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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다문화 출생 비율이 역대 최대치라는데…[벗드갈의 한국 블로그]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
입력 2021-11-19 03:00업데이트 2021-11-1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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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
임신과 출산은 인생에 몇 안 되는 특별한 경험이자 소중한 순간이다. 매일 밤 아이가 태어날 디데이(D-Day)를 체크하고, 배 속에 있는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엄마들만이 누릴 수 있는 설레는 경험이 아닐까 싶다. 둘째를 임신 중인 필자는 출산 날이 다가오면서 준비해야 할 항목들을 확인 중이다. 그 가운데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출산 장려책 중 내게 해당되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는 것도 있다. 확실한 점은 저개발국과 비교해 한국의 임신 출산 장려 정책이 비교적 잘돼 있다는 것이다.

과거 첫째 아이를 임신했던 2013년 당시 정부로부터 임신 출산 의료비와 관련한 바우처 50만 원을 지원받았다. 8년이 지난 현재 10만 원이 오른 60만 원이 됐다. 경험상 이 정도 돈은 임신 35주까지 필요한 검사 및 병원 진료를 받기엔 다소 빠듯하다. 100만 원 정도라면 출산 때까지 넉넉하게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많은 사람이 비슷한 생각을 한 건지 정부에서 내년부터는 임신 출산 의료비 바우처 지원금으로 100만 원을 지급할 것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출산 시 초기 비용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바우처 200만 원을 지원하는 ‘첫 만남 이용권’이라는 정책이 새로 시행될 예정이라고 전해 들었다. 아쉽게도 올해 출산 예정인 필자는 새로운 지원 혜택에서 제외된다.

2020년 다문화 인구 동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다문화 출생 비중이 역대 최대치로, 출생아 100명 중 6명은 다문화 가정 자녀라고 한다. 다문화 출생아도 감소세이긴 하지만 전체 출생아가 많이 줄어든 탓이라고 한다. 실제로 내 주변에 있는 많은 다문화 가정의 자녀 수는 평균 3명 정도인 듯하다.

한국에서 지인들과 육아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아이들이 어릴 때는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정책이 잘 마련돼 있지만, 아이가 크면 클수록 정책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다문화 여성들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 전까지는 양육수당, 어린이집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이 있기에 실질적으로 경제적 부담이 덜했던 것이다.

다문화 가정 출산율이 비교적 높게 유지된 이유는 많은 다문화 이주 여성들이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평균 비용에 대해 듣지 못하고, 들을 기회가 없이 살아왔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국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은 이유, 그리고 한국인들이 교육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이유 등에 대해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문제는 미국조차 인정하는 한국의 뜨거운 교육열 아닐까 싶다. 경쟁이 치열한 한국에서 우리 아이가 살아남을 방법은 타고난 머리나 신체적 조건과 함께 경제적 능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다수의 이주 여성들은 이러한 한국 사회의 실체를 잘 모른 채 아이를 많이 출산하는 경향이 있다. 출산이나 육아 정책만큼 교육 지원도 잘 돼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최근 다문화 청소년과 관련해 ‘다문화 가족 학령기 자녀 생활 실태 조사 결과’를 읽어 봤다. 다문화가정 학령기 자녀 585명이 참여한 조사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다문화 자녀들은 전체 학생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맞춤형 정책이 부족하다고 한다. 또 다문화 가족 학령기 자녀의 안정적 성장과 사회 진입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지원 정책이 미흡하다고 한다. 다문화 이주 여성으로서, 학부모로서 많이 공감했다.

특히 학교 내에서 다문화 학생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필자는 중도입국청소년 및 이중언어 강사로 교육기관에서 강의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 시국인 만큼 비대면으로 만날 때가 많은데 다수의 아이들이 진로 고민을 털어놓을 상대가 없다고 한다. 학교 상담이 형식적인 게 많고, 학교를 통해 어렵게 상담소를 찾아가 1∼3회까지 상담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계속 상담을 받으려면 본인부담금이 발생해 포기한다고 한다.

중도입국청소년들의 경우 한국어가 서툴다 보니 학교에서 이중 언어교사를 붙여 주지만 학생의 한국어 실력이 어느 정도 좋아지면 학교 예산 문제 때문에 지원이 끊긴다. 그러나 그 실력으로는 학교 정규 과목을 이해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출산과 임신 그리고 미취학 아동과 관련해 다양한 좋은 정책이 존재하듯, 다문화 학생을 위해 필요한 맞춤형 정책들이 꼭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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