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스스로 中 3대 지도자 올라… 3연임 길 열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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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공산당, 40년만에 ‘역사결의’ 채택
“習, 당 중앙의 핵심”… 6중전회 폐막
마오쩌둥-덩샤오핑과 같은 반열에

1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에서 안건에 대한 찬성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이날 중국공산당은 당 100년 역사상 세 번째 ‘역사결의’를 채택하면서 시 주석을 공산 혁명을 
주도한 마오쩌둥,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 반열의 지도자로 격상시켰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1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에서 안건에 대한 찬성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이날 중국공산당은 당 100년 역사상 세 번째 ‘역사결의’를 채택하면서 시 주석을 공산 혁명을 주도한 마오쩌둥,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 반열의 지도자로 격상시켰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중국공산당이 11일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폐막하면서 40년 만에 ‘역사결의’를 채택했다. 역사결의는 중국공산당의 중요한 역사적·정치적 분기점에서만 등장하는 일대 사건으로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 시기에 이어 세 번째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스스로 자신을 마오, 덩과 같은 지도자 반열에 올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중국공산당은 나흘간 진행된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를 마치고 관영 신화통신 등을 통해 ‘역사결의’ 채택과 내년 20차 당대회 개최 결의 등을 담은 결과 발표문(공보)을 공개했다. 공보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시진핑 동지가 당 중앙의 핵심이 되고, ‘시진핑 사상’이 지도적 지위를 확립한 것은 전 군(軍)과 국민의 공통된 염원이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추진에 결정적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헌법에도 담긴 ‘시진핑 사상’은 시 주석을 중심으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자는 중국공산당의 지도 이념이다. 또 “‘시진핑 사상’을 중화 문화와 중국 정신의 정수”라는 평가도 내놨다. 이는 시 주석이 내년에 구성될 새로운 지도부에서도 여전히 ‘핵심’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합리화할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가을로 예정된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 주석이 3연임(장기집권)을 확정하면 시 주석은 27년간 종신 집권했던 마오쩌둥 사후(1976년 사망) 처음으로 15년 이상 집권하는 지도자가 된다.

中 “시진핑 사상, 中정신의 시대적 정수”… 덩샤오핑은 상대적 격하
中공산당 ‘역사결의’ 채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이 열린 7월 1일 마오쩌둥이 생전에 즐겨 입던 회색 중산복 차림으로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중국공산당은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 마지막 날인 11일 당 역사상 세 번째 ‘역사결의’를 채택했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이 열린 7월 1일 마오쩌둥이 생전에 즐겨 입던 회색 중산복 차림으로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중국공산당은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 마지막 날인 11일 당 역사상 세 번째 ‘역사결의’를 채택했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11일 중국공산당이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가 끝난 뒤 발표한 공보에 따르면 6중전회는 ‘당의 100년 분투의 중대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결의’(역사결의)를 채택했다. 중국중앙(CC)TV는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역사결의가 거수로 통과되는 장면을 짧게 공개하기도 했다. 역사결의 전문은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8일 개막해 나흘간 열린 6중전회의 공식 회의록 격인 공보는 ‘시진핑(習近平) 사상은 중국 정신의 시대적 정수’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위상을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수준으로 올려놨다. 중국공산당 100년 역사에서 시 주석이 재임한 기간은 2012년 이후 9년이지만 그의 업적을 서술한 부분은 공보 전체의 40%가량을 차지했다. 공보는 시 주석이 “새로운 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창조하는 위대한 성과를 거뒀다”고 전제한 뒤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은 중국 역사상 오랫동안 풀려고 했지만 풀지 못했던 난제를 해결했고,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일을 해내면서 당과 국가가 역사적 성과와 변혁을 이루도록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이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풍족하게 생활하는 것) 사회를 이뤄냈고, 미국과 맞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중국을 강하게 만든 지도자라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또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 주위로 단결해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전면 관철할 것을 호소한다”면서 시 주석 중심으로 뭉칠 것을 강조했다.

7400여 자 분량의 공보에서 시진핑 이름은 모두 17번 등장했다. 마오쩌둥(7차례), 덩샤오핑(5차례)보다 많았다.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의 이름은 각각 한 번 나온다. 중국공산당 문건에 지도자의 이름이 얼마나 많이 등장했는지는 그 인사의 정치적 위상을 반영한다. 이번 6중전회에서 ‘시 주석 띄우기’가 얼마나 강조됐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 주석을 부각시킨 것 외에 눈에 띄는 대목은 덩샤오핑에 대한 평가가 박해졌다는 점이다. 공보에서 덩샤오핑을 평가하는 부분은 전체 내용 중 5%(384자) 정도다. 마오쩌둥이 약 12%(875자), 장쩌민 약 4%(284자), 후진타오 약 3%(217자)다. 덩샤오핑 평가 부분이 장쩌민과 후진타오 평가 분량과 비슷한 셈이다. 이는 중국 내에서 덩샤오핑의 위상을 고려할 때 큰 변화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덩샤오핑의 과오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면서 깎아내린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인 격하’라는 것이다. 역사결의 전문이 공개되면 ‘덩샤오핑의 격하’가 반영돼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10일 대만 매체 중앙통신사는 과거 마오쩌둥 시대에 등장했던 ‘차오잉간메이(超英간美·영국을 따라잡고 미국을 추격한다)’라는 구호에 빗대 시 주석의 정치적 야심을 “차오덩간마오(超鄧간毛·덩샤오핑을 따라잡고 마오쩌둥을 추격한다) 수준”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시진핑은 이번 ‘역사결의’로 만든 후광을 이용해 스스로 물러나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또는 자신이 쓰러질 때까지 재집권 기간을 결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오쩌둥의 경우 종신집권을 통해 27년간 권력을 누렸다. 시 주석이 내년 가을 3연임(장기 집권)을 확정하면 마오 사후 처음으로 15년 이상 집권하는 중국 지도자가 된다.

이번 6중전회에서는 역사결의를 채택하면서 단순히 중국의 역사를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100년간 중국공산당이 추구해야 할 목표를 제시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공보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중화민족의 부흥’을 강조했다. 이는 중국식 사회주의 현대화와 인류운명공동체를 토대로 한 신인류문명창조와 연결돼 있다. 이 두 가지는 시 주석이 자랑하는 2대 업적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 주석의 집권 연장이 필요하다는 논리와 연결된다.

8월 중국공산당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 회의 자리에서 시 주석이 ‘다 같이 잘살자’는 의미로 처음 제시한 공동부유(公同富裕)도 이번 역사결의에 담겼다. 덩샤오핑이 주도한 개혁개방의 최대 그늘인 빈부 격차 문제의 해결책으로 시 주석이 역점을 두고 있는 ‘공동부유’ 정책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이 같은 내용은 시 주석 장기집권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는 12일 오전 ‘6중전회 정신’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한다. 이날 설명회에는 왕샤오휘(王曉暉) 중앙선전부 부부장(차관급), 장진취안(江金權)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취칭산(曲靑山) 중앙당사·문헌연구원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시진핑#중국 3대 지도자#중국 역사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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