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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스포츠

“형들만 믿으랬지”… KT 정상 이끈 베테랑 박경수-유한준

입력 2021-11-20 03:00업데이트 2021-11-20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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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넘은 나이에 신생구단 둥지… 주장 번갈아 맡으며 후배 보듬어
창단 첫 KS 무대서도 중심 잡아… 후배들도 “형들께 우승반지” 뭉쳐
KT에서 주장을 번갈아 맡으며 팀에 ‘위닝 스피릿’을 정착하게 한 박경수(왼쪽 사진), 유한준. 두 노장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KT의 창단 첫 우승에 기여했다.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뉴시스
KBO리그에 진입한 지 7년 만에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막내구단 KT에 빠질 수 없는 인물들이 있다. 한국시리즈(KS)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박경수(37)와 1군 첫 시즌을 마친 후 KT가 창단 처음으로 60억 원의 거액을 주고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유한준(40)이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오래 몸담은 친정팀을 떠나 신생 구단에 둥지를 튼 두 노장은 먼저 온 박경수가 2016∼2018년까지, 박경수보다 1년 늦게 KT에 온 유한준이 2019∼2020년까지 5년 동안 주장을 나눠 맡으며 후배들을 아우르고 솔선수범하며 팀 문화를 다졌다.

KT가 포스트시즌(PS) 경험이 없던 지난해 정규시즌까지만 해도 선수들은 “(PS 경험을 못해본) 경수 형 가을야구 시켜 드리자”는 마음으로 경기장에 나섰다. KS 직행권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던 올해는 “두 형님 반지 끼워 드리자”는 마음으로 똘똘 뭉쳤다.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KT의 우승이 확정된 순간 유한준과 박경수는 더그아웃에서 서로 끌어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날 지명타자로 출전한 유한준과 전날 종아리 근육 파열 부상으로 목발을 들고 있던 박경수는 자신들 때문에 후배들의 세리머니가 지체될까 봐 천천히 그라운드로 향했다. 하지만 후배들은 유한준과 박경수가 더그아웃에서 천천히 나오는 모습을 보고 세리머니를 중단했다. 두 노장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다 함께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유한준은 “나이도 적지 않아 우승 못하고 은퇴하면 어떡하나 불안했다. 이번 KS가 그래서 간절했는데, 동생들이 큰 선물을 해준 것 같다”며 가슴 벅차했다. 박경수는 “후배들이 그라운드에서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 정말 뭉클했고 굉장한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해피엔딩’을 일군 두 노장의 동행은 당장 내년을 기약할 수 없다. 2019년 초 박경수가 3년, 유한준이 그해 말 2년의 두 번째 FA 계약을 맺었는데 올 시즌으로 끝났다. 한국나이로 내년이면 서른아홉(박경수), 마흔둘(유한준)이라 올해까지 보여준 좋은 모습들이 내년에도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구단도 고민 중이다. 한 관계자는 “지금의 KT를 만든 데는 선수단을 잘 이끈 두 선수의 공이 크다. 주장 황재균 등 다른 고참 선수들이 문화를 잘 계승하겠지만 두 선수의 공백을 받아들이기에 아직 마음의 준비는 안 됐다”고 말했다. 유한준은 “정규시즌 막판 ‘은퇴금지’가 적힌 종이를 들고 응원한 팬들의 모습을 보며 정말 감사했고 마음이 뭉클했다. 구단, 가족 등 여러 사람들과 논의를 하고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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