사 과정에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을 비롯해 4명이 비극적 선택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 대개는 진실이 드러나는 법. 이제 우리는 안다. 적폐청산 수사가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무리한 수사였음을. ‘칼은 찌르되 비틀지 말라’고 했는데, 칼을 비트는 무리한 수사 기법도 동원됐음을.

당시 윤 지검장이 적폐청산이라 쓰고 ‘보수 정권 죽이기’로 읽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도를 몰랐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문 정권의 ‘잘 드는 칼’ 노릇을 한 것이다. 그 칼이 조국이라는 ‘산 권력’ 앞에서 무뎌지거나 칼끝이 휘었다면 오늘의 윤석열은 없었다.

그랬다면 또 다른 김오수(검찰총장)나 김진욱(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으로 끝났을 것이다. 현 검찰이나 공수처는 여권(與圈)에는 장난감 칼이나 다름없다. 차이가 있다면 검찰은 수사 능력은 있는데 의지가 없고, 공수처는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점.

‘잠자는 사람은 깨울 수 있어도 잠자는 척하는 사람은 깨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청와대나 여당 대선 후보가 연루된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하는 척만 하는 검찰과 공수처를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진짜 수사를 할 리 없다. 이들과의 차이가 윤석열을 대권 후보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검사 윤석열이 아무리 산 권력에 칼을 겨눴다고 해도 그가 주도한 무리한 적폐청산 수사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그는 검찰주의자로 정평이 나 있던 검사. 사법시험 9수를 해서라도 검사가 될 정도로 ‘대한민국 검사’에 대한 자긍심이 남달랐다.

윤 검사를 유명하게 만든 말.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2013년 여주지청장이던 그가 이 말을 하면서 덧붙인 언급이 있다. “조직을 대단히 사랑한다.” 결국 윤석열 검사의 충성 대상은 사람은 아니지만, 검찰 조직이 아니었던가.

그런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검찰공화국이 될 거란 우려가 나오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우리 사회는 조직에 충성하며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검사들이 빚은 무서운 결과들을 너무 많이 봐 왔다. 이런 마당에 조직에 충성하던 검찰주의자, 수사 성과를 내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렸던 검사 윤석열에게 과연 검찰권보다 더 큰 권력을 맡겨도 되나,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윤 후보는 아직도 이런 우려를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본인부터 ‘검사스러운’ 티를 벗지 못한 데다 무엇보다 주변에 최측근인 권성동 사무총장을 비롯해 검사 출신들이 너무 많다. 뒤에서 윤 후보를 돕거나 조언하는 그룹들도 검사 출신이 다수다. 그가 평생을 검사로 살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너무 쉬운 길로만 가려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검찰은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집단 중 하나다. 검사 개개인이 대체로 유능하고 조직도 효율적이다. 하지만 유능하고 효율적인 이 집단의 실패가 결국 검찰개혁을 불렀다. 사회의 갖은 목소리를 담아야 할 정치의 세계에서 똑똑한 집단이 꼭 성공을 거두는 것도 아니다. 서울대 법대 출신들이 주류였던 이회창 대선 후보의 사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만약 윤 후보가 집권해 검사 출신들이 사회 요직을 꿰찬다면 말 그대로 검찰공화국이다. 벌써부터 항간에는 그가 집권하면 특정 인사가 검찰총장이 될 거란 얘기가 돈다. 유능하지만 거칠게 수사한다는 이 인사가 총장이 돼 문 정권에 ‘복수혈전’을 펼쳐 주기를 바라는 시각도 보수 일각에 엄존한다. 하지만 그런 길은 과거보다 미래로 나아가야 할 21세기 대한민국이 갈 길은 아니다.

그렇기에 윤 후보가 문 정권류의 가짜 아닌 진짜 검찰개혁을 원한다면 ‘검찰과의 거리 두기’부터 실천해야 마땅하다. 정치인 윤석열의 충성 대상이 ‘조직’이 아니라 ‘국민’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검사 대통령’의 탄생에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윤 후보의 공식 슬로건(잠정)은 ‘국민이 불러낸 대통령’이다. 국민이 불러낸 건 맞지만, 현직 검찰총장이 대통령 감으로 적합해서가 아니다. 무도한 정권을 끝낼 다른 대안이 안 보였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이를 겸허히 새기고, 정권교체의 대의(大義)에 걸리적거린다면 검사복부터 벗어던져야 한다.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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