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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버스에 공범들 태워 뒤에서 “쿵”… 합의금 타내

입력 2021-11-15 03:00업데이트 2021-11-15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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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승객 위장해 보험사기
억대 챙긴 5명 구속… 55명 입건
경찰 “10, 20대들 알바처럼 생각”
“준비해. 내가 뒤에서 곧 충돌한다.”

지난해 11월 전남 순천시의 한 도로에서 렌터카를 몰고 버스 뒤를 바짝 따라가던 김모 씨(26)가 버스에 타 있던 후배 정모 씨(19)에게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몇 초 뒤 김 씨는 앞서 가던 시외버스를 들이받았다.

정 씨 등 6명은 버스의 맨 뒷좌석에 타고 있었다. 이들은 김 씨가 모는 승용차가 추돌하자 갑자기 앞으로 튕겨 나가는 척을 하며 버스 기사에게 통증을 호소했다. 이들은 목적지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린 뒤 “교통사고로 부상을 당했다”며 병원에 입원했다. 정 씨 등은 보험사로부터 합의금 명목으로 평균 100만 원 정도를 받았다. 이 중 70∼80%가량을 김 씨에게 건넸다.

전남경찰청은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김 씨 등 5명을 구속하고 정 씨 등 5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김 씨 등은 “아르바이트 비용을 주겠다”며 10대 청소년과 고교 후배들을 범행에 끌어들였다.

김 씨 일당의 보험사기 수법은 치밀했다. 이들은 보험사로부터 최대한 많은 합의금을 받아내기 위해 여러 명이 한 번에 승차할 수 있는 버스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렌터카를 범행에 이용한 것도 버스를 들이받아 발생하는 보험료 등 각종 비용을 렌터카 업체가 가입한 보험사에 떠넘기기 위해서였다.

김 씨 등 61명은 지난해 6월부터 올 1월까지 버스와 택시 승객으로 위장한 사고 4건, 차량 사고로 위장한 사고 13건 등 총 17차례 고의 교통사고를 내 보험금 1억3000만 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는 범행을 위해 4차례 무면허 운전을 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10, 20대들 사이에서 아르바이트 목적으로 보험사기에 가담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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